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29 20:53 (수)
[여적(餘滴)] 김광한 별세, '유능하고 인기있는 DJ 조건 10' 갖춘 완전체였다
상태바
[여적(餘滴)] 김광한 별세, '유능하고 인기있는 DJ 조건 10' 갖춘 완전체였다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5.07.11 0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류수근 기자] 김광한 씨의 갑작스런 별세 소식에 울컥 목이 메었다. 그는 고교시절과 대학시절 필자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라디오를 통해 팝아티스트의 삶과 근황, 곡이 탄생한 배경과 함께 들려주는 팝넘버를 들으며 꿈과 낭만을 키웠다. 그때는, 추억의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더라도 김광한같은 디제이(DJ)를 동경하며 팝음악 몇 곡쯤은 흥얼거렸고, 팝명반 몇 개정도는 제법 자세히 꾀고 있었다.

▲ DJ 겸 팝 칼럼니스트 故 김광한 씨가 지난 6일 심장마비로 별세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삼육서울병원 장례식장에 고인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한국의 3대 DJ로 불린 그는 지난 1966년 FBS 'FM 히트퍼레이드' DJ로 데뷔, 애청자들의 사랑으로 국민 DJ로 자리매김했다. 발인은 11일 오전 10시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김광한씨가 별세했다는 비보를 접하니 문득 지난날의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다. 책장을 뒤지니 구석에 색바랜 책 두 권이 눈에 들어왔다. ‘DJ 대백과’ 1, 2권(장민욱 편저, 대완도서)이다.

판권을 보니 1992년 3월 10일 초판 발행이라고 적혀 있다. 1권은 385쪽, 2권은 401쪽이다. 1권에는 ‘DJ이론·실무/팝 뮤직/오디오 해설’, 2권에는 ‘365일 DJ 멘트’라고 씌어 있다.

이 책을 보니 20대의 기억이 되살아 났다. ‘DJ 대백과’를 갖게 된 계기는 바로 김광한씨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그의 FM 방송을 들으며 “나도 디제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팝아티스트와 팝음악 리스트를 외우며 음악다방에도 종종 들렀다.

디제이 김광한의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목소리와 부담없고 유연한 영어 발음, 그리고 폭넓은 지식에 감탄하곤 했다. 하지만 말하는 재주도 없었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던 필자는 디제이의 꿈을 내려 놓았다. 신문사 입사 후 대학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되살리며 장만했던 책이 바로 ‘DJ 대백과’였다.

방송담당 새내기 시절, 딱 한 번이었지만 선망하던 ‘DJ 김광한’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그 분과의 대면은 길지 않았지만 그 여운은 지금까지도 길게 남아 있다. 그는 라디오에서 들었던 이미지 그대로였다. 중후함까지 갖춰 더 멋졌다.

위대했던 DJ의 별세 소식은 가슴 한켠을 먹먹하게 만든다. 불현듯 필자의 '단상(斷想)의 김광한’을 설명하고 싶어졌다. ‘DJ 대백과’를 훑어보니 그의 생전 됨됨이를 대변이나 하는 듯한 'DJ의 조건'이 눈에 띈다. ‘유능하고 인기있는 DJ가 되기 위한 조건 10가지’이다. 필자가 듣고 만난 김광한씨의 모습은 10가지  DJ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 ‘완전체’였다는 생각이 든다.

▲ 유능한 DJ 이전에 성실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 선천적인 끼(feel, 소질)를 발휘하라. 선천적인 끼를 갖지 못한 사람은 후천적인 노력을 경주하며 끼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 DJ라는 직업은 절대 화술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 마이크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 음악을 남달리 접하거나 듣고, 음악을 느끼며 평할 수 있어야 한다. ▲ 대중음악에 관한 한 해박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 ▲ DJ에게 있어 지식과 화제의 폭엔 일정한 범위가 있을 수 없다. ▲ DJ에게 있어 대화의 상대 또는 소재의 대상은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다. ▲ 자기가 아닌 타인을 먼저 의식하고, 주로 말하는 쪽의 DJ 이전에, 들어주는 쪽의 DJ가 되어야 한다. ▲ DJ의 사생활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절대 극비에 부쳐야 한다.

'DJ 김광한'은 우리 곁을 떠났다. 하지만 별세라는 슬픔을 넘어, 그의 DJ로서의 열정과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 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는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