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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넘어선 김다빈, 유스올림픽 빛낼 '파워 스매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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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넘어선 김다빈, 유스올림픽 빛낼 '파워 스매싱'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13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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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 주니어 랭킹 톱…시니어 위주 출전하며 난징 유스 올림픽 우승 도전

[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부산 소녀' 김다빈(17·조치원여고)이 한국 여자 테니스의 새로운 희망으로 우뚝 섰다.

아직 고교 2년생으로 주니어 대회를 뛸 수 있는 나이지만 과감하게 주니어 대회를 포기하고 시니어 위주로 출전하면서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김다빈은 국제테니스연맹(ITF) 주니어 랭킹 89위로 당당하게 한국 주니어 랭킹 톱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가장 높이 올라갔던 60위에 비해 29계단이나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김다빈의 성적이 갑자기 추락해서가 아니다. 그는 지난 3월 이후 국제주니어대회 출전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시니어 무대인 프로 서키트 대회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최근 들어 성적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ITF 뉴델리 여자 서키트 1차 대회에서 여자 단식과 복식을 석권했던 그는 2차 대회에서도 복식 우승을 차지하며 2주 연속 정상에 올랐다.

그러면서 시니어 순위도 크게 올랐다. 현재 단식 랭킹은 815위, 복식 랭킹은 커리어 하이인 716위를 기록 중이다.

이와 함께 그는 16일부터 중국 난징에서 열리는 제2회 유스 올림픽에 출전한다.

▲ 17세 여고생 김다빈이 본격적으로 시니어 대회에 도전장을 던졌다. 시니어 대회는 2012년부터 출전하기 시작했지만 장호 홍종문배 우승을 마지막으로 주니어 대회 출전은 줄이며 국제 경기는 시니어만 출전하기로 결정했다.

◆ 장호 홍종문배 우승으로 주니어 정점…올해 시니어 집중

김다빈은 일찌감치 '한국 여자 테니스의 미래'로 꼽혔다.

부산 구서여중 재학 중이던 2011년 김천주니어국제테니스 대회에서 여고생 언니들을 연파하며 8강까지 진출, 관심을 모았던 그는 아시아테니스연맹 유럽투어링팀 14세 이하 아시아 대표 선수로 뽑히는 등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이미 여중생 때부터 국내 주니어 랭킹 12위까지 오른 그는 2012년 순창국제주니어테니스 여자 복식 우승과 여자 단식 준우승을 차지하며 주니어 대회에서 성적을 올려왔다.

그 결과 김다빈은 지난 1월 6일 단식과 복식 종합 랭킹에서 세계 60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금도 89위로 우리나라 여자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랭킹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김다빈은 조금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올해부터 주니어 대신 시니어 출전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 이미 2012년부터 ITF 주관 시니어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그는 지난해와 올해에도 챌린저 대회 등에 출전하며 랭킹 포인트를 쌓기 시작했다.

▲ 김다빈은 지난해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던 장호 홍종문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주니어 대회에서 이뤄내지 못했던 마지막 목표를 달성했다. [사진=대한테니스협회 제공]

하지만 국내 주니어 대회에서 한가지 이루지 못한 목표가 있었다. 바로 장호 홍종문배 전국주니어대회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이었다.

장호 홍종문배는 우리나라 주니어 가운데 가장 성적이 좋은 선수 16명만을 초청해 치르는 대회. 올해로 58회를 맞은 이 대회는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윔블던 여자 주니어 단식에서 1994년 준우승, 1995년 8강에 오르며 한국 여자 테니스 사상 최고 성적을 올렸던 전미라도 1993년과 1994년 장호 홍종문배 2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장호 홍종문배 대회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던 그는 올해를 '주니어 졸업의 해'로 삼고 프랑스 오픈과 윔블던 등 그랜드슬램 주니어 대회 출전 계획을 접고 장호 홍종문배에 전념했다.

김다빈은 결국 그 꿈을 이뤄내며 '주니어 졸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6강과 8강에서 장은새(문경여중), 심솔희(원주여고)를 상대로 2-0 완승을 거뒀던 그는 4강에서 배도희(수원여고)에게 2-1로 이긴 뒤 결승전에서 송경은을 2-0으로 가볍게 물리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 중학생 때부터 여고생 언니들을 연파하며 '무서운 신예'로 떠올랐던 김다빈은 한국 여자 테니스의 미래로 꼽히며 국내 여자 주니어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세계 주니어 랭킹 60위까지 올랐다. 지금은 시니어 대회에 집중하느라 주니어 랭킹이 89위다.

