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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흥행요소 '친정에 비수', 더 많아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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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흥행요소 '친정에 비수', 더 많아질 이유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6.10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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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보트-하준호 생애 최고 활약, 준척급 트레이드-'안전빵' 외인 영입으로 흐름 이어질 전망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친정에 비수를 꽂았다’란 표현이 9일 KBO리그에서 두 차례나 나왔다.

한화 선발 미치 탈보트는 대구 원정 삼성전에서 9이닝 110구를 던져 2피안타 7탈삼진 1볼넷 2실점(1자책) 승리를 거뒀다. 2012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 데뷔한 이후 37경기 만에 처음으로 맛보는 완투승이었다.

같은 시간 케이티의 하준호는 사직 롯데전에서 좌우로 쾅쾅 아치를 그리며 케이티의 7-2 승리를 견인했다. 친정팀을 상대로 생애 첫 멀티포 포함 5타수 2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롯데전 5연패를 끊어내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 김종호는 이번 시즌 삼성을 상대로 홈런 2방을 날렸다. 친정에 비수를 꽂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스포츠Q DB]

전 소속팀을 상대로 맹활약하는 스토리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일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왜일까.

◆ 넥센-NC-케이티가 불러온 바람 

넥센은 한국 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유례가 없었던 네이밍 스폰서로 구단을 운영하는 그들은 재벌 구단들처럼 많은 돈을 쓸 수 없어 효율적인 트레이드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박병호, 서건창(이상 전 LG), 김민성(전 롯데), 윤석민(전 두산) 등 주축 선수들을 모두 트레이드로 영입해 팀의 뼈대를 구축했다.

NC와 케이티의 연이은 창단으로 그늘에 있던 선수들이 기회를 잡게 된 점도 한 몫 한다. 신생팀의 선수단 구성을 돕기 위해 시행된 20인 외 특별지명은 많은 선수들의 야구 인생에 희망을 안겨줬다. 김태군, 모창민(이상 NC), 장시환(케이티) 등이다.

최형우, 박한이, 배영섭, 정형식, 이영욱, 오정복 등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했던 김종호는 NC에 둥지를 틀자마자 도루왕에 올랐고 올 시즌에도 0.314, 3홈런 21타점 18도루를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번 시즌 전까지 통산 홈런이 2개에 불과했던 그는 올해 삼성을 상대로만 2홈런을 때려냈다.

◆ 준척급 선수들의 활발한 이동 

올해만 해도 4건의 트레이드가 터졌다. 4월 8일 넥센-한화가 허도환, 이성열-양훈을 맞바꾼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6일 KIA-한화가 임준섭, 박성호, 이종환-유창식, 김광수, 오준혁, 노수광을 바꾼 것까지 준척급 선수들이 활발히 이동하고 있다.

케이티는 하준호 외에도 센터 라인의 핵심인 포수 장성우를 받아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계투진이 아킬레스건이었던 롯데는 이성민의 합류로 숨통을 틔웠다. 한화는 임준섭과 이종환을, KIA는 유창식을 꾸준히 경기에 내보내고 있다.

원 소속팀에서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한 이들에게 살 길을 찾아주기 위한 취지로 시행된 2차 드래프트도 있다. NC 이재학과 롯데 김성배를 잃어본 두산 팬들은 두 선수가 친정팀을 향해 스트라이크를 꽂을 때마다 묘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준척급 선수들의 트레이드가 활발해짐에 따라 케이티 하준호처럼 빛을 보는 선수들이 대거 생겨날 전망이다. 하준호는 9일 사직 롯데전에서 생애 첫 멀티포를 날렸다. [사진=케이티 위즈 제공]

◆ ‘안전빵’ 외인 선택 

‘안전빵’ 외인을 다시 영입하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외국인 투수 잔혹사로 뒷목을 잡았던 한화는 모험보다는 안전을 택했다. 삼성에서 뛰었던 미치 탈보트, 롯데에서 활약한 쉐인 유먼과 계약한 것은 최소한 로테이션만이라도 거르지 말아달라는 주문이나 다름없었다.

크리스 옥스프링(케이티)도 마찬가지. LG, 롯데를 거친 그는 막내 구단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헨리 소사(LG)는 KIA, 넥센을 거친 후 쌍둥이 유니폼을 입었다. LG서 뛰었던 브래드 스나이더(넥센)도 지난해 포스트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목동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 6일 퇴출 통보를 받은 찰리 쉬렉이 돌아오지 말란 법도 없다.

야구팬들은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다’는 이 표현을 앞으로도 자주 접하게 될 것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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