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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텔' "굳이 여장하고 춤을 춰야 해?" 제이핑크 조진수, 편견에 맞선 용기있는 걸리쉬 댄스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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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텔' "굳이 여장하고 춤을 춰야 해?" 제이핑크 조진수, 편견에 맞선 용기있는 걸리쉬 댄스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1.17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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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케이블도 아닌 공중파에서 이런 방송을 또 보게 될 날이 올까?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이 댄서 조진수의 화려한 '제이핑크' 변신을 통해 공중파에서는 쉽지 않은 이미지를 선보였다.

16일 오후 11시 15분 방송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댄서 조진수는 MLT-19 전반전에서 '제이블랙'이라는 예명으로 스트리트 댄스를 선보인 것에 이어, MLT-19 후반전에서는 '제이핑크'라는 예명으로 걸리쉬 댄스를 선보였다.

조진수의 트레이드마크인 걸리쉬 댄스(Girlish Dance)란 남성들이 여성처럼 꾸미고 여성의 감성으로 추는 춤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같은 춤이라고 해도 여성의 댄스보다 남성 특유의 역동성과 힘이 느껴지는 춤이다.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 [사진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MLT-19 후반전에서 조진수가 선보인 걸리쉬 댄스의 비주얼은 충격적이었다. 전반전에서 '제이블랙'이라는 이름으로 거친 스트리트 힙합 패션을 하고 스트리트 댄스를 선보인 조진수는 후반전이 되자 곱게 화장을 하고 짧은 스커트를 입고 여성들도 소화하기 쉽지 않은 킬힐을 신은 채 역동적인 춤을 선보였다.

여기에 조진수 자신의 댄스로 그치지 않고 '마리텔'의 만능 치트키 모르모트 PD에게도 킬힐을 신기고 호피무늬 스커트를 입힌 다음, 옆에서 방송 중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의 힘을 빌어 화장까지 해서 걸리쉬 댄스를 가르쳐주는 시간을 함께 가졌다.

걸리쉬 댄스는 댄스의 한 장르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장르지만, 공중파에서 이런 비주얼을 선보이기란 역시 한국에서는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걸리쉬 댄스를 하기 위해서는 남성이 직접 여성의 옷을 입고 여성의 신발을 신고 화장까지 해 외형적으로 여성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본이다보니 이런 트랜스섹슈얼 코드에 민감한 한국에서는 더욱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세계에서도 유독 동성애에 대한 부정과 혐오가 강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에서 걸리쉬 댄스를 공중파에서 당당하게 선보인다는 것은 몹시 충격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충격적인 사건을 충격과 공포가 아닌 감동과 이해로 바꿔낸 것은 조진수의 진심이 담긴 말의 힘이었다.

조진수는 걸리쉬 댄스를 완벽하게 소화해내기 위해 '제이핑크'라는 예명까지 새로 만들었지만 지독한 편견에 시달려야만 했다. 조진수는 "처음에 걸리쉬 댄스를 시작했을 때 대놓고 욕을 하시는 분도 많이 계셨고, 이 모습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비주얼로만 판단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걸리쉬 댄스라는 것을 세상에 인정받기까지 지독하게 세상의 편견과 싸워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 [사진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남들이 하지 않았던 길, 그것도 세상사람들 다수가 생각하는 '주류'에서 벗어나는 길을 택한 사람들의 길은 언제나 험난하다. 이는 걸리쉬 댄스 뿐 아니라 만만치않게 한국에서 '비주류'로 통하는 스트리트 댄스의 길을 함께 걷는 조진수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진수는 춤에 대한 열정, 조금이라도 더 나은 춤을 위해 과감히 외모까지 바꾸는 열정으로 스트리트 댄스와 걸리쉬 댄스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실력자로 성장했고, '마리텔'의 마지막에도 모두가 즐기는 댄스배틀을 통해 비주류 혹은 마이너리티들의 즐겁고 유쾌한 반란을 보여줬다.

대체 '마리텔'이 아니라면 한국 공중파의 그 어떤 프로그램에서 이처럼 멋지게 편견의 벽을 넘어서는 사람들의 용기를 느낄 수 있을까? 이는 '마리텔' 역시 한국 사회에서 철저히 '비주류'로 불리던 인터넷 1인 방송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에 가능한 멋진 도전이었을 것이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은 기존의 TV 스타들과 사회 각층에서 전문가들까지, 특별히 선별된 스타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직접 PD 겸 연기자가 되어 인터넷 생방송을 펼치는 1인 방송 대결 프로그램으로, 9일 방송에서는 김구라, 메이크업아티스트 정샘물, 안정환과 김성주, 최현석과 오세득 셰프, 댄서 조진수가 출연한 가운데 MLT-19의 후반전이 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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