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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실책 트라우마' 김성현-김주형에 우는 SK-KIA, 돌파구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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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실책 트라우마' 김성현-김주형에 우는 SK-KIA, 돌파구는 없나?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5.10 0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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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수비실수로 승리 헌납, 최다실책 나란히 1-2위…NC 사례 살펴볼 필요 있어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트라우마(trauma)’란 사람들이 경험하는 정신적인 상처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야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선수가 한 번 겪은 정신적인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계속적으로 같은 실수를 범하면 “트라우마에 빠졌다”고 말한다. 주로 야수들에게서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

KBO리그의 두 유격수가 시련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SK 와이번스 김성현(29)과 KIA 타이거즈 김주형(31)이 바로 그들이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오는 이들의 실책에 벤치에서는 한숨만, 관중석에선 장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누구보다 괴로운 건 실책 하나로 팀 승리가 날아갔다고 생각해 타석에서마저 자신감을 잃은 당사자들이다.

과연 자신감이 떨어진 이들이 계속 그라운드에 나서는 게 옳은 일일까.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을까.

▲ KIA는 올 시즌 타격에 눈을 뜬 김주형(왼쪽)에게 주전 유격수를 맡겼지만 수비에서 뼈아픈 장면이 자주 나오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잇단 '클러치 실책', 잡을 수 있는 경기 놓쳤다

김성현은 최근 연이은 수비 실책을 범해 팬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그가 삼성 라이온즈와 지난 주말 3연전에서 기록한 실책은 총 5개. 올 시즌 실책 8개로 이 부문 단독 1위다.

대부분이 실점과 연결된 실책이라 더욱 뼈아프다. 지난 6일 팀이 2-1로 앞선 5회말 2사 3루에서 삼성 배영섭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1루 악송구로 연결하고 말았다. 김성현의 이 실책 때문에 SK는 주지 않아야 할 점수 2점을 헌납했다. 결국 SK는 4-5로 졌다.

8일 경기도 마찬가지. 김성현은 팀이 4-0으로 앞선 2회말 2사 1, 2루에서 삼성 이흥련의 좌전 안타 때 홈으로 파고드는 2루 주자 백상원을 아웃시키기 위해 홈으로 송구했지만 이것이 빗나가고 말았다. SK가 5-1로 달아난 5회에는 1사 1루에서 구자욱의 땅볼 타구를 뒤로 빠뜨렸다. 2실점의 빌미가 된 실책이었다. 이 경기 또한 SK의 7-8 패배로 끝났다. 1승 2패로 SK의 루징 시리즈. 김성현이 조금만 더 침착하게 수비했다면 시리즈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타율 0.317에 3홈런 17타점으로 방망이에선 꽤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오는 수비 실책이 김용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 8일 넥센과 경기 도중 결정적인 실책을 범한 뒤 아쉬워하고 있는 김주형. [사진=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처]

김주형 역시 KIA에서 애증의 아이콘이 돼가고 있는 분위기다. 올 시즌 실책 7개로 루이스 히메네스(LG 트윈스)와 함께 공동 2위다. 빼어난 장타력 때문에 수비 약화를 감수하고 유격수 자리에 기용됐지만 실책 개수가 너무 많다.

특히 8일 넥센 히어로즈와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범한 실책이 김주형과 팀을 힘들게 했다. 팀이 2-1로 앞선 2사 1, 3루에서 넥센 김민성의 땅볼 타구를 잡지 못했다. 바운드를 맞추지 못해 옆으로 빠뜨렸다. 다음타자 채태인의 2타점 3루타가 터져 KIA는 줘선 안 되는 3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자신의 실책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김주형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 경기를 6-7로 패한 KIA는 넥센에 3연전을 모두 내줬다.

김성현과 달리 김주형은 수비 실책이 타격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양새다. 시즌 타율이 0.273인데, 최근 10경기 타율은 0.214(28타수 6안타)에 불과하다. 홈런과 타점은 하나도 없다.

◆ NC의 박민우 사례, '반면교사' 삼을 필요

나란히 실책 트라우마에 빠져있는 김성현과 김주형. 이들이 계속 유격수 자리에 나오는 게 옳은 일일까.

상승세가 꺾인 SK와 KIA는 NC 다이노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NC는 지난달 14일 삼성전에서 어이없는 송구 실책을 범한 주전 2루수 박민우를 나흘 뒤 2군으로 내려 보냈다. 실책 트라우마를 없애려는 까닭이었다. 갑자기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병인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 의심을 받은 박민우는 심리치료를 받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애썼다.

1군 경기를 치른 지 20일 만인 지난 4일 kt 위즈전을 통해 1군으로 돌아온 박민우는 복귀 이후 실책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팀도 8연승을 달리고 있어 표정이 밝다. 복귀 후 5경기에서 타율 0.333(21타수 7안타)에 3타점을 기록,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는 박민우다.

▲ 김성현은 포구와 송구, 낙구지점 파악 등 수비 전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박민우의 사례에서 보듯, SK와 KIA는 김성현, 김주형을 잠시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한 이들에게 마음의 쉼을 줄 필요가 있다.

유격수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SK는 외국인 타자 헥터 고메즈가 1군 복귀를 앞두고 있고 KIA엔 전문 유격수 요원인 강한울이 있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강한울은 올 시즌 타율 0.286(21타수 6안타)에 OPS(출루율+장타율) 0.899를 기록 중이다. 실책은 하나도 없다.

순위싸움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5월 중순. 여기서 밀리면 체력이 점점 떨어지는 여름에 만회하기 쉽지 않다. 실책이 잦은 주전 유격수를 안고 있는 SK와 KIA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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