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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유로2016 프랑스 승전가 지휘한 파예의 재발견과 '아트사커' 부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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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유로2016 프랑스 승전가 지휘한 파예의 재발견과 '아트사커' 부활 과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6.11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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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그바 부진 메운 파예 1골1도움…벤제마 없는 최전방은 득점력은 떨어져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프랑스 '아트사커'의 명맥은 아직 살아 있었다. 미셸 플라티니나 지네딘 지단만큼은 아니었지만 아트사커의 숨결은 여전했다. 그러나 공격에서 위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디디에 데샹 감독이 이끄는 프랑스가 부담감을 떨치고 개막전에서 연착륙했다. 프랑스는 11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벌어진 2016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16) 개막전이자 A조 첫 경기에서 디미트리 파예의 1골 1도움 '원맨쇼' 활약에 힘입어 다크호스 루마니아에 2-1 승리를 거뒀다.

각 조 2위까지와 3위 가운데 상위 4개팀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첫 24강 체제의 유로2016에서 먼저 1승을 챙긴 프랑스는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프랑스는 오는 16일 마르세유 스타드 벨로드롬에서 벌어지는 알바니아와 2차전에서 승리할 경우 16강 진출 확정은 물론 조 1위도 가능해진다.

◆ 아트사커의 진정한 에이스, 포그바가 아닌 파예였다

프랑스는 1984년과 2000년 대회에 이어 '16년 주기 우승설'에 기대하며 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32년 만에 자국에서 열리는 유로 대회에서 앙리 들로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프랑스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프랑스는 공수를 조율하는 '사령관' 역할이 중요하다. 프랑스가 유로1994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 '예술축구의 지휘자' 플라티니가 있었고 유로2000 제패 때는 '지주' 지단이 있었다. 이번에는 폴 포그바가 아트사커 지휘의 계승자로 꼽혔다. 포그바가 플라티니, 지단에 이어 아트사커의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191cm의 탄탄한 체격조건을 바탕으로 개인기와 패스, 슛 능력이 뛰어나고 공격침투와 수비 가담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4-3-3 포메이션의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선 포그바는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보여주긴 했지만 루마니아의 조직적인 수비에 진땀을 흘리며 발목이 묶였다. 대신 그 자리를 왼쪽 포워드 파예가 메웠다.

파예는 측면보다 중원으로 주 활동영역을 차지하면서 빌드업을 이끌었다. 파예는 지단을 연상하게 하는 플레이로 아트사커의 시발점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감각적인 패스와 드리블, 창의력 넘치는 플레이로 '뷰티풀 사커'를 지휘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홈페이지는 파예가 8차례 득점 기회를 창출해냈으며 13차례나 크로스를 올렸다고 통계 수치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UEFA는 "프랑스를 노래부르게 만든 지휘자였다"고 파예를 높이 평가했다. 후반 12분 올리비에 지루의 백헤딩 선제골을 이끌어내는 크로스를 배달하며 어시스트를 올린 뒤 후반 44분에는 자신의 '황금의 왼발'로 결승골까지 뽑아낸 파예는 당연히 개막전의 영웅이었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린 파예는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심해 골과 함께 감정이 그대로 솟구쳐 올랐다"며 "오늘 경기가 이렇게 끝날 것이라고 누가 말해줬다면 믿지 못했을 것"이라며 루마니아전이 힘겨웠다고 털어놨다.

티에리 앙리도 영국 BBC 방송을 통해 "파예가 월드컵 탈락의 상처로 인해 이번 대회에서 동기부여가 됐다"며 "파예는 오늘 경기력으로 '당신은 나를 월드컵에 데려가지 않았다. 잘못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파예가 열망을 보여주면서 프랑스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선수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극찬했다.

◆ 레블뢰에서 퇴출된 벤제마, 지루-그리즈만으로는 허약한 공격

UEFA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는 59-41로 볼 점유율에서 루마니아에 크게 앞섰다. 6-4 정도로 유리하게 경기가 진행됐지만 전반에 유효슛을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또 프랑스는 14개의 슛을 기록해 루마니아보다 겨우 4개 많았다. 볼 점유율을 생각한다면 공격에서 위력을 보여주지 못한 셈이다.

어쩌면 예견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프랑스는 각종 범죄에 연루되는 등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카림 벤제마를 퇴출시켰다. 그 대신 지루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맹활약하는 앙투완 그리즈만을 공격진에 포함시켰다. 데샹 감독은 루마니아전에서 지루와 그리즈만을 각각 센터 포워드와 오른쪽 포워드로 동시에 기용해 득점을 노렸다.

하지만 이들이 최전방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벤제마의 무게감에 미치지 못했다. 그리즈만은 전반 14분 골대를 때리는 슛 외에는 루마니아의 골문을 위협하지 못했다. 소속팀에서는 맹활약하면서도 정작 대표팀만 오면 고개를 숙이는 징크스가 재발됐다. 이렇다할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한 그리즈만은 후반 21분 킹슬리 코망과 교체돼 물러났다.

이후 앙토니 마샬도 후반 32분 포그바 대신 나와 공격에 가세했지만 좀처럼 위력을 찾지 못했다. 지루가 선제골을 기록하긴 했지만 이는 파예의 완결무결한 크로스와 함께 상대 골키퍼가 제대로 공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100% 지루의 능력으로 만들어낸 득점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물론 머리에 공을 맞히는 집중력은 빛났다.

이날 데샹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막판에 4명의 공격수를 가동하면서 결국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우리가 승리할 만한 경기였다"고 자평했지만 사실상 파예가 '원맨쇼'를 벌인 것이나 다름없는 경기였다.

길재의 시조 가운데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네'라는 문구가 있다. 이를 프랑스의 현재 상황에 맞춰보면 '아트사커는 의구한데 공격력은 간데 없네'로 말할 수 있다. 파예가 이끄는 아트사커는 유효했지만 프랑스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최전방 공격력을 더욱 끌어올려야 하는 첫 과제를 확인한 생드니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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