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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썸머 나잇' 김동욱 "남자배우에게 베드신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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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썸머 나잇' 김동욱 "남자배우에게 베드신은..."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7.12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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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깔끔한 이미지의 배우 김동욱(32)이 조금씩 흐트러지고 있다. 군 입대 직전 에로틱 사극 ‘후궁: 제왕의 첩’(2012)에서 과감한 노출과 베드신을 보여줘 놀라움을 안겨줬던 그가 제대 후 첫 작품으로 정통 코미디 영화를 선택했다.

오는 7월16일 개봉하는 ‘쓰리 썸머 나잇’(감독 김상진)에서 사법고시 합격을 꿈꾸는 만년 고시생 차명석 역을 맡아 고교친구인 구달수(임원희), 왕해구(손호준)과 함께 부산 해운대 행으로 일탈을 꾀한다. 개봉을 앞두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지금은 변신 중’인 김동욱을 노크했다.

김동욱이 군 제대 후 정통 코미디영화 '쓰리 썸머 나잇'으로 돌아온다. 화려한 일탈을 꿈꾸며 해운대로 떠난 세 친구인 만년 고시생 명석(김동욱), 콜센터 상담원 달수(임원희), 제약회사 영업사원 해구(손호준)가 눈을 떠보니 조폭, 경찰, 여친에게 쫓기는 신세가 돼 겪는 3일 밤의 이야기를 그린 코믹 어드벤처 무비다

영화 ‘후궁: 제왕의 첩’에서 김동욱은 성원대군 역을 맡아 사별한 형수 화연(조여정), 화연의 몸종 금옥(조은지)과 격렬한 베드신을 연달아 찍어 관객을 놀래켰다. 동안의 슈거보이가 시도한 전라 노출과 수위 높은 정사장면은 한동안 화제가 됐다. 이를 통해 김동욱은 흔히 말하는 ‘상남자’ 연기도 가능한 배우로 '업그레이드'됐다.

“당시 '곧 30대가 되는데 이 시점에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배우로서 힘들겠구나'란 판단을 했다. 일종의 도전이었다. 노출과 베드신이 있다는 건 알았으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후궁’은 매 촬영이 감정 신(Scene)이었다. 가볍고 편하게 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가지 대본을 보며 생각하고, 감독님과 대화를 나눠야 했다. 촬영 전날엔 새벽 3~4시까지 자질 못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많이 지쳤다. 남자배우에게도 베드신은 많이 힘들다. 이번 '쓰리 썸머 나잇'엔 없어서 다행이었다.”

군 제대 후 빨리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런데 전작 ‘후궁’ 탓에 캐릭터, 작품 분석이 힘들었다. 쉽게 접근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원하던 차에 유일한 코미디 시나리오인 ‘쓰리 썸머 나잇’이 눈에 뛰었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가볍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그게 좋았다. 코믹 캐릭터는 처음이 아니다. 그간 까불까불하고 망가지는 인물은 종종 했다. 정통 코미디는 처음이라 부담은 있었으나 임원희 선배나 호준이에 비해 코미디를 제일 안 하는 역할이라 웃음에 대한 압박이 없었다. 그들의 코믹연기를 잘 살려주기 위해 호흡에 신경만 쓰면 됐다.”

 

극중 명석은 똑똑하고 리더십이 강하다. 고교생 시절, 여학생들을 괴롭히는 바바리 맨을 끝까지 추격해 검거하는 정의로운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난 명석이처럼 수퍼 히어로를 꿈꾸는 정의의 사도는 아니었다. 그냥 평범했다. 다만 해구, 달수와 같은 오래된 베프들은 있다. 초등학교 친구들인 3명과는 지금도 만난다. 자주 보진 못해도 전혀 거리감이 없다. 그냥 서로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친구들과 쌓은 20년 넘은 추억이 이번 작품, 캐릭터를 구상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아, 친구들이 영화에서처럼 내 여친을 반대한다면? 정말 많이 속상할 것 같다. 친구들에게 어떻게 비쳐지기에 인정받지 못하는 걸까 싶어 괴로워하지 않겠나.”

세 주인공처럼 일탈을 시도했던 적은 없었을까. 평범한 학생과 모범생 사이에 존재했을 것 같은 느낌이라 별 기대 없이 질문을 던졌다.

