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23:32 (월)
'마리텔' 왕의 귀환 백종원, 여유로운 표정 뒤에 감춰졌던 상처의 흔적들 (뷰포인트)
상태바
'마리텔' 왕의 귀환 백종원, 여유로운 표정 뒤에 감춰졌던 상처의 흔적들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2.13 0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원호성 기자] 드디어 백종원이 5개월 만에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에 복귀했다. 설연휴 파일럿 프로그램부터 시작해 MLT-06까지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마리텔' 유일의 골드멤버로 선정됐던 백주부 백종원이 MLT-07 이후 무려 5개월만에 MLT-17을 통해 '마리텔'에 귀환한 것이다.

12일 방송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에서는 5개월 만에 돌아온 '왕의 귀환' 백종원을 비롯해, 김구라, 웹툰작가 이말년,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종합격투기선수 김동현이 출연한 가운데 MLT-17의 전반전이 방송됐다.

12일 방송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두말 할 필요없이 '마리텔'이 빠른 시간에 인기 예능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준 '1등 공신' 백종원의 귀환일 수밖에 없었다. '마리텔' 하차 이후에도 tvN '집밥 백선생', SBS '백종원의 3대천왕'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해왔긴 했지만, 네티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마리텔'에서 다시 백종원을 만나길 기다린 팬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 [사진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5개월 만에 '마리텔'에 돌아온 백종원의 표정에는 한층 여유가 넘쳐흘렀다. 요리보다 수다나 먼저 떨고 시작하자는 모습부터 시작해, 아예 방송 시작에 앞서 네티즌들의 닉네임을 줄줄 불러주고, 귀신 드립, 소방서 드립을 미연에 차단하는 등 '마리텔'의 특성을 너무나 잘 알기에 미리미리 불쾌한 드립이 나오지 않도록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방송을 보던 입장에서 이는 백종원의 '여유'가 아닌 '상처의 흔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MLT-07에서 백종원이 하차할 당시, 백종원은 '마리텔' 부동의 인기 No.1이라는 이유 하나로, 네티즌들의 불필요한 드립과 참견에 상당히 지쳐있었다. 당시 백종원이 방송을 하면 채팅창에는 "우리 아이 이름 좀 불러달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귀신이나 소방서 드립 등 채팅창에서 한 번 히트친 드립이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와 백종원을 괴롭혔었다. 

MLT-07에서 백종원이 종이접기 장인 김영만 교수에게 밀려서 2위를 차지하며 그럭저럭 하차할 명분이 갖춰진 상태였기에 백종원이 하차할 수 있었지만, 솔직히 그런 외적인 요인이 아니었더라도 당시 백종원은 '마리텔'에 출연하는 그 자체를 서서히 스트레스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 방송에서 여러차례 드러나곤 했다.

5개월 만에 '마리텔'에 돌아온 백종원의 퍼포먼스는 여전했다. 여전히 쉽게쉽게 요리를 만들고, 네티즌들에게 쉽고 간단하게 요리를 만드는 법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탄탄한 수다로 네티즌들과 소통하며 오세득 셰프나 요리연구가 이혜정 등 앞서 출연했던 요리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소통력을 보였다. 물론 다시 만난 기미작가와의 찰떡호흡이나 자신이 만든 요리를 먹음직스럽게 시식하는 백종원의 모습도 여전했다.

그러나 그렇게 여전한 퍼포먼스와 전보다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 속에서도 백종원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 가시 돋힌 말을 한 번씩 던졌다. 설탕 한 번 넣었더니 CG로 폭포가 쏟아지듯 넣어서 이미지가 굳어졌다는 말이나, "별로일 거 같다고 생각하면 아예 다른 방 다녀 오시라"고 쿨하게 말을 하는 모습, 계란프라이를 부치면서 "대단한 기술이죠?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건데"라고 말하는 모습 등은 네티즌들의 드립에 질릴 대로 질려 있던 백종원의 불편한 반응이 조금 순화되어 묻어나던 순간이다.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 [사진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마리텔'은 인터넷 실시간 생중계라는 프로그램 포맷의 특성상 백종원이 당한 것 같은 그런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마리텔' 제작진은 초창기와는 달리 지금은 완벽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기에 욕설이나 음란한 말, 비속어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채팅창 환경을 유지한다고 강조하지만, 이런 기준으로는 출연자들을 괴롭히는 저질 드립이나 비아냥을 완벽하게 걸러내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채팅창을 안 보고 방송을 진행하면 이번에는 네티즌들을 무시한다느니, 소통을 안 한다느니 하는 이유로 욕을 먹게 될 것이고 말이다. '마리텔'의 포맷이 지닌 강점인 동시에 가장 큰 약점이 바로 이것이다.

백종원은 MLT-17 전반전에서 누구나 예상했던 것처럼 아주 여유있게 1위를 했다. 하지만 1위를 차지한 백종원은 1위 소식에 그다지 기뻐하지도 않았고, 큰 의욕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어디까지나 백종원의 '마리텔' 출연은 이번이 1회성 출연이었다. 앞으로 다시 출연을 할 수는 있지만 예전처럼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미 백종원은 인터넷 생중계 당시에 밝히기도 했다.

하긴 이제 방송계에서 나름의 입지를 다져올린 백종원에게도 굳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마리텔'에 출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방송 시작에 앞서 스트레스를 받을 여지를 미리 어느 정도 차단하기는 했지만, 방송 내내 백종원을 괴롭히는 드립들은 꾸준히 이어졌다. 그래도 백종원이 웃을 수 있던 것은 그가 프로 방송인이라서가 아니라 '마리텔' 출연이 1회성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그의 여유로운 표정 뒤에 감춰진 상처의 흔적들이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