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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한화의 패배 바이러스, '로저스 백신'도 답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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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한화의 패배 바이러스, '로저스 백신'도 답은 아니었다
  • 강언구 기자
  • 승인 2016.05.08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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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에이스 로저스 복귀에 기대 건 한화 팬 운집…한 이닝 최다 보크 2개 범하는 등 5실점 패전

[수원=스포츠Q(큐) 강언구 기자] 한화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의 등판 소식에 수원 kt 위즈 파크가 한화 팬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로저스 역시 한화의 '패배 바이러스'를 치유해주진 못했다.

222일 만에 선발 등판한 로저스는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로저스는 8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와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5⅓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9안타 2볼넷을 내주고 5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한화는 4-7로 패해 5연패 늪에 빠졌다.

이날 kt 위즈 파크에는 1만3307명의 관중이 입장했는데 한화 원정팬들이 더 많았다. 3루 원정석과 홈 뒤쪽 관중석을 가득 메운 한화팬들은 로저스가 1회말을 앞두고 마운드에 오르자 힘차게 환호성을 질렀다. 그만큼 로저스에 대한 한화팬들의 기대는 컸지만 그만큼 실망도 컸다.

▲ 한화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가 8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와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됐던 로저스, 한화 팬들의 전폭 지지

로저스는 지난 시즌 중반 쉐인 유먼의 대체 선수로 입단, 총 10경기에 등판해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로 단숨에 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완봉승 3회로 강력한 인상을 심었다.

경기 전까지 4연패를 포함, 올 시즌 8승 21패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한화의 마지막 희망이다. 다른 외국인 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는 들쭉날쭉한 투구로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국내 선발 투수들은 5회를 넘기는 경우가 드물 정도로 부진에 빠졌다. 로저스의 역할은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

이 때문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팬들은 서울 사당역부터 좌석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좌석버스 편으로 kt 위즈 파크로 향한 팬들은 로저스의 선발 등판에 기대를 걸었다.

버스에서 만난 한 남성 한화팬은 "최근 한화가 부진해서 야구를 잘 보지 않았는데 로저스가 등판한다길래 어제 부랴부랴 표를 예매했다"며 "로저스의 지난 시즌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오늘 잘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로저스를 보기 위해 대전에서 왔다는 대학생 팬은 "로저스가 1군에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이 크다. 한화에서 믿을 수 있는 유일한 투수"라며 "올 시즌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많은데 오늘은 반드시 이길 것으로 본다"고 로저스에 신뢰를 보냈다.

▲ 한화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가 8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와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수비수들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로저스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팀이 변해야 한다

하지만 로저스는 이날 제구력 난조와 보크로 애를 먹었다. 빠른 공 최고 구속이 시속 153㎞까지 나왔고 슬라이더도 최고 시속 145㎞를 찍었을 정도로 구위는 좋았다. 하지만 공이 계속 가운데로 몰려 안타를 많이 허용했다.

타자들은 무기력한 공격력으로 팬들을 실망시켰다. 2회초 4-0의 리드를 안겨줬던 윌린 로사리오의 홈런 이후 24타자가 들어서 무안타 3볼넷에 그쳤다. 이어 수비에서는 4-4로 맞선 6회말 정근우의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고 이것이 결승점으로 연결됐다.

경기 종료 후 만난 40대 남성 팬은 "로저스가 돌아왔다는 것은 한화에 분명히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로저스의 복귀로 한화가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는 선수들이 하기 나름"이라며 "로저스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없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가족끼리 경기장을 찾은 30대 팬은 "첫 등판인 로저스를 탓하고 싶지 않다. 2회초 이후 안타가 나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기겠느냐"며 "결정적인 순간에 나온 실책도 그렇고 어제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어 "로저스가 왔지만 팀 전체가 달라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1명이 잘해도 나머지 선수들이 못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로저스가 마운드를 내려간 후 만난 여성 팬은 "생각보다 부진했다. kt 타자들이 로저스의 공을 잘 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에이스가 복귀전을 치렀음에도 한화는 부진 탈출에 대한 해답을 전혀 찾지 못했다. 경기장을 나가는 한화팬들의 얼굴은 유달리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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