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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시련 이겨낸 '오뚝이 복서' 김형규, 올림픽 재도전이 외롭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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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시련 이겨낸 '오뚝이 복서' 김형규, 올림픽 재도전이 외롭지 않은 이유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1.29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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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급에서 91㎏급으로 체급 변경…"부담 있지만 최선 다하겠다"

[태릉=스포츠Q(큐) 글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아침 구보를 할 때 예전에는 ‘무조건 열심히 뛰자’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누가 뒤에서 밀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변의 응원이 저에게 많은 힘이 돼요.”

4년 전 아쉽게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던 김형규(24·보령시청·세계랭킹 15위)가 주위의 든든한 응원을 입고 올림픽에 재도전한다. 몸 상태는 좋지 않지만 그를 지지하는 이들을 위해 반드시 올림픽 무대에 서겠다는 각오다.

김형규는 박시헌(51) 감독이 이끄는 남자 복싱 국가대표팀 중량급 에이스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라이트헤비급(81㎏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땄다.

▲ 4년 전 아쉽게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김형규가 체급을 변경한 뒤 리우 올림픽 출전을 노린다.

그런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는 91㎏급으로 출전할 예정이다. 갑자기 체급을 올린 이유가 무엇일까.

김형규는 “지난해 9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뒤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갔는데, 32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세계선수권에서 3번 모두 32강에서 떨어져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체급을 바꾸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체급을 바꾸는 건 단순히 몸무게 10㎏을 불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김형규는 “중량급은 경량급과 달리 체급 사이의 간격이 10㎏으로 큰 편이다. 그만큼 힘의 차이도 크기 때문에 81㎏급일 때 스피드를 가지고 91㎏급의 힘을 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체급 변경 후 첫 실전무대, '올림픽 예선'이 될 수도

하지만 현실은 김형규의 바람과 달리 녹록지 않다. 올림픽에 나가기 전에 가급적 많은 상대들과 실전 경험을 치러야 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 부상 부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김형규는 오는 3월 23일 중국 천안에서 열리는 아시아지역선발대회에서 91㎏급 선수들과 처음으로 맞붙어야 한다.

리우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는 대회이기에 김형규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형규는 “체급을 올린 뒤 첫 대회를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애가 탄다”는 말로 부상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오른손 엄지 부상을 당한 건 지난해 11월 국가대표 1차 선발전. 회심의 훅을 날리다 그만 오른 엄지 골절상을 입고 말았다. 바로 수술을 해야 했지만 12월 최종 선발전을 앞두고 있었기에 통증을 안고 뛰었다. 이것이 큰 화를 불렀다. 김형규는 “수술을 미루고 최종 선발전까지 치렀는데, 뼈가 안 붙은 채로 굳어버렸다. 지금도 통증이 있다”며 앞으로 부상 회복에 매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상 때문에 기술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김형규는 엄지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남들보다 불편하게 팔굽혀펴기를 하거나 하체 운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왼손으로 타격 훈련을 하는 등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오른 엄지 골절상을 입은 김형규는 하체운동 등 손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 함께 뛰어 외롭지 않은 '리우 올림픽 도전'

현재 몸 상태로 리우 올림픽 예선격인 3월 아시아지역선발대회에 출전한다는 보장이 없지만 김형규는 자신만의 올림픽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당시 그는 81㎏급 세계랭킹 5위였다. 올림픽 출전 전망이 밝았으나 끝내 무산됐고 이에 대한 상실감이 컸다.

하지만 이제 김형규는 외롭지 않다. 많은 이들이 뒤에서 응원해줬기 때문. 김형규는 “런던 올림픽 출전이 불발된 이후로 많은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다. 때문에 ‘내가 잘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림픽 메달을 따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며 “선수촌에서 달리기를 할 때도 뒤에서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이 밀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다보니 의무감으로 훈련하는 것보다 훨씬 동기부여가 된다”고 웃었다.

아직 관문이 하나 남아있지만 김형규의 시선은 리우를 향해 있다. 그는 “나를 포함해 국가대표 선수들 모두 열심히 담금질을 하고 있다. 1988년 이후 첫 금메달이 나온다면 좋겠지만 혹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팬들의 지지를 당부했다.

▲ 김형규가 29일 서울 태릉선수촌 내 체력단련장에서 글러브를 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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