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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욱씨남정기' 직장 '공감'이 아닌 '판타지' 됐다… 내부기밀 유출한 직원 포용하는게 미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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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욱씨남정기' 직장 '공감'이 아닌 '판타지' 됐다… 내부기밀 유출한 직원 포용하는게 미담일까?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6.04.17 07: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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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직장이 배경이 되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선사하지만 때때로 비현실적인 장면들을 연출하기도 한다. '픽션'인 드라마는 현실의 팍팍함과 고달픔을 다루면서도 희망과 즐거움 또한 시청자들에게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직장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의 과장성은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시청자들 역시 대부분 직장 생활을 하는 중이거나 해봤던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독 그렇다.

16일 8시 30분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극본 주현·연출 이형민)에서는 내부기밀을 유출한 직원도 포용하는 러블리코스메틱의 동지애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 동지애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들의 동지애가 껄끄럽게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 '욱씨남정기'의 박현우(권현상 분)와 장미리(황보라 분)는 황금화학의 유혹으로 회사 내부기밀인 기획서를 유출했다. [사진 =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 방송화면 캡처]

이번 방송에서 박현우(권현상 분)는 대기업 황금화학에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러블리코스메틱의 차기 제품의 기획서를 넘긴다. 권현상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양심을 팔아야 한다는 사실에 고민하지만 이내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함께 일한 회사와 동료들을 배신한다.

비정규직인 장미리(황보라 분) 또한 황금화학의 요청에 기획서를 유출하는 일을 저지른다. 특히 황보라는 이전 벌어진 성추행 사건 관련해 러블리코스메틱에서의 직장생활을 힘들어 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아직 정규직이 될 것이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황금화학의 제안은 그녀에게 달콤한 유혹이 됐다.

이런 둘의 배신을 욱다정(이요원 분)과 남정기(윤상현 분)는 알아차리게 된다. 황금화학이 유출된 기획서를 바탕으로 카피제품을 러블리코스메틱보다 먼저 출시하려고 계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요원과 윤상현은 기획서를 황금화학에 넘긴 두 사람을 징계하거나 회사에서 퇴출하지 않았다.

윤상현은 힘든 상황인 권현상을 이해하며 연민했고 이요원은 눈물을 흘리는 황보라에게 "용서 안 해. 옆에 잡아두고 두고두고 괴롭힐 거야"란 말로 계속해서 자신에 팀에 머물게 했다. 이런 위기를 거쳐 러블리코스메틱은 팀워크를 다지며 새로운 제품을 성공리에 출시할 수 있었다.

▲ 욱다정(이요원 분)과 남정기(윤상현 분)는 내부 기밀 유출이라는 배신을 저지른 두 사람을 용서했다. [사진 =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 방송화면 캡처]

이처럼 '욱씨남정기'의 러블리코스메틱 직원들은 내부 기밀 유출이라는 헤프닝을 겪고도 기획서를 황금화학에 유출한 직원들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대응은 겉으로 서로를 보듬는 좋은 동지애로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과연 내부 문건을 유출해 회사와 동료들을 속인 직원과 계속 함께 일을 해나갈 수 있을까? 오히려 이러한 사건은 팀워크를 다지는 것이 아닌 와해시킬 수 있는 사건이다. 자신이 힘들기때문에 회사의 기밀을 경쟁사에 팔아넘긴 행위를 끌어안는 건 미담이 아닌 팀 내부의 기강이 해이한 것이고 현실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공적인 일에서 냉정한 이요원이 내부기밀을 유출한 직원을 용서했다는 것은 캐릭터 상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 회사의 일이란 단순히 동정과 연민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 번 배신한 동료를 무슨 이유로 다시 믿을 수 있을까?

욱씨남정기는 '을'들의 절절한 고난과 '갑'에게 대항하는 품위있는 '을'들의 모습을 담아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을'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이런 장면들을 담는 과정에서 실제 회사 생활과는 다른 과장된 연출이 담기는 것은 다소나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내부 기밀 유출이라는, 해직을 당해도 변명할 수 없는 일을 동지애로 용서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에피소드처럼 '욱씨남정기'에서 용서가 당연시되는 것은 '욱씨남정기'가 희망차고 순진한 '을'들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힘겨운 상황에 처한 을이라고 해도 그 사연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죄들이 있다.

'욱씨남정기'는 tvN 금토드라마 '기억'을 바짝 쫓아가는 상승세를 보이다가 최근 방송분에서 시청률이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시청률 지표는 더이상 통쾌한 을들의 반란만으로 시청자들을 TV앞에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직장 생활을 다루는 드라마인 만큼 '욱씨남정기'는 단순히 판타지적이고 감상적인 에피소드가 아닌 시청자가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야 한다. 앞으로 드라마 '욱씨남정기'는 직장생활에 대한 현실과 판타지의 적절한 조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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