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프로 스포츠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는 많은 의미를 가진다. ‘원 클럽맨’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한 유니폼만 입고 좋은 성적을 냄으로써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의 데릭 지터가 대표적인 예다.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한 구단에서만 뛰면 선수도 구단에 각별한 애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이병규(9번)는 지난해 유니폼을 벗으면서 “다른 팀으로 옮길까 하는 생각을 안 해봤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1997년에 입단해 이때까지 LG에서만 뛰었다. 다른 팀에 가서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답은 LG였다. LG를 떠날 수 없다는 생각이 더 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모든 프랜차이즈 스타가 하나의 유니폼만 입는 건 아니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자의 혹은 타의로 팀을 옮길 때가 있다. 프로배구 김요한(32‧안산 OK저축은행)과 유광우(32‧서울 우리카드)의 2017~2018시즌 소속팀은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김요한은 19일 팀 동료 이효동과 함께 OK저축은행으로 트레이드 됐다. 강영준, 김홍정이 구미 KB손해보험으로 오는 조건이었다.
김요한으로선 조금은 서운할 수 있을 것이다. 주 공격수로서 기대에 못 미친 퍼포먼스를 보인 건 사실이지만 10년 동안 한 팀에서만 뛰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트레이드 카드로까지 신분이 낮아진 현실을 당장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김요한은 부상 및 부진으로 2010~2011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출전 경기수가 적었다. 그 이후에는 활약도 자체가 높지 않았다. 2016~2017시즌 김요한이 뽑은 점수는 336점. 직전 시즌보다 무려 230점이나 적었다. 라운드 MVP를 받은 게 2011~2012시즌 6라운드가 마지막일 정도로 단기간에 임팩트를 보여주지도 못했다.
결국 KB손해보험은 이름값 대신 실리를 선택했다. 김요한을 정리하며 팀 컬러를 바꾸기로 결정한 것.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은 “김요한은 팀을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였다. 하지만 팀의 스타일 변화를 위해 포지션 강화가 불가피했고 전략적 판단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유광우도 대전 삼성화재에서 우리카드로 적을 옮겼다. FA(자유계약선수)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박상하의 보상선수로 지목된 것. 삼성화재의 다음 시즌 세터진 운용 방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유광우의 백업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이민욱을 중용할 공산이 크다. V리그 출범 후 지난 시즌 처음으로 봄 배구를 하지 못한 삼성화재는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프랜차이즈 스타를 떠나보냈다.
팀 간판스타의 갑작스런 이적. 선수 개인에게는 조금 속상한 일일 수도 있지만 팬들 입장에선 흥미를 돋우는 요소다.
일단 해당 선수가 새 팀에서 잘 적응하는지, 친정팀을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치는지 주목받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삼성화재 주전 세터였던 최태웅 천안 현대캐피탈 감독은 현 소속팀 선수로 뛸 때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발휘해 팀의 V리그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리그의 평준화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광우는 삼성화재 왕조를 이끈 세터다. 그의 ‘우승 DNA’가 만년 하위팀 우리카드에 잘 이식된다면 상당한 시너지가 일어날 전망이다.
김요한 역시 김세진 감독과 케미를 잘 발휘한다면 2016~2017시즌 최하위팀 OK저축은행의 순위 상승을 이끌 확률이 높다.
서른두 살 동갑내기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김요한과 유광우가 절치부심의 각오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리그 흥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