“중고교 시절엔 수업 땡땡이치는 정도였고, 대학(한예종 연극원) 시절엔 친구들을 꼬셔서 강의 대신 낮술을 마셨던 것 외엔 별반 없다. 하고 싶은 게 있었다면 했을 거다. 딱히 없어서 제대로 시도를 못했다. 데뷔 이후엔 빡빡한 스케줄과 수면 부족 탓에 ‘확~도망가?’ ‘잠수를 타버려?’란 충동에 빠져들기도 했다. 하지만 겁이 나서 감히 시도하질 못했다. 후후.”

극중 해운대의 물 좋은 나이트클럽에 입장하기 위해 김동욱 임원희 손호준이 시스루, 비키니 차림의 여장을 한 채 등장해 포복절도케 한다.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은 김동욱은 메이크업과 여장이 썩 잘 어울린다.

 

“과거 시트콤과 영화에서도 여장은 했던 적이 있다. 물론 비키니를 입은 건 처음이다. 낯설었으나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면 제일 이뻐 보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웃음) 트랜스젠더 이야기를 다룬 록 뮤지컬 ‘헤드윅’의 경우 여장을 해야 하는데 예전부터 정말 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다만 풋풋하고 예쁜 헤드윅이 아닌,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토해낼 수 있는 30대 이후가 됐을 때 도전하고 싶었다. 오만석 윤도현 김재욱 최재웅의 ‘헤드윅’을 관람한 적이 있다. 배우의 역량을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이제 슬슬 준비를 해야지 싶다.”

군 제대 후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과거엔 일과 작품에만 골몰해 ‘재미없는’ ‘폐쇄적인’ ‘드라이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한결 넉넉해졌다.

“전엔 내 안에 많이 갇혀 있었다. 이젠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데 있어 많이 열려 있음을 느낀다. 여유가 있어진 거다. 전에는 작품 분석도 내 안에서만 고민하며 답을 찾았다. 내가 생각하는 게 다 맞는 것도 아님에도. 이젠 한계와 오류를 인정한다. 스스로 해결하기 힘들면 외부의 의견을 듣고, 도움을 얻으면 되는 거니까. 이러다보니 훨씬 폭이 넓어졌다.”

‘쓰리 썸머 나잇’ 개봉 이후에는 8월25일 개막하는 창작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에 똑똑하며 욱하는 성격의 동생 주봉 역으로 무대에 선다.

“음악도 좋지만 단순 명확한 이야기라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다. 1막은 재미나고 2막은 슬프다. 그 흐름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 뭘 전하고자 하는지 명료하게 이해가 된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으면서 웃음과 감동이 공존한다. 신파적 가족 이야기를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하는 작품이라는 점이 대단하게 여겨진다. 기회가 되면 우유부단한 형 석봉 역을 해보고 싶다.”

 

특정 스타일의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고집은 없다. 스스로 매력을 느끼고 욕심이 나는 역할이 오기를 기대할 뿐이다. 굳이 정리하자면 뮤지컬·연극은 명확한 메시지를 선호하고, 영화는 열어놓는 편이다.

여름휴가 시즌에 개봉하는 ‘쓰리 썸머 나잇’은 지친 일상을 박차고 나온 세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김동욱이 열망하는 여름 휴가지는 어딜까. 필리핀 영 천혜의 섬 팔라우를 지목한다. 스킨스쿠버 포인트로 유명한 섬이라서다.

“스킨스쿠버 강사 출신 배우 김선혁의 권유로 스킨스쿠버 교육을 받은 지는 몇 년 됐는데 작품 때문에 바빠서 바다에 가질 못하다가 올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스킨스쿠버는 위험한 스포츠지만 배우에게 가장 좋은 스포츠다. 바다 속은 굉장히 고요해서 호흡 소리만 들린다. 어떻게 호흡하고 움직여야 하는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호흡으로 움직임을 컨트롤하는 스포츠라 어떻게 숨 쉬고 내뱉으며 신체를 움직이면 되는 가를 익힐 수가 있다.”

20대엔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했다. 대중으로부터 “20대 때 좋았는데 30대가 돼서도 계속 잘 가고 있구나”란 평가를 듣고 싶단다. 막강 40대 배우들과 한류스타들로 포진한 20대 배우 사이에 낀 30대 배우로서 위기의식은 없을까. 김동욱은 말간 얼굴로 대답한다. “경쟁 혹은 응원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건 시너지 효과 면에선 장점이고, 부담감이란 면에선 단점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들 사이에서 내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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