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08:42 (월)
[뷰포인트] 탭 뮤지컬이 몰려온다!
상태바
[뷰포인트] 탭 뮤지컬이 몰려온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6.20 1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싱잉 인 더 레인' '브로드웨이 42번가' 톱 햇' 연이어 개막

[스포츠Q 용원중기자] 탭 뮤지컬이 몰려오고 있다!

지난 5월 막을 내린 대학로 뮤지컬 ‘탭쇼’ 이후 아이돌 스타들을 전면에 포진한 ‘싱잉 인 더 레인’, 관록의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줄줄이 막을 올린다. 올해 하반기에는 영국 웨스트엔드 히트 뮤지컬 ‘톱 햇’의 라이선스 공연이 국내 무대에 오른다.

▲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하이라이트인 탭댄스 군무 장면

 

◆ ‘싱잉 인 더 레인’ ‘브로드웨이 42번가’ ‘톱 햇’ 줄줄이 개막

6년 만의 ‘캣츠’ 오리지널팀 내한공연(8월24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선 검비고양이 젤니 애니도츠가 쥐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치고 바퀴벌레를 훈련시키는 장면에서 탭 군무가 펼쳐진다.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시카고’(8월2일부터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는 남자 댄서들이 어두운 무대에 핀조명 아래서 담배를 피우며 탭댄스를 추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 '캣츠' 내한공연에서 젤니 애니도츠의 탭댄스 군무 장면[사진=설앤컴퍼니 제공]

밑창에 탭이라는 쇠붙이를 붙인 구두를 신고 리듬감 있게 플로어를 쳐서 경쾌한 소리를 내며 추는 춤인 탭댄스(Tap dance)는 원래 미국 남부의 흑인 춤으로 1920년대 재즈의 유행과 더불어 독립적인 춤으로 위상을 확립했다. 이후 발전을 거듭해 뮤지컬 탭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볼 수 있도록 탭뿐만 아니라 몸 전체의 움직임을 중시하고 노래에 맞춰 춤추는 스타일이다.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은 진 켈리 주연의 영화(1952년)를 원작으로 83년 런던 초연 이후 사랑받는 작품이다. 화려한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무명의 쇼 코미디언에서 톱스타로 발돋움한 돈 락우드와 배우 지망생 캐시 샐든의 로맨틱한 사랑을 그렸다. 특히 락우드가 샐든에게 사랑을 느끼고 뮤지컬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뒤 비 내리는 거리에서 탭댄스를 추며 ‘싱잉 인 더 레인’을 부르는 장면이 유명하다.

▲ '싱잉 인 더 레인'의 한국어공연 포스터[사진=SM C&C 제공]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SM C&C에서 만든 작품이라 SM 소속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규현(슈퍼주니어)·제이(트랙스)·백현(엑소)가 돈 락우드 역을, 써니(소녀시대)·방진의·최수진·선데이(천상지희)가 캐시 샐든 역을 맡았다. 8월3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 ‘…42번가’ ‘…더 레인’ 탭군무 전면화…일반 뮤지컬의 2배 연습기간 필요

96년 국내 초연 이후 화려한 탭댄스로 사랑받아 온 ‘브로드웨이 42번가'(7월8일~8월31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도 새롭게 돌아온다.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한 소녀가 스타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현란한 탭댄스가 일품이다. 수십명의 무용수들이 펼치는 기하학적인 춤의 미학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초연 당시 배우들과 앙상블 멤버가 지방 합숙훈련을 떠나 탭 연습에 매진해 화제를 일으켰다. 올해 무대에서는 26명의 앙상블 배우가 나선다.

여주인공 페기 소여로는 지난 시즌 출연한 전예지와 실력파 최우리가 합류한다. 카리스마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의 베테랑 남경주와 김영호를 비롯해 중견 배우 박해미, 홍지민 등이 출연한다. 앙상블은 5개월, 주연배우들은 2개월의 연습기간을 거쳤다.

▲ '브로드웨이 42번가'의 공연 장면[사진=CJ E&M제공]

CJ E&M 공연부문 박종환 팀장은 “일반 뮤지컬에 비해 2배의 연습기간이 필요하다. 배우들의 역량이 없으면 힘이 떨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CJ E&M이 꾸준히 쇼뮤지컬, 탭뮤지컬을 하는 이유는 국내 뮤지컬의 장르 다양화를 위해서다.

