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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라이언에서 '배우' 주종혁으로, 연극 도전 '데스트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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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라이언에서 '배우' 주종혁으로, 연극 도전 '데스트랩'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7.11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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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이건 당신 아이디어였어요! 난 이걸 내가 혼자 완성했다고 생각한 적 없다구요. 우리는 아주 좋은 한 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브륄과 앤더슨!”

힘차고 빠른 대사가 막 터진 샴페인의 포말처럼 소극장에 하얗게 튀어 올랐다. 훤칠한 체구에 날카로운 마스크, 야망으로 이글거리는 눈빛의 배우 주종혁(32)이 거기 서 있었다.

스릴러 연극 ‘데스트랩’(8월30일까지·DCF대명문화공장 2관)은 1978년 미국 코네티컷 웨스트포트의 한 저택을 배경으로 한때 유명했던 중년의 작가 시드니 브륄과 그의 젊은 제자 클리포드 앤더슨이 데스트랩이라는 희곡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갈등과 짜릿한 반전을 담았다.

 

국내에선 성공적인 초연과 재연에 이어 세 번째로 무대에 올라 시드니 브륄 역 김도현 박윤희 강성진 임철형, 클리포드 앤더슨 역 주종혁 이충주 윤소호 김재범 임범근의 멀티 캐스팅으로 열기를 지피고 있다.

아이돌 그룹 파란의 리드보컬 라이언에서 뮤지컬배우 주종혁으로 성공적 변신을 한 그가 무대 상륙 8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하는 연극이란 점도 눈길을 끌었다. 주종혁은 첫 연극이란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한 젊은 작가 지망생을 다부지게 소화해내고 있다.

“뮤지컬과 연극이 예상보다 많이 다르더라고요. 집중도, 긴장이란 면에서 많이요. 노래할 때 몰입이 잘 돼서 집중력은 뮤지컬이 더 크고, 연극은 캐릭터와 연기로만 살아 숨 쉬어야 해서 머리끝이 쭈뼛 서는 긴장과 더불어 희열이 느껴져요.”

‘데스트랩’의 시나리오에 먼저 매료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팽팽한 긴장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스치듯 지나가는 액팅과 짜임새 있는 구조 틈틈이 드러나는 단서 등 완성도 높은 텍스트의 에너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클리포드 역은 시크하면서 나쁜 남자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극에선 클리포드에 대한 설명이 별반 없어요. 전 그의 나이, 순탄치 않았던 성장 환경, 이상과 현실의 괴리, 암울한 상황 등 전사가 많은 클리포드이고 싶었어요. 그래야 설득력이 있을 테니까. 1막과 2막에서 열정이 추악한 욕망으로 변질되는 클리포드의 감정을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죠.”

 

이 작품은 대사량도 많은 뿐더러 속사포처럼 대사처리를 해야 한다. 대사 암기력이 좋기로 소문난 주종혁은 불과 3일 만에 대본을 다 외웠으나, 1주일 동안 연습에 참여하면서 애초의 의지가 ‘광탈’하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출연 계약서를 쓰지 않은 채 버텼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란 회의가 엄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을 기용해준 제작사 아시아브릿지컨텐츠의 최진 대표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았다.

“무대를 계속 지키는 시드니와 달리 클리포드는 들어 왔다 나갔다를 반복해요. 또 워낙 진행이 빨라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으므로 무대에 있는 순만큼은 뭐든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발걸음에서조차 의미가 없다 싶으면 덜어내려 했고요.”

복지센터에서 원치 않는 일을 하면서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는 28세 청년 클리포드. 주종혁과 닮은 구석은 없을까. 배우는 누구나 자신의 내면 가운데 비슷한 면을 꺼내 증폭하곤 하니까.