◆ 작은 목표 하나하나씩 이뤄나가며 급성장

부산 출신인 그는 현재 조치원여고에서 테니스에 전념하고 있다. 그가 조치원여고를 선택한 것은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김다빈의 아버지는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고교에 진학해 수업과 운동을 병행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부산 남산고에 특기자 진학을 원했지만 학교 측에서 운동과 수업을 병행하지 못하면 출석을 인정해줄 수 없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부산 테니스의 희망'이었던 그는 부산시체육회에서 지급하는 '글로벌 스타 지원금'까지 포기하고 조치원여고로 진학했다. 집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오히려 테니스에 매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다른 것에 신경을 별로 쓰지 않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어 좋아요. 집에서 떠나 바깥에서 지내는 것이 힘들 줄 알았는데 동료나 감독 선생님께서 잘해주시기 때문에 운동만 열심히 할 수 있어요. 오히려 테니스가 더 재미있어졌어요."

김다빈은 올해 2월말 태국 여자 서키트 대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오른 김다빈은 32강전과 16강전에서 각각 중국과 태국 선수를 물리치고 시니어 대회 여자 단식에서 첫 8강에 올랐다.

8강에서 만난 선수는 중국의 순팡잉. 이제 겨우 19세에 불과한 선수인데도 신장이 무려 190cm나 됐다. 자신보다 무려 27cm나 큰 선수를 맞아 김다빈은 첫 세트를 6-4로 따내며 분전했지만 내리 두 세트를 잃으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외국 선수들과 싸워보니 제가 신장이 작아서 서브에서 너무 차이가 나더라구요. 랠리가 오래 가면 제가 점수를 많이 따오는데 결국 상대 선수의 서브 하나에 점수를 내주는 경우가 많아요. 앞으로 시니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서브를 조금 더 보완해야 할 것 같아요."

▲ 김다빈(오른쪽)과 루트자 보살레가 지난 2일 뉴델리 여자서키트대회 복식 결승에서 우승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대한테니스협회 제공]

◆ 챌린저 우승 1차 목표 달성,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시니어 대회 본격 도전 이후 여러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힘이 넘치는 유럽 선수들의 영상을 많이 본다.

"서브도 보완해야 하지만 유럽 선수들의 리턴샷이 너무 부러워요. 영상을 많이 보면서 제가 리턴샷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고민하곤 해요."

이처럼 국제 대회 출전을 통해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고 급성장하고 있는 그는 하나의 목표를 이뤘다. 장호배 우승 때만 하더라도 그저 목표였던 서키트 대회 우승을 이뤄낸 것. 김다빈은 장호배 우승 당시 "랭킹 포인트를 하나하나 쌓아가면서 그랜드슬램을 향해 가야죠. 그러자면 서키트 대회와 챌린저 대회에서 성적을 남기고 우승도 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예요"라고 말했다. 지난달 뉴델리 여자 서키트를 통해 첫 목표를 달성했다.

아직 챌린저 대회 우승이라는 조금 더 높은 목표를 위해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김다빈이다. 장호 홍종문배 대회가 열리기 전인 4월에 벌어졌던 서울 챌린저 대회에서 예선 32강에 그쳐 본선에 오르지 못했던 김다빈은 이후 인천 챌린저에서도 예선 32강전에서 분루를 뿌렸다. 지난달 끝난 창원 챌린저 대회에서도 예선 32강전에서 첫 세트를 따내고도 마지막 세트에서 랠리 포인트 끝에 져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 김다빈은 뉴델리 서키트 1차 단복식 우승과 2차 복식 우승으로 1차 목표를 이뤄냈다. 아직 챌린저 우승이라는 목표가 남아있지만 아직 17세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제 그의 눈은 유스 올림픽 우승을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김다빈은 여고생일 뿐이다. 시간은 충분하다. 시니어에서 계속 경험을 쌓고 기량을 발전시키다보면 더 큰 목표를 이뤄낼 수 있다.

이제 김다빈의 눈은 난징 유스올림픽을 향해 있다. 14세부터 18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애국가도 울리지 않고 시상식에서 태극기 대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깃발이 올라가는 유스 올림픽이긴 하지만 장호 홍종문배 우승과 더불어 '주니어 졸업장'을 받겠다는 각오다.

한국 여자테니스는 전미라 이후 대형 선수를 발굴하지 못해 계속 침체기를 걸어왔다. 그렇기에 일찌감치 시니어에 도전하는 김다빈 같은 어린 선수들에게 '희망'을 본다. 한국 여자 테니스에서 오래간만에 탄새한 대형 유망주인 김다빈이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며 한국 여자 테니스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안겨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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