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1 16:44 (수)
벤치클리어링에 '야구공 저격', 제2의 퇴장은?
상태바
벤치클리어링에 '야구공 저격', 제2의 퇴장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5.27 2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Q현장] NC전 7회 벤치클리어링 도중 '공 투척' 퇴장...동업자 정신 망각한 처사

[창원=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노민규 기자] 어떠한 경우라도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두산 베어스 외야수 장민석(33)이 벤치클리어링 과정에서 위험천만한 행동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야구공을 경기의 목적이 아닌 폭력 수단으로 사용했다.

장민석은 27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NC전 7회초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를 향해 야구공을 투척, 몸을 맞히려 했다. 공이 제법 빠르게 지나갔기에 해커도 놀란 반응을 보였다.

사건의 발단은 두산 오재원과 해커가 승부를 벌인 과정에서 비롯됐다. 해커가 공을 던졌을 때 오재원이 타임을 불렀고 이것이 해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해커는 포수 위로 공을 던지는 감정표출로 1차 충돌했다.

▲ 27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NC전에서 7회초 양 팀 선수들이 벤치클리어링을 벌이고 있다.

결국 다음 상황에서 2차 충돌이 벌어졌다. 에릭 테임즈의 토스를 받고 1루를 밟은 해커가 오재원을 향해 무언가 말을 걸었고 이에 오재원이 격분해 헬멧을 벗어던졌다.

NC 관계자에 따르면 해커가 오재원에게 한 말은 “Get in the box(타석을 벗어나지 말라)”였다. 관중들의 환호성에 섞여 해커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오재원은 “What(무슨 말이냐)?”이라고 대응하며 헬멧을 벗어던졌다.

일촉즉발의 상황. 양 팀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이 일제히 뛰쳐나왔다. 일반적인 벤치클리어링은 직접적인 몸싸움이 없지만 이날은 달랐다. 일부 선수들은 몸을 부딪치며 격렬하게 대치했다. 특히 이날 기준으로 1군에 등록돼 있지 않은 홍성흔이 격분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때 두산 더그아웃에서 누군가가 NC 선수들 쪽으로 공을 던져 일이 커졌다. 이에 선수들은 더 위험한 신체접촉을 했다. 하지만 심판들의 제지로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았다. 선수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예민하게 반응한 두산 장민석은 퇴장 명령을 받았고 NC는 마운드를 해커에서 최금강으로 교체했다. 상황은 이렇게 끝났다.

▲ 두산 홍성흔(왼쪽 세번째)이 NC전 벤치클리어링 도중 분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NC 관계자에 따르면 장민석이 퇴장을 당한 이유는 벤치클리어링 도중 NC 선수들을 향해 공을 던졌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올 시즌 8번째 퇴장이며 선수로서는 6번째다. 경기 후 해커는 “(벤치클리어링 상황은) 경기에 집중하다보니 순간적으로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 배트와 공이 무기로 둔갑?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선수들이 벤치클리어링을 벌인 과정에서 야구공이나 배트를 무기로 사용한 사례가 또 있었다. 9년 전 SK에서 뛰던 신승현(LG)이 롯데 외국인 타자 펠릭스 호세와 벤치클리어링을 벌이는 과정에서 배트를 던지려 한 것.

2006년 8월 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롯데전 1회초 상대 선발 신승현을 상대로 선제 스리런 홈런을 터뜨린 호세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신승현의 4구째를 몸에 맞았다. 신승현이 아무런 사과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을 본 호세는 1루로 걸어 나가다 급히 방향을 틀어 마운드로 돌진했다. 신승현은 글러브를 던진 후 1루 더그아웃으로 피했다.

▲ 27일 두산-NC전에서 7회초 양 팀 선수들이 벤치클리어링을 벌이며 대치하고 있다.

그 사이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대치했고 호세도 많은 이들에 의해 제지되며 상황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신승현이 곧바로 배트를 집어 든 채 그라운드로 뛰쳐나갔고 그 광경을 본 호세는 다시 격분, 신승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결국 SK 코치와 선수들이 모두 달려들어 진정시킬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도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 지난 23일 한화 이글스와 케이티 위즈의 경기에서 승리를 굳힌 한화가 무관심 도루와 잇딴 투수교체를 감행하자 케이티가 발끈했다. 특히 케이티 주장 신명철은 경기를 마치고 한화 선수단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 NC 해커(오른쪽)와 테임즈가 두산전 7회초 발생한 벤치클리어링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진짜 문제는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뒤 발생했다. 누군가가 던진 배트가 케이티의 더그아웃에서 그라운드를 향해 날려들었다. 배트는 1루 앞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사람을 노리고 던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배트 투척 자체가 위협적이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장민석의 투구는 동업자 정신에 어긋난 행동이라 볼 수 있다. 명백히 사람을 향했고 특정 선수를 해하려 했기 때문이다.

▲ 두산 오재원(오른쪽 두번째)이 NC전 7회초 벤치클리어링 도중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 동업자 정신 망각한 행위, 처벌수위는?

아직 장민석에 대한 상벌위원회가 열리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년 전 벤치클리어링을 벌였던 신승현과 호세는 나란히 퇴장 판정을 받았고 각각 제재금 300만원을 냈다. 이와 별도로 신승현은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24시간의 징계를 받았다.

장민석의 처벌 여부에 대해 NC 관계자는 “아직 KBO로부터 전달받은 사항은 없다”며 “만약 상벌위원회가 개최된다면 내일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민석의 경거망동한 행동이 어떤 수준의 처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김태형 두산 감독(왼쪽 두번째)이 심판들로부터 장민석의 퇴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있다.

syl015@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