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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린왕자' 이광수, 예능인과 배우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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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린왕자' 이광수, 예능인과 배우 사이에서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08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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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팔다리가 길어 붙여진 ‘기린’을 비롯해 ‘배신의 아이콘’ ‘기린왕자’ ‘광바타’ ‘아시아 프린스’란 닉네임을 가진 한류 예능스타 이광수(29)이 본업인 연기의 세계로 돌아왔다.

SBS 예능프로 ‘런닝맨’의 능글맞고 웃기는 막내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권에서조차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 그가 누아르 분위기 솔솔 풍기는 범죄영화 ‘좋은 친구들’(10일 개봉)에서 놀라울 정도의 연기력을 과시했다.

 

◆ “천당과 지옥 경험하는 민수, 나와 많이 닮아”

영화는 우발적 살인사건으로 의리와 의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 친구의 파국을 그린다. 이광수는 민수 역을 맡아 선배 지성 주지훈과 꽉짜인 호흡을 보여주면서도 자기 파트를 영리하게 잘 따먹었다. 코믹한 이미지의 광수가 우정으로 인해 눈물짓는 민수를 이렇게 잘? 놀라움이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삼청동의 한 카페로 발걸음을 향했다. 190cm의 껑충한 청년이 어깨를 구부린 채 겸손하게 손을 내밀었다. 목소리는 소곤소곤 모드다.

“민수에게 있어 천국과 지옥이 다 있는 시나리오라 충격적으로 읽었어요. 가족이 없는 민수에게 친구는 전부이자 꿈이에요. 일 마친 뒤 친구들과 술 한잔하는 게 유일한 낙이죠. 저와 비슷한 점이 많이 보였어요. 둘러보면 주변 사람을 생각하는 친구, 자기주장이 강한 친구, 묵묵히 따라가는 친구가 있잖아요. 전 민수처럼 작은 것들을 잘 챙기는, 주변 사람이 편했으면 하는 정 많은 스타일인 것 같아요. 의리도 있고.(웃음)”

 

최선이라고 내린 결정이 비수가 돼 돌아오는 상황에서 민수는 친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그 과정에서 심리적 갈등을 드러내야 하는 녹록치 않은 연기였다. 부산에서 내내 이뤄진 촬영 덕분에 선배들과 참 많이도 술잔을 나누면서 민수의 호흡과 앙상블을 구축했다. 특히 막내다보니 지성과 주지훈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 동생 증후군 “후배들은 불편, 형들이 좋아요”

“예능이든 드라마든, 사생활에서든 주로 막내예요. 형들을 너무 편하게 여겨 형들이랑만 지내니 주변에 후배들이 없어요. 간혹 후배를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할 지를 모르겠어요. 여동생만 있어서 어렸을 적부터 형 있는 친구를 부러워하며 자랐거든요.”

이광수가 보기에 진실을 좇는 우직한 현태(지성), 야망을 품은 양아치 같지만 친구에 대한 속정이 깊은 인철(주지훈) 그리고 민수 역의 자신 모두 캐릭터랑 비슷하다. 촬영하면서 더욱 캐릭터와 가까워진 측면도 있다.

 

“지훈 형이랑 전 둘 다 솔직해요. 지성 형은 바른생활 사나이고요. 노래방엘 가도 발라드만 불러요. 셋이 서로 달라서 더욱 친해진 듯해요. 지성 형은 좋은 남편이자 연기로도 본받을 게 많은 선배고요. 지훈 형은 앞에선 장난치기 일쑤지만 제가 없는 자리에서 저에 대한 칭찬을 그치질 않는 선배예요. 정말 배려심이 많은 거죠.”

◆ 예능과 연기 사이에서 “시간 흐르면 자연스레 연기자로 바라볼 것”

이광수는 예능인으로 대중의 머리에 각인됐지만 알고보면 연기자로서 밀도 높은 발걸음을 이어왔다.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토해낸 2009년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백수 인디뮤지션 광수 이후 사극 ‘동이’와 ‘평양성’, 드라마 ‘시티헌터’ ‘착한 남자’, 영화 ‘원더풀 라디오’ ‘간기남’ ‘마이 리틀 히어로’에서 조연임에도 적잖은 존재감을 심었다. ‘좋은 친구들’로 오는 중간 지점에 ‘런닝맨’이 자리하면서 예능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을 뿐이다.

