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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안내상, 내게도 구고신이 있었으면 좋겠다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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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안내상, 내게도 구고신이 있었으면 좋겠다 (뷰포인트)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11.09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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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여기선 법을 어겨도 처벌 안 받고 오히려 이득을 보는데, 어느 성인군자가 법을 지키며 손해를 보겠어. 사람은 대부분, 그래도 되는 상황에선 그렇게 되는 거요."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거예요. 살아있는 인간은 빼앗기면 화를 내고, 맞으면 맞서서 싸웁니다."

"우리는 벌을 받기 위해 사는 게 아닙니다."

JTBC 주말드라마 '송곳'에는 명대사가 쏟아진다. 최규석 작가의 웹툰 원작 '송곳'을 그대로 옮겨온 이 대사들은 대부분 구고신(안내상 분)의 몫이다.

▲ 8일 방송된 JTBC 주말드라마 '송곳' 6회 [사진='송곳' 캡처]

구고신은 노동상담소 소장으로, 이수인(지현우 분)의 조력자다. 직장에서 임금 체불, 산재, 부당해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준다. 노동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마트 사람들에게 구고신은 이에 대해 쉽고 흥미롭게 알려준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송곳'을 통해 노동문제에 대해 배웠듯, 구고신 또한 푸르미마트 일동점 사람들에게 그 역할을 하는 선생과도 같다. 

'송곳'의 두 주인공 이수인과 구고신은 사뭇 다른 캐릭터다. '송곳'같은 양심과 정의감에 괴로워하는 이수인의 모습이 공감을 자아낸다면, 구고신은 내 곁에 있었으면 싶은 존재다. 구고신은 내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쓴소리도 해 주는 사람이다.

많은 드라마에는 매력적인 조력자가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의 일도 아니면서 주인공의 일을 제 일처럼 돕는, 다소 비현실적인 인물들이다. 구고신이 이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이수인을 도우면서도, 아직은 이상주의자의 모습이 더 많은 수인에게 현실적인 지점을 깨우쳐준다는 데 있다.

이는 4회에서 황준철(예성 분)이 거래처로부터 접대받은 사건과 관련해 수인과 고신이 대화하는 장면에서 두드러졌다. 수인이 준철의 행동에 흠결이 없었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하자, 고신은 "선한 약자를 약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거다"고 충고한다. 노동운동은 막연한 정의감이 아닌,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위한 것이란 의미다.

▲ '송곳' 구고신(안내상 분) [사진=JTBC 제공]

또한 구고신은 영웅들과 달리, 그동안 험한 일을 겪어왔음에도 완성형이 아닌 인물이란 점에서 더욱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구고신은 "비정규직은 노조에 왜 가입하면 안 되는거냐"는 이수인의 말에 "우리 너무 위대해지지는 말자"고 대꾸하다가도, "가만히 놔 두면 씻겨나갈 사람들을, 왜 뭉쳐놔서 부서지게 만드냐"는 절규에는 눈시울을 붉힌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 안내상이 과거 학생운동을 하다 8개월간 감옥에 수감됐던 것은 이제 유명한 일화다. 배우와 캐릭터를 연결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고문 후유증으로 병을 달고 사는 구고신의 모습은 그의 과거와 맞물려 더욱 리얼리티를 높인다. 또한 6회에 등장한 구고신의 친구 우현은, 실제 안내상의 절친으로 그 역시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옥살이를 한 바 있다.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는 '송곳'의 오프닝 멘트처럼, 이와 같은 움직임 덕분에 어둠은 뚫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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