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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여배우 천우희, 연기와 '접신'하다 [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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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여배우 천우희, 연기와 '접신'하다 [인터뷰]②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7.07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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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스릴러 '손님'에서 선무당 미숙 연기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지난해 한국영화계에 강펀치를 날렸던 ‘한공주’ 천우희가 기대에 찬 시선 속에 당당히 돌아왔다.

판타지 스릴러 ‘손님’(7월9일 개봉)에서 전쟁통에 남편과 아이를 잃은 뒤 고립된 마을 풍곡리를 지키는 무녀 역할을 강요받는, 파란만장 미숙을 연기한다. 쿰쿰한 신(Scene)의 갈피마다 천우희가 일으키는 온화한 바람은 영화에 바투 다가서게 한다.

 

‘손님’은 독일 전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모티프 삼아 시공간적 배경을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0년대, 외딴 산속 마을로 옮겨 놓는다.

“후반부 신내림을 하며 접신이 이뤄지는 장면에선 무녀의 진짜 언어나 행위를 하면 연기상 어긋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현장엘 갔죠. 평소에도 감정신을 연기할 때 미리 분위기를 잡기보다 릴렉스하는 편이거든요. 주변에서 ‘이제 눈 뒤집나?’ 시끌벅적했는데 ‘슛’ 하는 순간, 저를 놔버렸어요. 아무런 계산 없이. 끝나고 주변 공기를 체크하니 싸아~ 하더라고요. 나쁘지 않았구나, 여겼죠.”

미숙의 감정이 응축된 이 장면은 테스트 촬영, 리허설, NG 없이 ‘한 방’에 갔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고, 시사에서 이를 본 관객들은 신들린 듯한 연기에 혀를 내둘렀다.

미숙을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스태프들의 권유로 한때 엄마였던 실루엣을 드러내기 위해 무조건 먹어가며 5kg의 체중을 늘렸다. 즐거운 증량이었다. 영화에선 미숙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기에 대사 한줄, 분위기로 이를 메웠다.

어떻게 해야 표현을 잘 할까 고민하다가 단순하게, 표면적으로 드러내기로 했어요. 의기소침한 모습, 주눅 든 모습으로요. 우룡의 아들 영남(구승현)과 함께하는 장면에선 모성애를 배치했고요. ‘설정’에 대해 감독님과 대화를 나눌 때 배우에겐 왜가 중요하므로, 전 당위성을 많이 얘기했던 것 같아요. 저 자신과 감독님에게. 감독님의 경우 상대 의견을 많이 수용해주시면서 배우에게 맡기는 편이었고요.”

 

‘손님’에서 천우희는 걸출한 40대 남자배우 2명과 긴밀한 호흡을 나눈다. 마을에 찾아든 이방인인 떠돌이 악사 우룡 역 류승룡과는 풋풋한 로맨스를, 마을을 지배하는 촌장 역 이성민과는 폭압적인 지배-피지배 관계를 스크린에 구현한다.

성격은 대조적인데 노련미, 에너지, 인간미는 동일하세요. 다른 결의 섬세함이 대단하시고요. 두 분 다 의외성이 많은 배우들이라 함께 연기하는 재미가 컸어요. 류승룡 선배님과의 방안 장면은 교감이 많이 이뤄져 애정이 많이 가요. 17세 나이차가 나는 선배님께선 ‘키스신이나 애정신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농을 건네셨으나 단칼에...후후...이성민 선배님은 ‘이게 더 좋지 않아?’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낫나?’ 등 많이 물어봐 주셨고요.”

‘손님’은 원작과 동일하게 약속에 관한 메시지를 녹여낸 영화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파국을 미스터리하고도 잔혹하게 그려낸다.

“해석은 제각각이겠으나 전, 이 영화의 키워드가 인간의 두려움과 이기심이 아닐까 싶어요. 생존 본능이 만들어내는 두려움과 이기심이 집단 광기, 촌장의 독재, 이념의 대립을 불러일으키니까요. 두려움이라는 게 한 가지 형상이 아닌 이방인, 쥐떼, 무속 신앙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도 흥미롭고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독창적이다’ ‘특색 있다’라고 느낀 것도 이 때문이지 싶단다. 원래 동화의 모습을 한국전쟁 직후에 대입, 한국의 토속적인 색깔을 담아 공간감 있게 배치한 게 마음에 들었다고 전했다. 영화에 잔뜩 등장하는 쥐떼에 대해선 “생각보다 혐오스럽진 않아요. 공포심읭 극적 효과이기에 적당한 재미와 스릴을 준다”고 덧붙였다.

‘손님’에서 한복과 무녀복을 번갈아가며 입어야 했던 천우희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해어화’(감독 박흥식)에서는 노래에 천부적 재능을 지닌 기생 역을 맡아 화려한 한복으로 성장한다.

“교복(한공주), 마트복(카트), 무복(손님) 등 전문복만 입고 연기하고 있어요. 이젠 현시대의 생활복을 입고 싶어요”라고 절규(?)한다.

인터뷰 말미, 좋은 배우의 덕목을 질문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일상의 인성인 것 같다”고 즉답했다. 이를 위해 감사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소소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려 한다. 사람, 사물, 사건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생각을 많이 하려 애쓴다. 이를 통해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확신이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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