“처음엔 닮은 구석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전 아이돌 시절부터 돈, 인기, 성공에 대한 욕망이 없었거든요. 클리포드의 경우 성공에 대한 열망이 그를 죽인 거고요. 군제대하고 서른 살 무렵, 쉬고 있던 시간이 행복했거든요.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기에 잠시 멈춰 나를 채워가던 시기였으니까요. 그런데 주변에선 ‘활동 안 하냐”며 자꾸 압박하더라고요. 클리포드 역시 주변의 압박에 시달렸겠죠? 그러면 선택을 지혜롭게 하기 힘들잖아요. 그도, 나도 경주마처럼 시야가 좁아졌을 거예요.”

 

클리포드가 잘못된 선택을 했듯, 주종혁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제대 후 뮤지컬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압박감에 뮤지컬을 하던 중간에 드라마로 방향을 틀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주종혁은 “돌아보면 내 의지대로 해야 인생이 순탄한 것 같다”며 “이제는 그런 데서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털어놨다.

무대에서 주종혁은 배우 김도현과 박윤희라는 서로 다른 시드니를 상대한다.

“완전히 다른 시드니를 만나는 느낌이에요. 박윤희 선생님이 안정적 진행을 하신다면, 김도현 선배님은 변칙적이고 에너지 가득한 무대를 연출하세요. 희곡 ‘데스트랩’을 핑계로 둘이 싸움을 벌일 때 도형이 형과 하면 2시간이 채 안 되는 상연시간이 2시간12분까지 늘어나요. 여러 아이디어가 나와서 매력적이죠. 살아있는 느낌을 얻어요.”

온갖 무대를 경험했던 가수 출신이라 처음부터 무대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햇수를 거듭할수록 무대가 점점 두려워진다. ‘데스트랩’도 2회, 3회째 공연으로 갈수록 자책이 심해지고 있다.

“어머니께서 언젠가 ‘넌 실수하면 안 돼’란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실수를 최대한 줄이고 최상의 모습으로 타율을 높이는 게 프로잖아요. 항상 높은 퀄러티의 무대를 보여줘야 해서 하면 할수록 어렵고 부담이 커지는 게 사실이에요.”

연기자로 전환한 뒤 따로 연기레슨을 받지 않고, 연출과 선배들의 조언을 새겨들으며 무대에서 연기를 배웠다. 열성 팬이 전해준 “욕심을 버리고 연습을 그만 해라‘란 조언을 금과옥조처럼 가슴에 품고 지낸다. 자신을 믿은 채 힘을 빼고, 무대에서 순간순간 놀 수만 있다면 최상의 연기가 나올 거란 확신 때문이다.

 

“더 힘 빼고...더 자유롭게 놀아 보려고요. 그래서 이번 주엔 미리 대사도 점검하지 않고, 공연에서 (대사가)씹히든 말든 유연하게 해보려고요. 신(Scene)에 대한 목표만 분명하다면, 그 안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면 되거든요. 공연마다 한 가지 미션만 완수하면 발전하는 거잖아요. 이번 작품에선 ‘유연해지자!’예요. 유연해지기 좋은 캐릭터를 만난 건 제 행운이고요.”

찬찬히 이야기를 듣다보니, 가수 라이언을 배우 주종혁으로 만든 8할은 긍정 에너지다. 학창시절부터 연기를 해온 배우들에 대한 열등감이 전혀 없다. 오히려 자신만만하다.

“그들은 저보다 먼저 아는 것일 뿐이잖아요. 전 알아가면 되는 거고. 그간 가수와 무대활동이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므로 언젠가는 결과를 낼 거라고 여겨요. 부끄러워할 필요가 있나요? 대신 겸손해야 상대에게 배울 수 있으므로, 겸손함이 가장 큰 미덕이겠죠.”

■ Who’s 주종혁?

1983년 10월19일/ 중앙대 예술대학원 공연영상학 석사 과정/ 2005년 남성그룹 파란 리드보컬로 데뷔/ 2010년 뮤지컬 ‘즐거운 인생’으로 데뷔/ 공군 연예병사 복무/ 뮤지컬 ‘톡식 히어로’ ‘금발이 너무해’ ‘사랑은 비를 타고’ ‘빈센트 반 고흐’ ‘비스티 보이즈’ ‘아가사’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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