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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신태용 U-20 감독, 마라도나에게서 '유쾌한 리더십'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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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신태용 U-20 감독, 마라도나에게서 '유쾌한 리더십'을 배우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3.14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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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 유쾌한 태도에 충격, 선수들에게 더 다가가야 한다고 느꼈다"

[수원=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마라도나가 보여준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

방한한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57)의 유쾌한 태도에 감탄한 신태용(47)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 감독의 한마디다.

신태용 감독은 14일 경기도 수원 화성 행궁 광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본선 조 추첨 기념 ‘레전드 매치’에 참석했다. 한없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슈퍼스타의 자세에서 배울 점을 찾았다.

▲ 디에고 마라도나(왼쪽)가 14일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본선 조 추첨 기념 ‘레전드 매치’에서 골을 넣은 뒤 포효하고 있다.

신 감독은 “문화적인 차이의 영향도 있겠지만 마라도나는 정말 즐길 줄 아는 것 같다. 쇼크를 받았다”며 “우리나라 같으면 스타플레이어들이 저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마라도나 덕분에 현장을 찾은 팬들이 즐거우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라도나는 축구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브라질의 펠레와 함께 ‘신’으로 추앙받기도 한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우승을 이끌었고 4년 뒤 이탈리아에선 준우승을 경험했다. 아르헨티나 명문 클럽 보카 주니어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나폴리 등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주최측이 준비한 행사에 잠시 들렀다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몸은 전성기 때와 달리 무거워졌고 전날 입국해 얼굴에는 피곤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팬들을 마주한 슈퍼스타는 태도부터 달랐다.

마라도나는 뒤뚱뒤뚱 뛰면서도 경기 내내 볼 소유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동료들에게 큰 소리로 자신에게 공을 달라고 외쳤다. 또 상대 선수와 충돌이 있을 때면 몸을 아끼지 않고 ‘헐리웃 액션’을 펼쳐 현장을 유쾌하게 만들었다.

팀 동료가 크로스를 올렸고 다음 장면에서 현장의 취재진과 관중들은 박장대소할 수밖에 없었다. 마라도나가 손을 뻗어 ‘신의 손’ 퍼포먼스를 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월드컵 8강 잉글랜드전에서 머리가 아닌 손으로 골을 넣었던 장면을 재연한 것. 심판은 즉시 옐로카드를 꺼냈고 마라도나는 억울하다는 듯 항의했다.

▲ 디에고 마라도나(오른쪽)가 고의 핸드볼 반칙으로 옐로 카드를 받은 뒤 상심하자 배우 류준열이 웃으며 위로를 건네고 있다.

마라도나는 3골 1도움 맹활약하며 4-3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환호하면서 배우 류준열과 유니폼을 교환해 끝까지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홍보대사의 역할을 준하는 FIFA 레전드로서 책임을 다하는 태도였다.

마라도나는 “유년 시절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장난감이 축구공이었다”며 “그때부터 축구에 빠지게 됐다. 지금까지 축구를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였지만 신태용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마라도나의 태도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모양이었다. 그는 “내가 먼저 다가서야 선수들이 편하다. 마라도나의 행동을 보고 또 다시 느꼈다”며 “이벤트 경기인 만큼 선수들이 마음 편히 플레이할 수 있도록 장난을 조금 쳤다. 내가 먼저 그렇게 해야 선수들도 마음의 문을 열고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세계적 스타 마라도나, 아이마르와 함께한 이날 경기가 오는 5월 열릴 U-20 월드컵을 앞두고 큰 홍보효과를 낼 것이라고 봤다. 그는 “U-20 감독을 맡은 뒤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은 처음”이라며 “마라도나가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분위기가 대회까지 잘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마라도나의 이날 태도는 유쾌했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다. 자칫 밋밋할 수 있던 행사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이날의 일등공신이라고 평가할 만 했다.

마라도나의 태도에서 ‘유쾌한 리더십’의 중요성을 깨달은 신태용 감독이 U-20 대회에서 한층 발전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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