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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400호 홈런, '회초리 타법'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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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400호 홈런, '회초리 타법'을 아시나요?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5.06.04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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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류수근 기자] ‘왜 남들은 힘껏 쳐도 잘 안 넘어가는데 이승엽은 툭 치는 것 같은 데 크게 넘어가지?“

3일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39)의 400호 홈런을 지켜보며 지인이 이렇게 물었다.

이 지인의 말마따나 이승엽은 타석에서 별로 힘을 들이지 않는 듯 스윙한다. 하지만 그의 방망이에 맞은 야구공은  대포알처럼 힘찬 궤적을 그리며 쭉쭉 뻗어 펜스를 넘긴다. 담장이 모자라 구장 밖에 떨어지기도 한다. 3일 이승엽 400호 홈런도 그런 넉넉한 비행거리를 자랑했다.

▲ 이승엽이 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개인통산 400호 홈런을 날리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승엽 400호 홈런을 만들어낸 배팅폼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그동안 그가 언론과 했던 발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이승엽은 일본프로야구에서 돌아온 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타격 자세에서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마치 회초리를 휘두르듯 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다. 바로 ‘회초리 타법’이다. 어린이 훈육용으로 쓰이던 회초리는 가늘고 잘 휘어진다. ‘회초리’와 일맥 상통하는 용구가 바로 말이나 소를 모는 데 쓰는 ‘채찍’이다.

세세한 훈련법을 잘 개발하기로 유명한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채찍처럼 스윙하라’는 말을 종종 쓴다. 여기서 ‘채찍’에 해당하는 단어는 우리나라말로 ‘회초리’로도 번역되는 단어다.

이승엽이 회초리처럼 스윙한다고? 언뜻 보면 말이 안되는 것 같다. 회초리나 채찍은 가늘고 낭창낭창하지만 방망이는 굵고 딱딱하다. 하지만 배터가 치는 리플레이 장면을 보다 보면 이상하게 방망이가 휘어져 보인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승엽 400호 홈런은 몸으로 체득하고 실전에 적용한 ‘회초리 타법’이 자연스럽게 발현된 결과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채찍을 사용해 본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끈 끝부분을 매듭지어 테스트해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채찍의 끝 부분에 손의 힘을 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끝이 드리워진 상태에서 손목에 강한 임팩트를 주며 휘두르는 것이다. 채찍에 힘을 뺀 상태에서 강하고 짧게 내려치면서 순간적으로 역방향으로 반동을 준다. 이 동작이 잘 이뤄지면 채찍의 끝부분에 힘이 최고조로 전달된다.

이승엽 400호 홈런 타법에 이 상태를 재현하면? 준비동작에서 스윙 전까지는 힘을 들이지 않고 있다가 맞추는 순간에 ‘윽’하고 그립을 쥔 손목에 강하게 충격을 가하며 젖힌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반동을 준다. 이때 팔을 굽힌 채 치면 큰 힘이 나오지 않는다. 팔을 최대한 폄으로써 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한다. 자연스렵게 폴로스윙이 호쾌해진다. 이런 연결 동작에서 이승엽의 힘이 볼에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폭발력을 갖게 된다.

이렇기 위해서는 테이크백, 준비동작, 임팩트, 폴로스윙 때 (왼손 타자의 경우) 좌반신에 있는 힘이 우반신으로 모두 쏠리면 안되고 어깨는 수평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벽을 만들어라'는 말도 한다.

이승엽의 400호 홈런이 나오기까지, 그라운드에서의 타격은 결코 이론으로 되지 않는다. 부단한 노력과 반복적인 스윙 연습으로 최적의 폭발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삼성 이승엽은 끊임없는 자기 훈련 과정을 통해 섬세한 ‘회초리 타법’을 깨달음으로써, 한국 프로야구사에 400호 홈런이라는 전무한 골든 이정표를 찍은 것이다.

ryus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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