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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또 하나의 올림픽, 심장 뛰는 '패럴림픽' 메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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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또 하나의 올림픽, 심장 뛰는 '패럴림픽' 메달의 의미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7.29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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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종목 장애인 국가대표, 이천 훈련원서 마지막 담금질 현장…4년의 땀, 메달로 결실 맺겠다는 결의

[200자 Tips!] 하계올림픽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어느덧 지구촌은 올림픽 분위기다. 이미 한국 선수단 본진은 리우데자네이루에 입성했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는 또 다른 올림픽을 준비하는 태극전사들이 있다. 오는 9월 7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리우 하계패럴림픽에 출전할 대한민국 국가대표들이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고 정확하게 40일 앞으로 다가온 패럴림픽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경기도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막바지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이천=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흔히 장애인 스포츠, 장애인 체육이라고 하면 재활 체육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재발견이 이뤄지면서 이제는 재활 체육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이와 함께 우리가 흔히 '장애인 올림픽'이라고 부르는 패럴림픽 역시 예전보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40일 앞으도 다가온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을 준비하는 한국 선수단은 경기도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51세 백전노장 이억수(오른쪽)와 17세 신예 김민수도 양궁에서 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패럴림픽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올림픽에 비해 그다지 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너도나도 금메달을 몇 개 딸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패럴림픽을 준비하는 태극전사들은 한켠으로 밀려나 있는 것이다.

이들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국가대표들이다. 패럴림픽에서 4년 간 땀 흐린 대가로 좋은 성적을 거둬 성취감과 자긍심을 확인하려는 그들은 이천훈련원에서 섭씨 35도가 넘는 불볕더위 속에 쏟아지는 땀을 훔쳐가며 막판 담금질을 이어가고 있다.

◆ 전력 평준화-리우의 거센 해풍, 한국 양궁이 극복해야 할 과제

한국 양궁은 올림픽뿐 아니라 패럴림픽에서도 강자다. 역대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16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1개로 미국(금17, 은8, 동16)과 프랑스(금16, 은11, 동 12)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4년 전 런던 패럴림픽에서는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만을 획득했다.

리우 패럴림픽은 더욱 치열한 메달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한국 양궁의 목표도 다소 소박(?)하다. 영국과 이탈리아, 이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기량이 급성장한 나라들이 많아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1개씩 겨냥하고 있다.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4회 연속 패럴림픽에 선수로 출전했다가 지도자로 변신한 정영주(46) 감독은 "리커브와 컴파운드에서 W1 종목 혼성팀은 호흡이 잘 맞아 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실력"이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이억수는 1992년 바르셀로나 패럴림픽부터 7회 연속 대회에 출전하는 백전노장이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부터 컴파운드 종목으로 전향한 이억수는 50대의 나이에 메달리스트 등극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에서 순위를 결정지을 변수는 바람과 사대에 마련된 단상이다. 리우데자네이루는 바닷가를 끼고 있는 해안도시이기 때문에 해풍이 만만치 않다. 바람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좋은 기록을 장담할 수 없다. 또 활을 쏘는 것도 일반 평지가 아니라 별도로 마련된 단상 위로 올라가야 한다.

정영주 감독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와 마찬가지로 바람이 이번 대회의 큰 변수가 될 것 같다. 이미 현지 답사도 다녀왔는데 해풍이 만만치 않다. 올림픽 양궁 중계를 선수들과 지켜보면서 결전에 대비할 것"이라며 "예선전과 리커브, 컴파운드 결선이 벌어지는 경기장이 따로 있어서 바람도 제각각이다. 맞바람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땅이 평평하지 않아 단상에 올라가 활을 쏴야 하는데 수평 유지가 걱정"이라며 "또 선수들은 왔다갔다하며 점수를 확인하면서 감을 잡는데 단상에서 쏴야 하기 때문에 장애인 선수들로서는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아무래도 감이 떨어질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패럴림픽에 대비해 별도의 전지훈련이나 적응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해외 전지훈련과 국제대회 출전을 통해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하지만 장애인 선수들에게는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정영주 감독은 "전지훈련을 가려고 해도 편의시설 등이 제대로 되어 있는 곳을 찾기 어렵다. 지난달 본선 쿼터 획득을 위해 체코에 다녀온 것이 전부"라며 "다음달 23일 미국 애틀랜타로 건너가 일주일 정도 시차적응 훈련을 한 다음에 31일 리우로 들어갈 예정이다. 그동안은 계속 이천훈련원에서 담금질할 것"이라고 밝혔다.

▲ 김민수는 2012년 양궁 입문 후 4년 만에 패럴림픽에 출전한다. 2013년 신인 선발을 통해 대표팀에 들어온 김민수는 큰 대회에 대한 긴장감과 부담보다 즐겁게 경기를 치르며 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 50대 백전노장 이억수-10대 신인 김민수, 리우 바람을 극복하라

한국 양궁 대표팀에는 50대 백전노장 이억수(51·경기도)와 10대 신인 김민수(17·울산광역시)가 함께 과녁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들의 나이차가 무려 34세이기 때문에 부자지간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김민수는 '억수 삼촌'이라고 따른다.

