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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인공지능 알파고와 맞선 이세돌의 '아름다운 바둑'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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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인공지능 알파고와 맞선 이세돌의 '아름다운 바둑' 의미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3.08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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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 100만 달러 걸고 '알파고'와 9일부터 15일까지 드디어 5국 대국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인간과 인공지능의 역사적인 '두뇌 싸움'이 드디어 펼쳐진다. 세계 바둑챔피언인 이세돌 9단과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이 시작된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벌이는 세기의 대국인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기자간담회가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이세돌 9단을 비롯해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내외신 취재진도 300여명이나 몰려 이번 대회에 쏠린 관심을 보여줬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도전에 대해 무조건 이긴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최근에는 "4승 1패만 되어도 내가 진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세돌 9단은 이날도 "내일 경기를 앞두고 있어 긴장감이 높아지긴 했지만 좋은 내용, 아름다운 바둑을 보여드리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 이세돌 9단이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기자간담회에서 환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예정에도 없이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나타낸 슈미트 회장도 "지난 10년 동안 인공지능이 큰 발전을 이뤘지만 이번 대국 결과와 상관없이 승자는 인류가 될 것"이라며 "딥마인드의 새로운 기술인 '강화학습'을 개발, 세계 챔피언에 도전장을 던진 만큼 이번 주는 인류를 위해 아주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 바둑 챔피언에 도전하는 인공지능, 그 의미는?

그동안 인공지능이 인간과 체스 대결을 이긴 적은 있었다. 이미 1997년 IBM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체스 세계 챔피언을 꺾기도 했다. 하지만 바둑은 인공지능이 도전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게임이었다. 체스로 인간을 이긴 뒤 20년 가까이 흘렀지만 바둑에는 너무나 많은 수가 존재해 인공지능이 넘기엔 어려웠다. 바둑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바둑에서 나오는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이나 된다. 쉽게 말해 1 뒤에 0이 170개 붙는 어마어마한 수다.

하지만 '알파고'가 개발되면서 얘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구글이 2014년 인수한 인공지능 분야 기업인 구글 딥마인드가 지난 1월 28일 과학 기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최초로 프로바둑 기사와 대국에서 승리한 컴퓨터 프로그램 '알파고'를 공개했다.

최첨단 트리 탐색과 두 개의 심층 신경망을 결합해 사람과 비슷한 방식으로 바둑 경기를 펼치는 '알파고'는 이미 지난해 10월 유럽의 바둑 챔피언인 판후이 2단을 상대로 다섯 차례 대국을 치러 모두 승리했다. 사람이 만든 인공지능 시스템이 프로바둑 기사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추게 됐음을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알파벳과 딥마인드가 개발하는 인공지능의 최종 목적은 단순히 바둑 정복이 아니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는 "알파고에 적용된 인공지능 기술을 인류에게 활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헬스케어와 로봇, 휴대전화 등 스마트시스템에 알파고 관련 기술을 접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인류는 발전된 스마트 기술의 혜택을 보면서 살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로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얻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술까지 접근했다. 여기에 인공지능까지 결합된다면 더욱 많은 분야에 소중하게 쓰여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터미네이터'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나오지만 아직 그 수준까지 이르려면 엄청난 세월이 걸린다는 것이 중론이다.

▲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왼쪽부터), 이세돌 9단,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이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기자간담회에서 손을 모으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어떻게 진행되나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100만 달러(11억 원)의 상금을 걸고 다섯 차례 대국을 벌인다. 5전 3선승제가 아니라 누가 이기든 다섯 차례 대국이 이어진다. 이와 함께 이세돌 9단은 5회 대국의 대국료로 15만 달러(1억6500만 원)와 함께 대국별 승리 수당 2만 달러(2200만 원)이 별도로 책정되어 있다. 만약 다섯 차례 대국을 모두 이기면 125만 달러(13억7500만 원)의 상금을 가져갈 수 있다. 알파고가 우승하면 상금을 유니세프(UNICEF)와 STEM(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세돌 9단에게 상금은 중요하지 않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으며 바둑에는 무한에 가까운 수가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넘어설 수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는 9일 오후 1시 1국을 시작으로 10일, 12일, 13일, 15일 포시즌스호텔 서울 6층 특별대국실에서 열린다. 이세돌 9단이 돌을 두게 되면 알파고가 이를 계산해 지정한 위치를 특별대국실에 있는 보조 기사가 직접 두게 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3회씩이며 덤은 7집반이 주어진다. 알파고가 중국식 룰을 토대로 개발됐기 때문에 대국방식은 중국 룰로 치르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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