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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렛미인', 쏟아지는 '피'와 배우들의 '무브먼트' 볼거리… 그리고 그 중심에 선 '뱀파이어' 박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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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렛미인', 쏟아지는 '피'와 배우들의 '무브먼트' 볼거리… 그리고 그 중심에 선 '뱀파이어' 박소담
  • 김윤정 기자
  • 승인 2016.01.21 07: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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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윤정 기자] 스웨덴의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로부터 2004년에 출간된 소설 ‘렛미인’은 12살 소년 오스카르와 100년을 넘게 산 어린 뱀파이어 엘리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조명한 이 작품은 지난 2010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영화로 제작되며 대중적으로 더 많은 인지도를 얻었다.

전 세계에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한 이 작품을 한국에 선보이기 위해 연극 ‘블랙 워치’와 뮤지컬 ‘원스’로 토니상, 올리비에상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연출가 존 티파니와 안무가 스티븐 호겟이 힘을 합쳤다.

존 티파니와 스티븐 호겟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다. 두 사람은 지난 2006년에 개봉된 존 카니 감독의 아일랜드 인디영화 '원스'를 바탕으로 제작된 2012년도의 뮤지컬 ‘원스’를 통해 처음 만났다. 존 티파니와 스티븐 호겟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인해 뮤지컬 ‘원스’는 같은 해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했고, 이런 두 사람의 만남만으로도 연극 ‘렛미인’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한층 높아졌다.

▲ 연극 '렛미인' 포스터(오스카 역을 맡은 오승훈과 일라이 역을 맡은 박소담)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 뮤지컬 ‘원스’의 ‘존 티파니’와 ‘스티븐 호겟’의 두 번째 합작품… 그리고 ‘박소담’

오는 21일 한국에 초연되는 연극 ‘렛미인’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10대 소년 오스카와 그의 친구가 되는 수 백 년을 산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그리고 일라이 옆에서 한평생 헌신하지만 늙음으로 인하여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리게 되는 하칸이 모여 쓸쓸하고 잔혹하지만 아련하면서도 매혹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뤘다. 스코틀랜드 국립극단(National Theatre of Scotland)이 제작하고, 2013년 스코틀랜드 Dundee Rep Theatre에서 초연된 연극 ‘렛미인’의 한국 무대에는 ‘충무로의 괴물 신인’이라 불리는 배우 박소담이 그 중심에 선다.

박소담은 연극 렛미인에서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역을 맡으며 데뷔 이후 첫 연극 무대에 서게 됐다.

“21살 때부터 학교 연극무대에 서면서 연기를 배웠다. 관객들을 직접 만나는 떨림을 다시 느끼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카메라 연기만 하고 있더라. 무대에 대한 갈망이 계속 있었는데 일라이란 역할이 도전의식을 불러 일으켰다.(박소담)”

박소담은 이번 연극에 대해 “나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그것은 박소담 뿐만이 아닌 하칸 역의 주진모와 오스카 역의 오승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박소담과 마찬가지로 연극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인간사냥꾼이기도 하지만 여자를 사랑하면서 자신을 희생하는, 멋있으면서도 비참한 역할 하칸에 대해 매력을 느꼈다. 평소에는 경험할 수 없는 막다른 인물인 것 같아 도전하고 싶었다.(주진모)”

“영화를 봤는데 영화에 나오는 오스카가 너무 매력이 있어서 ‘무조건 이건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오승훈)”

▲ 연극 '렛미인'에서 일라이 역을 맡은 박소담과 하칸 역을 맡은 주진모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 안무가 ‘스티븐 호겟’ 지도 아래 연출된 유연하고 절도 있는 ‘무브먼트’로 생동감 살려…

연극 ‘렛미인’에서는 ‘무브먼트’를 통해 무대를 더욱 다채롭게 꾸민다. 이것이 연극 ‘렛미인’이 뮤지컬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무대에서 뱀파이어인 일라이 역을 맡은 배우들은 2M 높이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10대 소년 오스카 역을 맡은 배우들은 격한 액션신들을 소화한다.

대사로서 전달할 수 없는 것들을 무브먼트로 표현해야하기 때문에 연극 ‘렛미인’의 배우들은 모두 ‘무브먼트 오디션’을 필수로 거쳐야만했다. 또 캐스팅 이후에도 배우들은 무브먼트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매일 2시간씩의 웜업으로 체력을 기르는 훈련을 하고 있다.

박소담은 무브먼트 오디션 당시를 떠올리며 “학교에서 움직임 수업을 들었던 것처럼 그때의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땀을 흘리고 소리를 지르면서 엄청난 희열이 느껴졌고, 쾌감과 카타르시스가 올라와서 내가 왜 연극을 다시 하고 싶었는지를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하루 2시간씩의 웜업은 배우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박소담과 함께 일라이 역에 더블캐스팅된 신인배우 이은지 또한 웜업 훈련을 하며 느꼈던 어려움을 털어놨다.

