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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베테랑'] '베를린'으로 인해 탄생한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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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베테랑'] '베를린'으로 인해 탄생한 '베테랑'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8.29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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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동서분단의 상징인 베를린을 배경으로 남북 첩보원들의 대결을 그린 ‘베를린’(2013)은 천만영화 ‘베테랑’의 모태와 같은 작품이다. 첩보 액션 스릴러 ‘베를린’이 있었기에 범죄 오락 액션영화 ‘베테랑’이 탄생할 수 있었다.

독립영화에서 출발, 액션장르에서 강렬한 인장을 찍어온 류승완 감독은 작품마다 B급 정서를 드러냈다. 그랬던 그가 처음으로 주류 상업영화의 최정점인 블록버스터 물에서 자신의 장기를 발휘했다.

남북 분단 소재의 한국형 첩보 스릴러 ‘베를린’은 화려한 캐스팅(한석규 하정우 전지현 류승범 이경영 곽도원)을 비롯해 흥미로운 이야기와 리듬감 넘치는 빠른 전개, 강렬한 액션 시퀀스로 2013년 1월 극장가를 강타했다. 108억원의 순제작비를 투입한 ‘베를린’은 716만 관객을 모았으나 천만 문턱을 넘진 못했다.

▲ 한석규 하정우 전지현 류승범 주연의 한국형 첩보 액션 스릴러 '베를린'

해외 로케이션, 대규모 제작비에 대한 압박으로 류승완 감독은 여유가 없었다. 68회 차로 마무리 지었다. 건강 악화까지 찾아왔다. 워낙 고군분투했던 ‘베를린’은 정반대 작품에 대한 욕망을 자극했다. 류승완 감독은 “몇 년을 어둡게 보냈더니 밝은 세계에서 내가 아는 이야기로 웃음을 터뜨리며 나를 구해내고 싶었다. 황정민 선배가 ‘망가져가면서까지 영화를 하느냐’고 혀를 끌끌 찰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베를린’ 프로덕션 후반부터 ‘베테랑’ 작업이 시작됐다.

‘베를린’이 어둡고 하드 보일드했다면, ‘베테랑’은 이를 완전히 전복하는 영화다. 가진 자들의 권력 남용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내용에 코믹 요소가 포진했다. 충분히 즐기면서 촬영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

‘베를린’을 통해 노하우도 생겼다. 순제작비 60억원으로 사이즈를 줄인 ‘베테랑’은 BEP(손익분기점)가 250만명으로 압박이 극심했던 ‘베를린’(480만명)에 비해 훨씬 여유로웠다. 촬영도 70회 차로 무리하는 법 없이 여유롭게 진행했다. 주변에선 “너무 여유 있는 거 아니냐”는 불만이 솟구치기도 했으나 매일이 ‘베스트’였다. 너무나 즐겁고 신나게 촬영한 정서가 그대로 영화로 녹아들었다.

캐스팅에 있어서도 진화했다. ‘베를린’이 스타 캐스팅 파워, 대형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력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면 ‘베테랑’은 ‘베를린’을 통해 체급을 키운 연출력과 제작력을 보탰다. 여기에 캐스팅의 절묘한 운용이 주효했다. ‘캐스팅=신의 한수’임을 체화한 것.

▲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주연의 범죄 액션 오락영화 '베테랑'

황정민과 유아인, 유아인과 유해진 조합은 ‘우와~’란 느낌이 날 정도로 신선했다. 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는 “두 배우가 어떻게 격돌할지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페어였다. ‘베를린’ 때 스타 캐스팅의 힘을 봤던 거완 느낌이 달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친형인 류승완 감독과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아라한 장풍대작전' ‘다찌마와 리’ ‘부당거래’ ‘베를린’에서 연달아 호흡을 맞춰왔던 배우 류승범이 스스로를 아웃시켰다. ‘베를린’에서 광기에 젖은 악역 동명수 역을 신들린 듯 열연했던 류승범은 ‘베테랑’ 시나리오를 모니터링하며 안하무인 재벌3세 조태오를 맡을 수 있었음에도 “이렇게 (형과) 만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캐스팅의 신선함을 위해 알아서 빠져줬다.

716만의 '베를린'에서 태어난 '베테랑'은 숱한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자양분 삼아 마침내 1000만 금자탑을 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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