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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이종욱은 잊어라' 차세대 리드오프 꿈꾸는 두산 박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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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이종욱은 잊어라' 차세대 리드오프 꿈꾸는 두산 박건우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05.25 2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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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타자 타율 0.333, 주전 넘어 정수근-이종욱 명맥 잇는다

[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두산의 1번 타자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활약한 정수근에서부터 이종욱(NC), 정수빈까지. 하지만 이젠 새로운 얼굴이 ‘곰타선’의 리드오프에 도전하고 있다. 두산 '꽃미남 스타' 박건우(26)다.

박건우는 25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kt와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서 5회말 투런 홈런을 포함해 3안타 3타점을 기록, 팀의 13-10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은 시즌 31승(12패 1무)째를 거두고 선두를 질주했다.

지난해까지 팀의 붙박이 좌익수로 활약했던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MLB)로 이적한 이후 박건우가 주전 자리를 노리고 있다. 특히 1번 타자로 빼어난 활약을 보여주며 두산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로 떠오르고 있다.

◆ 본헤드 플레이 지운 '속죄 투런포', kt 추격 뿌리친 원동력

이날 두산은 선발 장원준이 1회초 흔들리며 2점을 먼저 내줬다. 팀이 0-2로 뒤진 채 맞은 2회말에서 빅이닝을 만들었다. 2사 1, 3루에서 김재호의 2타점 적시 2루타가 터졌다. 이후 타석에 들어선 박건우는 중전 적시타로 팀에 4번째 점수를 안겼고 곧바로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박건우는 최주환의 안타 때 홈을 밟았고 두산은 2회말 6점을 뽑으며 6-2 역전에 성공했다.

박건우는 3회말에도 볼넷으로 출루했다. 하지만 팀이 4점을 더 추가해 10-2로 여유있게 앞선 상황이어서 방심한 탓일까. 최주환의 평범한 좌익수 뜬공 때 2루를 향해 뛰었고 타구를 확인한 후에도 1루로 귀루하지 않았다. 2사 상황으로 착각한 것. 팀이 크게 앞선 상황이었기에 해프닝으로 정리됐지만 경기 후반 kt의 거센 추격에 경기를 내줬다면 뼈아팠을 실수였다.

박건우는 이어진 4회초 수비에서 스스로도 어이없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듯이 고개를 떨구고 아쉬워했다. 그는 5회말 공격에서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팀이 11-2로 앞선 1사 1루에서 kt 2번째 투수 박세진의 시속 137㎞ 속구를 통타, 비거리 115m의 좌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4호포.

kt는 7, 8회 8득점하며 두산에 10-13까지 따라붙었다. 두산은 9회초 마무리 투수 이현승까지 올리며 어렵게 승리를 챙겼다. 박건우의 홈런이 없었다면 1점의 리드를 지켜내야 했을 상황이었다.

경기 후 박건우는 “팀이 승리한 것이 가장 기쁘다. 요즘은 개인 성적보다는 팀이 잘되는 게 더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루 실수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한다. 처음하는 실수지만 앞으로 더 긴장하고 신경써서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정수근-이종욱은 잊어라, 내가 바로 차세대 '곰타선 리드오프'

두산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김현수가 MLB로 진출하며 좌익수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1순위 후보는 박건우였다. 지난해 70경기에 나선 박건우는 타율 0.342에 출루율 0.399, 장타율 0.513로 가능성을 보였다.

김태형 감독은 시즌 초반 “지난해 보여준 게 있는 박건우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줄 것”이라며 믿음을 보였으나 박건우는 개막 후 15타석에서 안타 1개만을 기록했다. 타율은 0.067. 하지만 이후 감을 찾은 박건우는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올 시즌 0.319의 고감도 타율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1번 타자로서 존재감이다. 박건우는 올 시즌 1번 타순에서 78타수 26안타를 기록했다. 타율은 0.333. 시즌 타율 0.270, 0.259를 기록하고 있는 정수빈과 허경민은 1번 타자 타율이 0.154, 0.215에 그친다. 박건우가 얼마나 리드오프에 적합한 지 보여주는 수치다.

박건우는 “내가 해결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형들을 믿고 플레이하고 있다”고 1번 타자다운 생각을 밝혔다. 이어 “경기에 나서는 9명의 타자 중 아직 내가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주전 자리나 성적을 신경 쓰기보다는 경기에 나설 때마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의 역대 1번 타자를 생각하면 정수근과 이종욱이 떠오른다. 이종욱이 NC로 떠난 후로는 정수빈이 주로 리드오프를 맡았지만 둘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 시즌이 반환점도 돌지 않았지만 박건우는 풀타임 주전은 물론이고 차세대 리드오프가 되기에 충분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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