“웜업을 하면서 제일 중점적으로 했던 게 근력인데, 특히 팔 근력이었다. 봉도 타야하고 팔 힘으로 제압을 해야 하는데 힘이 달려서 동작들이 잘 안 나오더라. 일라이가 하는 동작들은 강약이 있어서 그런 것들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몸에 근육이 많아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팔 힘을 기르려고 노력을 정말 많이 했다.”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뱀파이어의 힘을 보여 줘야하는 이번 작품에서 배우들간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몸을 쓰면서 무대를 꾸며야하는 무브먼트를 위해 웜업 훈련이 꼭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소담 또한 연극 ‘렛미인’에 대해 “충분한 웜업이 꼭 필요한 공연”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서로 믿음이 중요한 것 같다. 웜업을 통해 배우들과 교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침 10시부터 계속 움직여야 하는 웜업이 힘든 점도 있지만, 하고나면 너무 뿌듯하고 서로 더 친해지고 진득해져서 좋다.”(오스카 역의 안승균)

이처럼 세계적인 안무가 스티븐 호겟의 지도 아래 만들어진 배우들간의 환상적인 호흡을 바탕으로 한 ‘무브먼트’는 연극 ‘렛미인’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동시에 무대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연극 '렛미인'에서 일라이 역을 맡은 박소담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 연극 최초, ‘레플리카 프로덕션’ 공연… 올라퍼 아르날즈의 생생한 음악도 ‘관람 포인트’

연극 ‘렛미인’은 원작 프로덕션의 모든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레플리카 프로덕션’ 형태로 진행되는 최초의 연극이다. 특히 하얀 눈이 쌓인 자작나무 숲과 실제 물이 가득한 수조에서 펼쳐지는 2분여 동안의 잔인한 수영장 고문신, 그리고 쏟아져 내리는 검붉은 피 등의 무대장치는 연극 ‘렛미인’을 더욱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만들어내는 장치들이다.

또 스티븐 호겟의 무브먼트와 더불어 아이슬란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올라퍼 아르날즈의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음악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 작품에 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올라퍼 아르날즈의 음악이 지닌 클래식의 미니멀리즘과 포스트 록의 몽환적인 공간감은 스산하지만 시리도록 아름다운 이 작품만의 분위기를 더욱 짙게 만든다.

“안무가 스티븐 호겟으로부터 올라퍼 아르날즈의 음악을 소개받았다”고 전한 존 티파니는 올라퍼 아르날즈의 음악에 대해 “추위와 얼음의 느낌을 살리는 분이다. 우리 연극과 잘 어울릴 것 같단 생각에 선택했다”고 말했다.

▲ 연극 '렛미인'의 연출가 존 티파니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 연출가 ‘존 티파니’, “배우 2명만으로 극도의 공포감과 소름끼치는 경험하게 해줄 것”

지난 15일 연극 ‘렛미인’ 측에서는 배우들이 땀을 흘리는 생생한 연습현장을 공개했다. 잔인하면서도 스산한 분위기로 시작된 연극 ‘렛미인’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정글짐을 타고 피를 빨아먹는 뱀파이어 일라이 역의 박소담과 이은지의 열연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하칸 역의 주진모는 중견연기자다운 깊이감과 무게감을 드러냈다. 또 학교 폭력에 시달리며 일라이와 사랑에 빠지는 오스카 역의 오승훈과 안승균은 몸을 사리지 않는 무브먼트를 통해 섬세하면서도 깊은 감성을 표현해냈다. 이날 공개된 연습공연은 짤막하게 진행된 ‘날 것’ 그대로였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연극 ‘렛미인’이 추구하는 스산하고 오싹한 기운이 충분히 느껴졌다.

이와 함께 협력 연출가 제시카 리차드스는 무브먼트와 특수효과, 그리고 올라퍼 아르날즈의 음악 등이 더해지며 눈과 귀를 사로잡을 연극 ‘렛미인’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우리 프로덕션에선 2시간동안 7명이 죽은 것으로 설정돼 있다. 이에 관객들이 이런 살인사건들을 최대한 잘 접할 수 있도록 특수효과를 사용한다. 특히 흥분감 넘치는 피를 많이 사용하는데, 예를 들어 처음 살해당하는 남자 배우의 목이 잘릴 때도 피가 쏟아져 내린다. 일라이 또한 피범벅이 되는 신이 있다. 이러한 특수효과가 궁금하다면 우리 공연을 보러 오길 바란다.(웃음)”

이에 존 티파니는 “2시간동안 7명이나 죽었다는 건 어떤 셰익스피어 연극보다도 더 많은 사람을 죽인 것”이라는 농담을 전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존 티파니는 “관객들이 이 공연을 보러왔을 때 배우 2명만으로도 극도의 공포감과 소름이 끼칠 정도의 아슬아슬한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겠다”라는 각오를 전하며 연극 ‘렛미인’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연극 '렛미인'의 배우들과 스태프들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에서 제작하여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공연을 거쳐 찬사를 받은 연극 ‘렛미인’은 아시아 최초, 비영어권 최초로 오는 1월21일부터 2월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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