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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베테랑'] "어이가 없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명대사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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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베테랑'] "어이가 없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명대사 열전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8.29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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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천만 영화 ‘베테랑'이 톡 쏘는 사이다 맛을 안겨준 데는 영화 곳곳에 포진한 명대사 덕이 크다. 상황에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대사들은 귀에 착착 감기며 장면 장면의 잔상을 강하게 남긴다. 때로는 깨알 개그로, 때론 현실의 무게감을 반영한 범상치 않은 말들은 어느 새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베테랑'을 검색하면 '명대사'로 자동 연결되는 상황이다. ’개그콘서트‘를 압도할 정도로 유행어를 양산하고 있는 ’베테랑‘표 명대사 열전을 반추해보자.

◆ “지금 내 기분이 그래...어이가 없네” "나한테 이러고 뒷감당할 수 있겠어요?"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그랬어요!"

아마도 '베테랑'에서 최다 유행어 제조자는 유아인일 듯하다. 극중 소시오패스 성향 짙은 사악한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해준 말말말이다.

 

첫 번째 대사는 조태오가 부당 해고와 체납 임금을 받으러 자신을 찾아온 트럭운전수 노조원 배기사(정웅인)에게 액수를 묻고는 내뱉는 대사다. 맷돌을 돌려야 하는데 손잡이가 없다, 즉 사소한 것 때문에 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못할 때 '어이가 없다'는 표현을 쓴다며 배기사를 윽박지른다. 슈퍼갑질에 쩐 조태오의 거만함이 듬뿍 묻어나는 말이다.

두 번째는 자신을 압박해 오는 광역수사대 서도철 형사(황정민)를 향해 목소리 톤을 낮춘 채 하는 협박이다. 세 번째는 조정래 작가의 소설 ‘정글만리’에 인용된 중국사회를 관통하는 잠언이다. ‘베테랑’에선 일가친척 형이자 수행비서인 최상무(유해진)가 일처리에서 연거푸 실수를 하자 화를 삭이며 윽박지를 때 등장한다. 대상을 가리지 않은 채 분노를 표출하는 망나니 도련님의 화술이 유아인의 입체적인 연기에 실려 쉬 잊히질 않는다.

◆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내가 죄 짓고 살지 말라 그랬지?” “늬들도 이상하지 않아? 미안하다 한마디만 하면 될 일을 왜 이렇게 크게 만들까. 되도 않는 체면이 쌀 사주냐 이기야~” “이제부터 정당방위다!"

유아인에 이어 넘버2는 황정민이다. 배기사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신진그룹 최상무(유해진)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직감한 그가 내뱉는 말이다. 실제 이 대사는 배우 강수연이 사석에서 자주 쓰던 말을 류승완 감독이 감명 깊게 들은 뒤 허락을 구하고 대사에 차용했다. 원칙을 지키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서도철의 대쪽 같은 캐릭터를 십분 보여주는 표현이다.

 

두 번째 대사는 룸살롱에서 조태오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경고를 변주한 말이다. 범법자들을 조롱하는 세 번째 대사에선 임팩트 강하면서 유머러스한 ‘이기야~’가 여기저기서 패러디되고 있다. 네 번째는 명동 한복판에서 조태오와 1대1 결투를 벌일 때 다수의 시민들이 휴대폰으로 찍는 상황이라 일단은 사정없이 맞은 뒤 정당방위라며 조태오를 흠씬 두들겨 팰 때 튀어나온다.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듬뿍 안겨준 짜릿한 대사였다.

◆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

카메오로 등장해 미친 존재감을 발휘한 마동석의 딱 한마디 대사다. 파장은 그 누구보다 컸다. 마동석은 극 중 말미, 조태오와 서도철의 명동 한복판 액션장면에 등장한다. 서도철을 때려눕힌 조태오가 비틀거리며 현장을 빠져나가려 하자,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마동석은 반말하는 조태오를 가로막으며 "어이 젊은 양반이 말씀이 좀 짧으시네"라며 "나 여기 아트박사 사장인데"라고 으름짱을 놓는다. 위압적 비주얼과 아트박스라는 매치 불능의 반전 대사에 관객들은 포복절도한다.

'베테랑'에서 마동석이 도망치려는 유아인을 가로 막으며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라고 말하는 장면

◆ “징역은 나오는 맛에 들어가는 거 아닙니까?”

구치소에 수감된 전과자(배성우)가 서도철에게 “징역은 나오는 맛에 들어가는 거 아닙니까”라고 거만하게 너스레를 떤다. 범죄자들을 이런저런 이유로 너무나 쉽게 사회로 돌려보내는 솜방망이 처벌과 불합리한 사법시스템을 꼬집는 말로 다가온다.

◆ “우리 쪽팔리게 살진 말자”

최상무로부터 청탁용 뇌물을 받고는 그 자리에서 돌려준 뒤 경찰서로 서도철을 찾아온 아내(진경)가 동료 형사들이 있는 가운데 버럭하며 “우리 쪽팔리게 살진 말자”고 소리친다. 꿋꿋하게 자기 업무를 수행하는 남편에 대한 격려이자, 한순간 돈의 유혹에 흔들린 자신에 대한 자책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대사다. 관객들에겐 정의와 양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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