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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겸손의 극' MVP 양동근, KBL 아이콘의 고결한 인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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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겸손의 극' MVP 양동근, KBL 아이콘의 고결한 인품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2.22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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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최다 MVP 4회 수상, "고맙다, 미안하다, 나는 운이 좋다"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만 4회째. 양동근(35·울산 모비스)은 스타를 넘어 역사로 간다. 실력도 인성도 모두 최고인 그는 'KBL 아이콘'이다.

양동근은 22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시상식 MVP 투표에서 99표 중 49표를 획득해 48표의 전태풍(KCC)을 1표 차이로 따돌리고 영예를 안았다. 개인 통산 4회째. KBL 역대 통산 최다기록이다.

베스트5 가드 부문, 수비 5걸 가드 부문상도 그의 몫이었다. 가장 환하게 빛난 별임에도 불구하고 양동근은 활짝 웃지 않았다. 그가 수상소감과 기자회견을 통해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은 “고맙다”, “감사하다”, “미안하다” 등이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개인 통산 네 번째 MVP를 수상한 양동근이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양동근이 진짜 대단한 이유. 월등한 실력보다 더 빼어난 겸손함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겸손의 끝, "나는 운 좋은 선수, 나를 보고 꿈꾸지 마라"

“수비는 저 혼자 잘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선수들이 도와줘 대표로 받았고요. 저는 참 운이 좋은 선수입니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수들과 감독님, 코치님들 밑에서 뛰었습니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단 말을 하고 싶습니다.”

양동근은 이날의 첫 번째 상인 수비상을 받고서 이렇게 말했다. '찰거머리' 수비로 상대팀 가드들을 녹다운시켜 영예를 안았음에도 그는 모비스 동료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베스트5 가드상을 받고서는 “정말 기대도 안했는데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 감사하다”는 뻔한(?) 소감을 내놨다.

MVP 수상소감에서도 겸손은 이어졌다. 양동근을 보고 꿈을 키우는 후배들을 향해 한 마디 해달라는 사회 손우주 아나운서의 요청에 그는 “나를 보고 꿈꾸지 마시고 더 큰 선수들을 보고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고 스타는 이렇게 고개를 숙였다.

양동근은 “MVP는 받을 수 있을까 생각조차 안 해서 얼떨떨하다”고 덧붙였다.

◆ 양동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양동근의 출전시간 36분 28초는 전체 선수 1위다. 20시즌 역사를 맞은 KBL 역사상 역대 토종 선수 중 1위이기도 하다. 서른줄 중반에 접어든 그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다. 15세 어린 1996년생 송교창(KCC)이 코트를 누빌 만큼 시간이 흘렀는데도 양동근은 아직도 팔팔하다.

양동근은 특별한 체력관리 비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따로 하는 건 없다. 남들 자는 시간에 자고 밥 먹는 시간에 밥 먹는다”며 “적지 않은 나이지만 은퇴하는 날까지 체력 관리를 잘해서 길게 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베스트5는 개인 통산 9번째이자 7년 연속이다. 은퇴한 서장훈의 8회를 넘어서는 역대 최다 베스트5 선정 기록이자 역대 최다 연속 베스트5 선정이기도 하다. 양동근은 “MVP를 4회 받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하다보니 이렇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양동근은 서른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출전 시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 농구의 아이콘, 팀 퍼스트-단신 선수를 위한 메시지

양동근의 말 한 마디에는 ‘팀 퍼스트’ 정신과 한국을 대표하는 농구선수의 책임감이 묻어나왔다.

그는 “(모비스)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정규리그 우승하고 싶었는데 돌이켜보면 제 자신이 한심스럽다. 충분히 기회가 많았는데 내가 에러를 많이 했다”며 “플레이오프에 가서 더 많이 뛰도록 하겠다. 꼭 우승을 해서 ‘우리들’이 더 많이 웃을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 리카르도 라틀리프, 문태영이 동시에 서울 삼성으로 빠져나간 모비스다. 양동근이 없었다면 4강 직행은커녕 6강 플레이오프도 어려웠을텐데도 그는 끝까지 겸손함을 유지했다. 그리고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외쳤다.

이번 시즌 프로농구는 장단신 외국인을 구분해 선발해 안드레 에밋(KCC), 조 잭슨(오리온)같은 테크니션들이 수입됐다. 양동근은 “지금 농구를 배우는 단신 선수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의 플레이를 비교하며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뛰는 단신 선수들이 좀 더 어렸을 때 경험을 많이 했으면 (한국 농구가) 좋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내게 경험은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뿐이다. 힘 좋은 중동 선수와 붙은 것이 전부”라며 “아시아 뿐만 아니라 다른 미국 선수들을 만날 기회가 된다면 그런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로농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전현직 감독과 스타 플레이어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 연루라는 초대형 스캔들로 위기를 맞았다. 전체 관중이 10% 줄어드는 최악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정규리그 최종전 3만명을 체육관으로 불러모아 희망을 봤다.

양동근처럼 코트 안팎에서 모범이 되는 '역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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