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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장 아름다운 발레리나' 이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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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장 아름다운 발레리나' 이은원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6.24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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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막발레 '돈키호테' 여주인공 키테리아로 변신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김윤식(플로어1 스튜디오)] 스물 세 살의 꽃다운 나이다. 포개진 꽃잎 모양의 하얀 반팔 블라우스 차림으로 스튜디오에 나타난 이은원은 국내 발레리나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로 꼽힌다. 기량 또한 만만치 않다. 예원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졸업한 그는 2010년 하반기 국립발레단 인턴단원으로 입단, 그해 12월 ‘호두까기 인형’의 마리로 주역 데뷔했다. 이듬해 정단원이 돼 ‘지젤’ ‘백조의 호수’ ‘인어공주’ ‘라이몬다’ ‘돈키호테’에 연이어 출연하며 불과 3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초고속 승급했다.

 

◆ 탄탄한 기본기, 풍부한 표정연기로 프리마 발레리나 꿰차

“최태지 전 단장님께서 많은 기회를 주셨어요. 물론 부담이 크고 힘들죠. 자리에 걸맞게 능력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대신 수석무용수가 되면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아지니까 경험을 넓히고, 배운다는 점에선 정말 좋아요.”

기본기가 탄탄하기에 그의 연기에는 불안한 기운이 없다. 아름다운 마스크를 잘 활용할 줄 알만큼 영리하다. 눈빛과 입모양을 달리하며 탁월한 표정을 만들어낸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지젤’ ‘백조의 호수’와 같은 청초하고 서정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하지만 ‘스파르타쿠스’의 예기나와 ‘라 바야데르’의 니키아 같이 선 굵은 역할도 역동감 넘치게 빚어낸다.

“서정적인 캐릭터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지만 연륜이 쌓여야 더 발전할 연기죠. 반면 강렬한 캐릭터는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나이에 하는 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솔직히 그런 역할을 하는 게 부담이 덜한 편이죠.”

 

◆ 스페인 열정 담은 ‘돈키호테’서 명랑소녀 키테리아 연기

국립발레단의 전막 발레 '돈키호테'(26~29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선술집 주인 딸인 명랑 소녀 키테리아와 낙천적인 이발사 바질리오의 사랑에 초점을 둔다. 지난해 문병남 전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이 재안무한 작품으로, 국립발레단 간판스타인 김지영 김리회 이은원이 번갈아가며 여주인공 키테리아를 맡는다. 이은원은 총 5회 공연 가운데 2회(27, 29일) 공연을 책임진다.

지난해 ‘돈키호테’ 공연에서 발랄하고 상큼한, 스페인의 열정이 흘러넘치는 키테리아 역을 맡아 바질리오 역 김기완과 호흡을 맞췄다.

▲ '돈키호테'의 키테리아로 변신한 이은원[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아무래도 긴장이 덜해서 편안하게 소화할 거 같아요. 그래도 파트너가 달라졌으니 새로운 기분이에요. 키테리아는 쿨하고 털털한 인물이에요. 호불호가 뚜렷한 솔직한 여자죠. 공주님처럼 예쁜 척 안 해도 돼서 좋아요. 후후. 대신 1막과 3마가에서 점프와 회전 등 어려운 테크닉이 많아요. 또 스페인이 배경이다보니 정열적이고 에너지틱한 동작이 많아서 체력관리를 잘 해야하는 까다로운 면이 있죠.”

◆ 파트너 이재우, 한예종 1년 후배인 동갑내기 ‘완벽호흡’ 자랑

연인 바질리오 역을 맡은 동갑내기 이재우는 한예종 1년 후배다. 과거 ‘호두까기 인형’ ‘스파르타쿠스’ ‘지젤’에서도 공연한 적이 있으며, 서로 ‘야야’하며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라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선배들과 파트너십을 이루면 춤동작이나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때도 눈치를 볼 때가 많은데 재우와는 그런 게 없잖아요. 으쌰으쌰하면서 서로 할말 다하고, 지적할 건 지적하는 게 너무 좋아요. 친구니까요. 저희 커플은 젊은 동갑내기 특유의 에너지와 상큼함을 트레이드 마크로 내걸래요. 하하.”

 

이은원은 ‘돈키호테’에 대해 “유쾌하고 즐거운 작품이라 스토리와 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품 홍보를 잊지 않았다.

◆ “고통 큰 만큼 무대 위에서 춤출 때 희열 대단”

한예종 예비학교를 다니던 무렵, 연습을 끝내고 어머니와 귀갓길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차창을 통해 바람을 맞으며 발레리나를 평생의 직업으로 삼기로 결정했다. 고작 11세의 나이였다. 존경하던 발레리나 출신 리타 선생님이 초빙강사로 내한, 수업을 받던 시기였다. 소장한 갈라 영상물에 나오는 주인공에게 배운다는 현실이 자극과 영감을 줬다. ‘내 인생의 모든 걸 걸어야겠다’는 달뜬 마음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

“부상을 당하면 너무 힘들고 발레하기도 싫어져요. 너무 춤추고 싶은데 못하니까요. 슬럼프에 빠지면 감정의 나락에서 허우적대고요. 하지만 춤을 추다보면 매일 새롭고 재밌거든요. 고통이 큰 만큼 무대 위에서 춤추는 순간의 희열이 엄청 크나 봐요. 몸이 되는 한 열심히 발레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나선 제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어요. 그러면서 저 또한 성장하기를 원하는 거죠.”

 

요즘 그는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답게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다. 변화하는 관객에 대해 눈을 돌리고, 자신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기운이자 기분 좋은 변화다.

“예전에는 무대 위에서 실수를 하면 관객도 함께 놀라고 그랬는데 요즘은 오히려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세요. 무용수에 대한 배려와 응원이 느껴지죠. 관객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진 거죠. 또 젊은 세대 관객들이 캐스팅별로 찾아서 공연을 관람하고 열성팬들은 간식도 챙겨주거든요. 발레가 많이 대중화되어가고 있구나, 뿌듯함을 느껴요. 발레리나 이은원의 숙제는 캐릭터에 맞춰 더 정교하고 섬세한 동작을 갖춰나가는 거죠. 매일매일 해나가야할 과제예요.”

[취재후기] 탤런트 황정음을 연상케 하는 마스크다. 키테리아처럼 활발하고 긍정적이다. 쉴 때는 뭘하느냐는 질문에 냉큼 ‘마사지’를 꼽았다. 몸을 너무 많이 쓰는 직업이기에 몸이 편해야 행복해진다는 지론이다. 그래서 부상 예방과 심신이 편안해지는 온천, 찜질방 행을 즐겨 한다며 까르르르 웃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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