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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떠돌이' 지경훈의 아직 끝나지 않은 축구 이야기(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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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떠돌이' 지경훈의 아직 끝나지 않은 축구 이야기(下)
  • 한찬희 객원기자
  • 승인 2020.10.1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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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한찬희 객원기자] 2015년 방영된 KBS 2TV청춘 FC 헝그리 일레븐에는 약 20여 명의 선수들이 안정환 이을용 감독의 지도 아래 축구선수로 다시 도전하는 모습을 그렸다. 방송이 종료된 후 다시 혼자가 된 청춘들은 방황하기도 했고 좌절하기도 했다. 좋은 소식을 전해준 선수들도 있었지만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경훈은 청춘FC 선수 중 유일하게 해외 최상위리그에서 2시즌 동안 활약했다. 그는 자신이 대학생 시절부터 해외의 문을 두드리며 발로 뛰어다니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한국 축구의 어두운 현실을 깨닫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가 바라본 곳은 최상위국가의 리그는 아니었지만, 더 높은 리그로 비상할만한 미국 땅이었다. 그는 미국, 한국, 캐나다를 오가며 축구 떠돌이로서 발 아프게 뛰어다녔다.

[사진=지경훈 제공]
[사진=지경훈 제공]

지경훈과의 인터뷰 두 번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떠났다. 처음에 어떤 마음으로 미국에 진출하게 됐나?

한국에서는 기회를 얻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진출을 목표로 도약할 수 있는 리그인 미국 MLS를 가고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미국에 연고가 있었나?

아니다. 미국에 아는 사람도 없었고 아는 곳도 없었다. 그러나 미국으로 떠나기 전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내가 테스트 지원 가능한 팀들을 알아봤다. 당시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상태여서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얻어 지원서를 작성했고 번역기를 이용했다.

- 미국에서 체류비용은 어떻게 해결했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다. 어차피 대학 4학년 등록금보다 미국에서 테스트를 보는 동안의 체류비와 항공료가 훨씬 저렴했다.

- 처음 테스트본 팀이 어디였고 그 과정은 어땠나?

미국 MLS의 산호세어스퀘익스라는 팀에서 테스트를 봤다. 180명이 테스트에 지원했다. 첫날 배정된 조끼를 입고 1111경기를 30동안 진행했다. 그리고 평가가 좋은 선수들은 후반전에 포지션을 바꿔 또 뛰었다. 그 과정을 반복해서 18명이 남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4인까지 남았으나 계약은 되지 않았다.

- 180인 중 4인까지 들었으나 최종 탈락했다. 아쉬움이 컸을 듯하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굉장히 만족했다. 한국에서는 객관적으로 실력을 평가받는 느낌이 없었는데 미국에서 객관적으로 나의 실력을 평가받았다는 사실에 만족했고 도전에 대한 확신을 느꼈다. 그래서 계속 도전하리라 다짐했다.

[사진=지경훈 제공]
[사진=지경훈 제공]

지경훈은 미국 프로리그의 문턱을 두드린 끝에 2012시즌 2부 리그의 애틀랜타 실버백과 계약을 맺고 1시즌 활약하고 이후 한국으로 건너와 인천에서 테스트를 봤다. 하지만 인천에서 드래프트 지명을 받지 못했다.

- 인천에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어떻게 미래를 계획했나?

다시 북미리그를 바라봤다. 미국은 관광비자가 3개월이어서 그 3개월의 기간 동안 테스트 결과가 나와야 해 일정상 빠듯한 느낌이 있어 이번에는 6개월의 관광비자를 허용하는 캐나다로 향했다. 당시 이영표 선배님이 밴쿠버 화이트캡스 FC 팀에서 뛰고 있어서 선배님의 조언을 얻기 위해 인천에서 함께 땀 흘렸던 설기현 선배님의 도움으로 이영표 선배님을 만날 수 있었다. 이영표 선배님이 당시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 가까이서 본 이영표는 어떤 사람이었나?

정말 감사한 분이다.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았겠나. 연락했을 때 도움도 주고 테스트 기회에도 도움을 주고 용돈도 주셨다.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사진=지경훈 제공]
[사진=지경훈 제공]

- 2013년에는 UBC 썬버더즈라는 대학팀에서 활약했는데.

