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2 09:45 (목)
'마이 리틀 텔레비전' 재미없는 생중계도 기사회생시킨 편집의 힘 (뷰포인트)
상태바
'마이 리틀 텔레비전' 재미없는 생중계도 기사회생시킨 편집의 힘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08.23 0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원호성 기자]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한 뒤, 1주일 후 방송에서는 생중계 영상을 편집한 영상을 내보내겠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방송 포맷이 처음 공개될 당시 시청자들은 솔직히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이미 인터넷 생중계로 방송 전체가 공개됐는데, 과연 그 이후에 다시 편집본 영상을 볼 사람이 있을까 라고 말이다.

22일 방송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그런 시청자들의 의문을 불식시켜주기에 충분했다. ‘마리텔’은 인터넷 생중계는 채팅창을 가득 채우는 네티즌들의 드립과 편집되지 않은 영상이 선사하는 신선함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본방송은 본방송대로 인터넷 생중계에서는 볼 수 없는 참신한 드립을 발굴하고 CG와 자막으로 신선한 재미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하지만 22일 방송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백종원 하차 이후 줄곧 제기된 인터넷 생중계의 질적 하락이 큰 문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본방송에서는 전혀 그런 부분을 느낄 수 없게 만들어준 편집의 힘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 22일 방송된 '마리텔' 방송 모습, 짜장라면을 시식중인 오세득 셰프, 시간을 돌리는 카드마술을 선보인 이은결, 살인사건 현장 조사에 나선 김구라, 황재근 디자이너의 패션쇼에서 블랙 위도우 흉내를 낸 기미작가, 택배박스에 그림을 그리고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는 김영만 [사진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지난 주 15일 방송된 MLT-09 전반전은 본방송조차도 편집으로 메우기 힘든 ‘재미없음’을 보여주며 ‘마리텔’이 처한 위기를 여실히 드러냈었다. 새로 투입된 오세득 셰프는 제대로 된 요리 하나 완성시키지 못하고 헤맸으며, 추억 콘텐츠를 앞세운 ‘김영만 열풍’도 불과 한 달만에 사그라지며 5위까지 내려앉는 수모를 당했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이라는 콘텐츠를 들고 나온 김구라가 ‘마리텔’ 방송 시작 이후 처음으로 2위를 차지하며 선전을 펼쳤지만, 다른 의미로 생각하면 그만큼 다른 출연진들의 콘텐츠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는 상황.

재미가 떨어졌다는 우려 속에 22일에는 MLT-09 후반전이 방송됐다. 그리고 ‘마리텔’ 제작진은 재미가 떨어졌다는 평판을 의식이라도 하듯, 과감하게 쳐낼 것은 쳐내고 속도감을 살리는 편집으로 비록 인터넷 생중계는 재미없더라도 본방송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 결과 이날 본방송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이은결과 김구라, 가장 큰 피해자는 김영만과 오세득이었다. 이은결은 일명 ‘야바위’라고 불리는 ‘컵&볼’ 마술과 함께 시간을 되돌리는 카드마술, 그가 새롭게 개발한 핑거 마술 등을 선보이며 여전한 입담과 함께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구라 역시 ‘화성 연쇄 살인 사건’으로 진행한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서는 가상의 살인사건을 설정해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며 호기심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김구라의 후반전은 인터넷 생중계의 단조로운 카메라에서는 결코 확인할 수 없는 다양한 앵글까지 더해지며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묘미도 만들어냈다.

반면 오세득 셰프와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은 방송의 상당부분이 편집되는 아쉬움을 겪어야 했다. 오세득 셰프의 경우 전반전에서 선보인 인도 카레 만들기가 통편집됐고, 후반에도 캘리포니아 쌈과 마늘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는 대부분 편집되고 그나마 짜장라면 만들기만 겨우 분량을 얻어냈다. 디자이너 황재근도 런웨이는 제법 방송분량이 나왔지만 그 외에는 그다지 방송분량이 충분한 편은 아니었고, 그나마도 대부분 옷을 피팅하거나 수선하는 장면이어서 전반전과 큰 차별점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이런 과감한 편집이 있었기에 22일 방송된 ‘마리텔’은 시청자들이 숨 돌릴 틈 없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 방송으로 인해 ‘마리텔’은 백종원이나 이은결처럼 인터넷 생중계에서도 쉴 새 없이 토크를 터트리며 재미를 주는 출연자가 아니더라도 본방송에서는 편집을 통해 어떻게든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어냈다.

▲ 22일 방송된 '마리텔' 최종 순위 1위 이은결 2위 김구라 3위 오세득 셰프 4위 황재근 디자이너 5위 김영만 [사진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22일 ‘마리텔’에서 공개된 MLT-09의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예상대로 처음부터 1위를 독주한 이은결이 지난 MLT-08에 이어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지만, 김구라의 2위 등극, 그리고 김영만의 5위 추락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을 것이다. MLT-07에서 절대강자인 백종원을 누르고 종이접기의 힘으로 1위를 차지한 김영만은 방송 3회 만에 5위를 차지하며 ‘마리텔’을 떠났다. 김영만이 선사한 추억 콘텐츠는 강렬하게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지만 그 유효기간은 불과 한 달이었다.

이제 23일 다음 TV팟을 통해 진행될 MLT-10을 통해 ‘마리텔’은 한층 더 위험한 모험에 나선다. 5위를 차지한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외에도 백종원이 하차한 지금 사실상 ‘마리텔’의 기둥 역할을 해주고 있는 마술사 이은결도 23일 인터넷 생중계에서 제외된 것이다. 23일 진행되는 MLT-10의 출연자는 기존의 오세득 셰프, 황재근 디자이너, 김구라 외에 학습만화계의 거장 김충원 화백과 ‘댄싱 위드 더 스타2’의 우승자인 스포츠 댄스 선수 박지우가 새롭게 합류할 계획이다.

23일 인터넷 생중계 이후 상세한 결과가 나오겠지만, MLT-10의 출연진은 ‘마리텔’ 제작진에게도 큰 모험이다. 콘텐츠는 부실해도 고정적인 시청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아이돌 가수 출연진도 없고, 새로 합류하는 댄서 박지우나 김충원 화백은 네티즌들에게 인지도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거기에 백종원과 이은결이라는 ‘마리텔’의 두 기둥이 둘다 출연하지 않는 것도 ‘마리텔’ 방송 시작 이후 처음인 상황이다. 과연 이런 상황 속에서도 ‘마리텔’은 다음 주 방송에서 여전히 편집을 통한 ‘꿀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마리텔’ 제작진의 능력은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험대 위에 오르게 된 셈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