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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변호인' '카트' 잇는 뜨거운 목소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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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변호인' '카트' 잇는 뜨거운 목소리 [리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6.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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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13구역. 영세 상인들은 보상 절차 없이 철거를 강행하는 경찰과 용역에 맞서 1년 동안 투쟁을 계속한다. 강제 진압작전 도중 철거민 박재우(이경영)의 16세 아들 신우가 사망한다. 20세 진압경찰 김희택은 박재우의 손에 목숨을 잃는다. 신우를 죽인 범인으로 지목된 철거 용역은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경찰 살인범이 된 박재우는 용역이 아닌 경찰이 아들을 죽였다며, 정당방위에 의한 무죄를 주장한다.

 

박재호 사건을 맡게 된 2년차 국선변호사 윤진원(윤계상)은 선배인 이혼전문 변호사 대석(유해진), 일간지 사회부 기자 수경(김옥빈)과 함께 사건을 파헤쳐 간다. 그리고 경찰 작전 중에 벌어진,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건이라며 국민참여재판 및 ‘100원 국가배상 청구소송’이라는 승부수를 띄운다.

용산참사를 모티프로 한 손아람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소수의견’(감독 김성제)은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물은 ‘변호인’(2013),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한 ‘카트’(2014)의 궤적을 잇는 상업영화로 국가와 법, 정의에 대해 직설화법을 날린다.

2년이 지나서여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영화는 사운드를 덜어낸 채 느린 화면으로, 불과 물이 난무하는 철거현장을 잡아내며 시작한다. 21세기 도심 한복판에서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극렬히 저항하는 철거민, 국가의 명령으로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나선 젊은 전투경찰의 대치는 초현실적인 풍경으로까지 비친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내세운 청와대, 경찰, 검찰, 시와 건설사는 살인사건을 조작·은폐하며 현실의 풍경을 그려간다.

특히 사건을 덮기 위해 서북부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을 키우라는 청와대의 e-메일 홍보 지침을 부각시키는 대목은 용산참사 당시, '강호순 사건'으로 여론을 무마하라는 e-메일 홍보 지침을 내렸던 사례와 포개진다.

골리앗에 저항하는 다윗마냥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 뛰어든 세 남녀의 고군분투는 패배가 불을 보듯 뻔했지만, 언론 및 야권을 활용한 두뇌 플레이와 사건 관련자들의 도움에 힘입어 조금씩 성취를 이뤄간다.

 

‘소수의견’은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와 캐릭터를 보여준다. ‘용산’을 목격하고 ‘세월호’와 ‘메르스’를 겪은, 참사의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으로부터 ‘국가란 무엇인가’ ‘법과 정의는 누구 편인가’란 공감을 충분히 얻을만하다.

하지만 잡다한 에피소드와 캐릭터, 표현들이 극 자체가 지닌 간명한 메시지의 힘을 경감시키는 점은 아쉽다. 정치적 잇속이 우선인 야당 국회의원, 셈이 빠른 대형 로펌, 입장을 바꾸는 시민단체 사무장, 철거용역업체 배후의 큰손 등은 산만하다. 박재우의 국선변호인에서 잠시 제외된 뒤 진원이 맡게 된 살인교사 사건 변론 역시 그의 갈등을 드러내는 에피소드라기보다 생뚱맞은 느낌이다. 오히려 법정 안 팽팽한 공방이나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국가기관의 음모에 좀 더 집중했더라면, 할리우드 명품 법정스릴러 못지않은 작품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지방대 출신에 보잘 것 없는 경력, 대형로펌 입성을 꿈꾸는 윤진원 역 윤계상은 호연을 펼쳤다. 386운동권 출신의 속물 이혼변호사 대석 역의 유해진은 “역시나 유배우”란 감탄이 나올 만큼 따뜻한 인간미와 웃음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주조연급 배우들의 연기 향연이란 수사가 무색하지 않게 이들의 연기는 매우 좋다. 대찬 사회부 기자를 적역으로 소화한 김옥빈과 전형적이지 않은 여검사 표현술을 보여준 오연아, 중견 이경영 김의석 권해효 장광 김종수, 충무로의 라이징 스타 엄태구 조복래에 이르기까지 인상적인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보통의 법정드라마에서 감정이 최고조로 차오르는 장면은 누명을 벗은 피고의 눈물이거나 천신만고 끝에 승리한 변호사의 환희다. 반면 ‘소수의견’은 아들을 잃은 채 피고인석과 증인석에서 마주한 두 아버지의 눈물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6월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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