UBC 썬버더즈 감독이 벤쿠버화이트캡스 감독과 친했다. 경기 감각을 유지하려는 목적과 썬버더즈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당시 좋은 팀으로 많이 갔기에 좋은 선택이라 생각하고 결정했다. 이후 UBC 감독 소개로 미국 4부리그 웨스트 사이드 FC에서 뛰었다. 그리고 다른 두 팀에서 테스트 공고가 올라와 지원했고 미국 프리미어리그 디밸럽리그의 키샙 푸마스에 가기로 했다.

- 이후 미국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어떤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실력이 있는 자국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미국에서 함께 뛰고 있던 동료 중에 시간이 흐른 뒤 MLS에서 앙리와 한 팀에서 뛰는 선수도 있었다. 캐나다에서는 이영표 선배님의 은퇴 경기를 보러 갔을 때 애틀랜타 실버백의 동료였던 선수가 이영표 선배님과 한팀에서 뛰는 것을 봤다. 사실 한국에서는 K3리그에서 K리그2, K리그1로의 진출이 너무나 어려운데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객관적으로 선수들을 평가하고 실력이 좋은 선수들을 상위리그로 보내는 시스템이었다.

[사진=지경훈 제공]
[사진=지경훈 제공]

- 해외에서 도전을 마치고 한국에서는 어떻게 생활했나?

한국에서 뛸 수 있는 팀을 찾기 위해 입단 테스트를 지원했다. 우선, 이랜드FC에 지원했고 전북현대모터스에도 지원했다. 여러 팀을 지원하려고 했으나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님을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

- 최강희 감독님과는 어떻게 만났으며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나?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한국 지도자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안 좋았다. 대한민국의 모든 지도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님과 함께 식사를 하는 동안 여러 마음이 교차했다. 실력 부족을 지도자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당시 최강희 감독님이 여러 조언과 따뜻한 말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 이야기들을 듣고 축구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게 됐다. 그래서 이랜드와 전북에 지원하고 안 되면 군대에 가려고 결심했다.

- 그렇다면, 청춘FC는 어떻게 지원했었나?

이랜드와 전북 현대 모두 테스트 결과가 좋지 못했다. 그래서 FC서울 유소년 코치를 하고 자격증을 따며 입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축구선수 생활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던 중, 캐나다에서 함께 교회에 다니던 형이 청춘FC 모집공고를 보내줬다. 당시 형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보냈으나 힘들게 축구를 정리하던 중이었던 터라 매몰차게 거절했다. 하지만 주변 지인들도 가족들에게도 권유했고 어머니께서 다시 한번 축구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하셨다. 정말 힘들었지만, 가족들의 설득에 지원 마지막 날에 청춘FC에 지원하게 됐다.

- 청춘FC에 합격하고 기쁘지 않았나?

전혀 기쁘지 않았다. 4차까지 합격 발표가 있었다. 123차에는 작가분들이 합격 전화하는 것을 촬영했다. 그때 합격 소식을 듣고 기뻐하지 않으니까 담당 작가님께서 의아해하셨다. 벨기에까지 가는 명단에 들었을 때는 정말 기뻤다.

- 최종명단합격 때는 왜 기뻤다고 생각하나?

축구를 하면서 꼭 인정을 받고 싶었다. 나를 인정해주신 분들이 안정환, 이을용, 이운재 감독님이라는 한국축구의 레전드'분들 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로 뛰며 도전하는 나에게 축구를 그만두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에게뿐만 아니라 부모님께도 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에게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서 기뻤다.

[사진=강별포토]
[사진=강별포토]

- 축구를 하면서 꼭 인정을 받고 싶다고 했다. 축구선수 지경훈에게 성공이라는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

나는 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의 축구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인정받고 싶었다. 또 프로선수로서 의식주 고민 없이 축구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잘하는 선수라는 걸 부모님께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

- 그래서 성공했다고 생각하나?

청춘FC와 홍콩 레인저스에서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펼쳤다. 또한 안정환 이을용이라는 최고의 지도자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청춘FC가 발판이 돼 홍콩 레인저스에 진출해 프로선수의 꿈을 이뤄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또한 부모님께도 나의 가능성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축구선수를 하면서 꿈꿨던 모든 것들을 다 이뤘다고 생각한다.

- 현재 FC아브닐에서 코치 겸 선수로 활약 중이다. 앞으로 몇 년 정도 더 선수로 도전을 이어갈 생각인가?

앞으로 1-2년 정도만 더 선수생활에 도전해보고자 한다.

- 선수 생활의 마침표가 찍힐 때, 어떤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은가?

참 정직했던 선수였고 자신이 가진 능력에서 최선을 다했고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축구의 길을 갔던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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