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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욱씨남정기' 욱다정 후려치기? '쎈 언니' 이요원, 뻔한 여성캐릭터로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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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욱씨남정기' 욱다정 후려치기? '쎈 언니' 이요원, 뻔한 여성캐릭터로 바뀌나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6.04.1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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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방송하는 '욱씨남정기'(극본 주현·연출 이형민)는 각성한 '을'(乙)들의 '갑'(甲)을 향한 반란으로 tvN의 금토드라마 기억과 박빙의 시청률 경쟁을 보이며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쏠리게 하고 있다.

이처럼 심상치 않은 인기를 보여주고 있는 '욱씨남정기'의 중심에는 욱다정(이요원 분)이 있었다. 이요원은 흔히 보는 수동적인 여자주인공이 아닌 강하고 정의로운 여성 캐릭터로 '욱크러쉬'라고 불리며 많은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드라마 중반에 접어들자 강직했던 이요원의 캐릭터가 바뀌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남기정(윤상현 분)과 러브라인이 생겨나면서 다른 드라마에서처럼 남자주인공에게 의지하는 나약한 여성 캐릭터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 드라마 '욱씨남정기'의 욱다정(이요원 분)이 7회에서 눈물을 흘린데 이어 8회에서 남정기(윤상현 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사진 = JTBC '욱씨남정기' 방송화면 캡처]

이러한 징조는 지난 8일 금요일에 방송된 7회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욱씨남정기'의 악역인 김환규(손종학 분)가 이요원의 과거를 언급하며 그녀의 과거를 여성임을 빌미로 공격하는 장면에서 이요원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마침 그 장소에 윤상현이 있었기 때문에 윤상현은 이요원을 위로하며 둘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도 흘렀다.

흔히들 '여성의 눈물은 무기다'라고 말한다. 이 흔한 말처럼 수많은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눈물을 흘리며 남성들의 마음을 약하게 해 사랑을 이뤘다. 흔한 클리셰이기 때문에 '욱씨남정기'에서의 이요원의 눈물 장면은 아주 낯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해당 드라마는 '욱씨남정기'다. 이요원은 그동안 강하고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과거 이요원은 거친 욕설로 비겁한 손종학을 몰아세우고 단호한 말들로 팀원들을 휘어잡았다. 그런 이요원이 손종학이 말한 "과거 접대의 욱다정이 그렇게 나온다? 새댁이 그러니까 이혼을 당했지"라는 비겁한 대사에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것은 급격한 캐릭터 변화로 느껴져 억지스러워 보였다.

9일인 토요일에 방송된 8회에서도 이요원은 기존 드라마에서 보았던 수동적인 여성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요원의 어머니가 쓰러져 이요원이 옆집에 사는 윤상현에게 떨리는 손으로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바로 직전 이요원이 장미리(황보라 분)의 성추행 사건을 고발하며 직장 내 존재하는 남성권력에 속 시원한 한 방을 선사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더 아쉽다.

물론 위기 속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남자에게 사랑이 싹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러브라인을 위해 여자 주인공이 나약해지는 뻔한 상황을 제시한 것은 안타깝다. 특히 이요원의 본래 캐릭터가 '쎈 여자'로 사랑받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더 그렇다.

▲ 욱다정(이요원 분)은 그동안 드라마 '욱씨남정기'에서 강하고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의 면모를 보였다. [사진 = JTBC '욱씨남정기' 방송화면 캡쳐]

'욱씨남정기'는 단순히 사랑 이야기로 사랑 받은 것이 아닌 갑과 을의 관계를 조명하면서 인기를 얻은 드라마다. 그런 드라마에서 드라마 내의 러브라인을 위해 중요 캐릭터의 캐릭터성을 변경한 것이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이요원과 윤상현은 서로의 새로운 면모를 보고 점차 호감을 키워나갔었다. 이요원은 윤상현이 평소 비굴함과 소극적인 모습으로 처세술만을 일삼던 사람에서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는 사람으로 바뀌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 윤상현 또한 이요원이 차가운 냉혈한에서 점차 주변인들과 조화를 이루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에서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제작진은 둘이 형성된 케미를 지키는 대신 관계를 급진전 시키기 위해서 '욱씨남정기'만의 차별화 된 장점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욱씨남정기'는 전형적이지 않은 남녀관계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줬다. 9일 방송된 8회에서는 카메오로 '최고의 사랑'에서 성역할(性役割) 반전 커플로 사랑을 받은 김숙과 윤정수가 등장했다. 이는 제작진이 드라마에서 욱다정·남정기의 관계를 김숙·윤정수의 관계에 빗대 패러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김숙·윤정수가 떠오를  정도로 재밌는 '욱씨남정기'의 관계성에 전형적인 장면들을 꼭 넣어야만 했을까? 이런 전개 속에서 이요원과 윤상현이 연인이 됐을 때 지금과 같은 색다른 성역할 반전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욱씨남정기'의 러브라인이 진행될수록 캐릭터의 일관성에 대해 점차 물음표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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