이억수는 1992년 바르셀로나 패럴림픽부터 7회째 연속 출전이다. 첫 패럴림픽 당시 창창한 20대였던 이억수는 바르셀로나 대회 리커브 단체전 동메달과 함께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리커브 개인전 금메달과 단체전 동메달, 2000년 시드니 대회 리커브 단체전 동메달 등을 따냈다.

하지만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수집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억수는 "대회에서 메달도 따내지 못하고 있는데 인터뷰는 무슨"이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그러나 메달에 대한 열정은 젊은 선수 못지 않다. 이억수는 "리커브에서 컴파운드로 종목을 바꾼지 11년 됐는데 그동안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2008년과 2012년에는 유럽선수들이 워낙 잘해 메달권에 근접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달 체코 랭킹전에서도 2위에 올랐다. 리우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성적이 나올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한국 양궁선수들이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을 41일 앞둔 지난 28일 경기도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과녁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억수가 첫 패럴림픽에 출전했을 당시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김민수는 활 시위를 당긴 지 이제 4년밖에 되지 않았다. 집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는 것이 안타까웠던 어머니의 권유에 양궁을 시작했고 2013년 신인선수 발굴을 통해 대표팀에 발탁됐다.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내는 등 기량이 급성장하며 유망주로 떠오른 김민수는 "패럴림픽이라는 큰 대회에 처음 나가게 됐는데 긴장이 되지는 않는다"며 "긴장보다는 즐거움과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또 김민수는 "억수 삼촌과 같은 방을 쓸 때도 있었는데 나도 그렇고 삼촌도 말수가 적은데다 내 종목이 억수 삼촌과 다른 컴파운드여서 얘기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그래도 조언을 들으면서 패럴림픽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경기 체질인 것 같다. 경기를 할 때 집중력이 훈련 때보다 훨씬 높아진다"며 "첫 출전이지만 당연히 목표는 메달이다. 물론 금메달을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는 한국 사격선수들이 28일 경기도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타깃을 정조준하며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 메달을 따내고 싶은 선수들, 메달지상주의가 아닌 땀의 결과물을 바란다

현재 이천훈련원에는 양궁뿐 아니라 육상, 유도, 사격, 사이클 등 다양한 종목의 국가대표들이 막바지 담금질을 하고 있다. 이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한결같이 메달이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사격 금메달을 따냈던 이윤리(42·전남일반)는 "벌써 세 번째 출전인데 그 어느 때보다도 침착하고 여유있게 준비하고 있다"며 "우승을 차지했던 베이징 대회 때 내 점수가 100점이었다면 0.1점차 4위로 메달을 따내지 못했던 런던 대회는 70점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100점을 받겠다"고 메달에 대한 열망을 나타냈다.

유도 종목에 출전하는 이정민(26·양평군청)도 "훈련 도중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를 다쳐 컨디션이나 경기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죽기살기로 하겠다"며 "상대 선수들의 공격에 방어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균형 감각도 예전만 못하겠지만 정신력을 발휘해 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2014년까지 수영을 하다가 사이클로 전향한 전미경(45·전라북도)도 "아직 사이클 선수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오르막에서 약점이 있는데 이번 대회는 평지라서 다행"이라며 "이번 패럴림픽은 단순한 도전의 의미가 아니라 '진짜 선수'로서 출전하는 대회다. 메달을 꼭 따고 싶다"고 밝혔다.

▲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 출전할 유도 선수들이 한국 사격선수들이 28일 경기도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 유도장에 걸린 '리우의 주인공은 우리다'라는 응원문구 앞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혹자는 "올림픽 무대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너무 메달지상주의에 빠져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시상식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은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미소를 짓는데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면 표정이 굳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4년 동안 자신의 청춘을 바친 것을 생각한다면 메달을 따내지 못한 선수들의 심정도 어느 정도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올림피아드라는 큰 무대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영광이라고 하지만 그 대회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4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면 메달을 따내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들에게 메달이 중요한 것은 '메달지상주의'의 산물이 아니라 4년이라는 시간과 땀의 결과물이다. 이들이 고된 훈련을 이겨내가며 이마와 눈가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는 것도 결실을 얻기 위함이다.

이제 주어진 시간은 40일. 한달 조금 더 남은 짧은 시간이기에 이들의 열정은 더욱 뜨겁게 타오른다. 리우 패럴림픽 포디엄에서 4년의 시간과 눈물을 한꺼번에 날릴 수 있는 환한 미소를 보이기 위해 마지막 열정을 그렇게 불태우고 있다. 한국 장애인들의 꿈과 희망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그들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있다.

▲ 장애인 육상에서 메달을 바라보고 있는 김규대가 경기도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의 육상 트랙에서 힘차게 휠체어 바퀴를 돌리고 있다.

[취재후기] 한국은 리우 패럴림픽에 사격, 사이클, 수영, 양궁, 역도, 유도, 육상, 조정, 탁구, 테니스, 보치아 등 11개 종목 139명의 선수단(선수 81명, 임원 58명)을 파견한다. 한국선수단은 금메달 11개 이상을 획득해 종합 순위 12위 이상을 거둔다는 목표다. 특히 보치아 종목은 패럴림픽 8연패까지 넘볼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모든 선수들은 "우리들은 국내 장애인들의 롤모델이다. 일반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이들에게 패럴림픽은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단순한 스포츠 축제 의미만이 아니라 한국 장애인 스포츠를 한 단계 더욱 성장시킬 도약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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