박 팀장은 “‘캣츠’ ‘시카고’ ‘빌리 엘리엇’ 등이 탭 군무를 소스로만 사용했다면 ‘브로드웨이 42번가’ ‘싱잉 인 더 레인’은 탭 군무가 전면화된 작품이다. 관객 반응이 좋으므로 지속적 공급이 가능한 장르로 자리 잡도록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 ‘싱잉 인 더 레인’ 두고 ‘아이돌들의 학예회’ 혹평도 나와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는 “서양 뮤지컬에서는 약방의 감초처럼 탭이 등장한다. 그만큼 탭댄스는 현란한 발의 움직임과 특유의 박자로 즐거움을 고취, 대중과 소통하는 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리지널 ‘싱잉 인 더 레인’의 진 켈리는 거의 날아다니는 느낌을 줄 정도로 탭을 능숙하게 구사한다. 그런데 이번 ‘싱잉 인 더 레인’은 아이돌들의 학예회 수준이다. 연습이 체화돼야 감동이 나오는데 바쁜 아이돌 스타를 캐스팅한 것은 애초에 이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싱잉 인 더 레인’의 완성도를 둘러싸고 공연계와 관객 사이에서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다. 비판 대열에선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온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색다른 장르 확산에 오히려 해가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 윤석화 제작 참여한 웨스트엔드 히트작 ‘톱 햇’ 하반기 국내 소개

미국의 전설적 춤꾼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가 출연한 동명 영화(1935년)를 뮤지컬로 옮긴 ‘톱 햇(Top Hat)’은 올해 로렌스 올리비에상 신작상, 안무상, 의상상을 수상했다. 영국을 방문한 미국의 스타 탭댄서 제리가 영국 아가씨 데일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이루는 스토리다. 30여 명의 배우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탭 댄스와 ‘칙 투 칙’ 등 재즈 넘버의 음악이 어우러진다. 지난해 4월부터 런던 웨스트엔드 올드위치 극장에서 상연 중이다.

▲ '톱 햇'의 우아한 커플 탭댄스 장면[사진=뮤지컬해븐 제공]

‘톱 햇’의 국내 초연 연출은 웨스트앤드 초연에서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연극배우이자 연출가, 제작자인 윤석화가 맡았다. 또 박용호 뮤지컬해븐 대표가 공동제작자로 참여한다. 지난 4월 1차 오디션을 진행, 일찌감치 연습에 돌입했다.

◆ 뮤지컬, 연극보다 드라마구조 약하나 무용·음악이 주는 감동 압도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온 뮤지컬은 연극에 비해 드라마 구조는 다소 약하지만 무용·음악이 주는 감동이 압도적인 예술이다. 또한 현대에 들어서는 뮤지컬 안무가 음악과 함께 극을 뒷받침하는 요소가 아니라, 극의 흐름을 끌고 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종원 뮤지컬평론가는 “그동안 기승전결의 스토리를 중시한 연극인들이 주로 뮤지컬을 수입· 제작하면서 춤이 간과된 측면이 분명 있다”며 “원래의 뮤지컬은 대중화된 오페라, 쇼에 가깝기에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올해의 탭 뮤지컬 양산을 계기로 그동안 맘껏 접해보지 못한 ‘뮤지컬의 본령=엔조이’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배우들의 역량 강화 측면에서도 탭은 보약과 같다. 뮤지컬에서 무용은 극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에 더욱 기교의 향상을 필요로 한다. 뮤지컬 안무를 위해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재즈, 탭댄스, 스윙, 캐릭터 댄스가 요구된다.

◆ 스토리 집중에서 벗어나 춤 소재·형식 작품에 도전해야

문제는 국내 배우들 가운데 이를 제대로 소화하는 이가 몇 명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 가창과 연기력에만 목을 맨다. 놀라울 정도로 기량이 향상됐다곤 하지만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배우들과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는 지점이 ‘안무력’이다.

▲ 수준급 탭실력을 보유한 베테랑 배우 남경주의 탭댄스 동영상[사진=CJ E&M 제공]

CJ 박종환 팀장은 “쇼뮤지컬, 탭뮤지컬 작품을 제작할 때 배우 수급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안무를 소화할 배우가 없기 때문”이라며 “처음 배울 때 몇 개월이 소요돼서 그렇지 한번 익히면 몸이 기억한다. 배우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 탭댄스만한 게 없다”고 조언했다.

뮤지컬의 발전과 더불어 장르의 다양화는 필수 과제가 됐다. 뮤지컬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무용, 탭을 포함한 춤 소재와 형식에 적극 도전한다면 경쟁력 있는 양질의 작품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