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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고유민 사태에 움직인 KOVO, 체육계 악플과 전면전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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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고유민 사태에 움직인 KOVO, 체육계 악플과 전면전 [SQ이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8.05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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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전 현대건설 소속 여자배구선수 고(故) 고유민이 스스로 세상을 떠난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배구계를 넘어 체육계가 건전한 스포츠 문화 조성에 훼방을 놓는 악성 댓글과 전면전에 나설 조짐이다.

고유민이 생전 악의적 댓글과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많은 이들은 이를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이에 체육계가 ‘악플’에 강력히 대응하는 모양새다. 한국배구연맹(KOVO)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악플에 노출돼 고통을 호소했던 야구선수 오지환(LG 트윈스), 그리고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까지 목소리를 내 눈길을 끈다.

고(故) 고유민(사진)이 생전 악플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프로배구계가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슬픔에 잠긴 프로배구, ‘악플과 전쟁’ 선봉

프로배구를 관장하는 KOVO는 4일 “최근 발생한 배구계 비보와 관련해 재발 방지와 선수 인권 보호 강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들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3가지를 약속했다.

▲포털사이트 내 스포츠 기사 댓글 기능 개선 요청 ▲선수고충처리센터 역할 강화 ▲선수단 대상 심리치료 및 멘탈 코칭 교육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KOVO는 “지난 3일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에 스포츠 기사 댓글 기능 개선을 요청했으며 자체 운영중이던 선수고충처리센터 역할을 강화해 선수들이 받은 악성 댓글에 대해 연맹 차원에서 대처할 계획”이라며 “더불어 선수들 대상으로 심리 상담 및 멘탈 교육을 강화해 지속적인 관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포털사이트 연예 기사 댓글 창을 폐지한 만큼 스포츠 섹션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고유민 자살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고 악플로 인한 선수들의 정서적 고통을 줄이려면 댓글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계도 한 포털사이트에 같은 문제로 공식 대응했다고 알려졌다.

KOVO는 4일 선수 인권 보호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사진=KOVO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KOVO는 나아가 종목 단체로는 사실상 최초로 도를 넘는 악성 댓글과 인신공격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포털사이트와 SNS상 악성 댓글, 인격모독 및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의 DM을 선수로부터 제출받아 이에 대한 법률 자문과 검토를 진행한 후 연맹 차원에서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힘줬다.

고유민의 전 소속팀 현대건설 관계자는 “(고인이) 우리 생각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스스로 위축돼있었을 텐데 구단에서 더 잘 챙겼어야 하지 않나 하는 반성의 마음이 크다”며 “노트에 남긴 상황(구단 안에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서도 파악에 나서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구단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수, 양의지 등의 소속사인 리코스포츠가 악성 댓글 등 모욕성 게시물에 법적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리코스포츠 인스타그램 캡처]

◆ 오지환-유승민, 체육계 공감대 형성

끊임없는 악성 댓글에 심한 모욕을 느낀 LG 내야수 오지환은 최근 ‘악플러’들에게 법적 대응하기로 했다. 오지환과 아내인 쇼호스트 김영은 씨는 소속사 플레이아데스와 법무법인을 통해 악플러를 고소할 계획이다. 김 씨는 지난 1일 "(피고소인이) 너무 많아 1000명 단위로 잘라 넣을 예정"이라고 알리는 등 강력한 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양의지(NC 다이노스), 김현수(LG)의 소속사인 리코스포츠도 오래전부터 선수들이 가족들을 향한 악의적 메시지로 괴로워하고 있다며 법적 대처 움직임에 보조를 맞췄다.

대한탁구협회장인 유승민 IOC 선수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포털사이트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 달라고 국회에 촉구했다.

유 위원은 “과거에는 비판도 스포츠인으로서 감내해야 될 부분이었으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고 많은 부분들을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받고 있다. 그런 사회의 통념 속에 갈수록 운동선수들의 사회적인 책임감은 더욱 더 커져만 간다”면서 “하지만 사회적 책임감에 비해 외부의 영항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 부족하다”고 썼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도 포털사이트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유승민 IOC 선수위원 페이스북 캡처] 

이어 “특히 단순한 충고를 넘어선 인격 모독성 비난, 특정인에 대한 근거 없는 여론몰이식 루머 확산 등은 선수들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하루하루 선수로서 갖춰야할 덕목을 되새기며 많은 부분들을 감내하는 선수들을 위해 심각한 악플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게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무엇이 25세 창창한 나이의 고유민을 사지로 내몰았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유족과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이 악플로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스포츠 스타들은 칭찬과 비판을 동시에 먹고 자란다. 애정 어린 비판은 선수 성장과 건강한 스포츠 문화 형성에 이바지하지만 악성 댓글은 인격 살인에 가까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체육계가 내는 목소리에 힘이 실려 유의미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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