“‘런닝맨’은 제겐 분신이자 가족같은 존재예요. 예능인이란 이미지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굳이 내가 연기자라고 강변하고 싶지도 않고요. 내공이 쌓이고 작품수가 늘면 자연스럽게 절 연기자로 바라보시겠죠. 이미지를 미리 걱정하는 대신 현실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요. 하루하루 살다보면 제게도 뭔가 거창한 꿈이 생기고, 실현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현실적 고충은 분명 존재한다. ‘런닝맨’을 촬영하면서 한껏 ‘업’된 감정을 다음날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에선 ‘다운’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내성적이다가도 활기차게 변하고, 진지하다가 풀어져버리는 성격으로 인해 극단의 상황을 잘 헤쳐나왔다. 그런 모습에 대해 대중이나 평단은 ‘상황에 따라 허당스러움과 진지함이 묻어나는’ ‘표정연기가 탁월한’이란 특급 칭찬을 선사했다.

◆ 유명가구회사 임원인 아버지 슬하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

“하다보니 표정이 다양하다고 해주셔서 그게 제 장점이라고 인식하게 됐어요. 어렸을 때부터 동생이랑 부모님 앞에서 연극하고, 아무튼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했어요. 그랬던 게 다 자양분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지난해 ‘런닝맨’에서 공개됐듯 아버지는 유명 가구회사 임원이다.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한 그는 우월한 기럭지 덕분에 고교시절부터 모델활동을 시작했다. 연기자가 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었다. 스무살 무렵 극단에 들어가 1년 동안 연기 기초를 연마했다. 군 제대 후 스튜디오 사진을 촬영한 뒤 프로필을 여기저기 돌렸다. CF촬영을 하던 당시 시트콤 오디션을 보는 기회를 얻어 2008년 그토록 그리던 연기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놨다.

 

“처음엔 모든 게 어려웠는데 차츰 익숙해지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재미를 느끼며 즐기고 있더라고요. 범죄액션 장르를 좋아하는데 기회가 되면 ‘추격자’의 하정우 선배 역과 같은 악역을 해보고 싶죠. 현실에선 그렇게 살 수 없으니 매력적이잖아요.”

◆ 조인성 주연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서 투렛증후군 수광 연기

이광수는 또 한번 야무진 변신을 감행한다. 오는 23일부터 방영될 SBS 수목 미니시리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투렛증후군을 앓는 박수광으로 시청자와 만난다. 노희경 작가가 집필하고, 톱스타 조인성 공효진이 주연을 맡은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다.

“틱과 같은 증상이라 의사선생님과의 대화, 클릭닉 방문, 관련 영상 시청을 통해 캐릭터를 준비하고 있어요. 순수하면서 밝은 친구에요. 질투도 많고요. 정신과 의사 역 공효진과 성동일로부터 집중 치료를 받는 인물이죠. 오는 9월까진 드라마 촬영에 매진해야 해요. 또 뭘 할 지는 그 이후로 넘길래요. 흐흐.”

 

[취재후기] 후기 하나. 별명 가운데 기린을 가장 마음에 들어한다. 어린이들이 자신을 공경의 대상이 아닌 친구처럼 편하게 여겨줘서란다. 푸웁!(천진난만하다). 후기 둘. 드라마 ‘착한 남자’로 돈독해진 동갑내기 톱스타 송중기와는 집이 가까워 주로 송중기의 집에 가서 밥 먹거나 술 먹고, 게임을 하면서 우정을 지속하고 있다. 우정을 중시해 중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을 아직도 만난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지켜나가려 애쓰기 때문이다. “옆에 있는 게 당연하다고 느끼면 좋은 친구”라고 정의하는 이광수는 ‘배신의 아이콘’이 아니다.(으~리의 사나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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