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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2016년 막장드라마 트렌드는 시작부터 남편 죽이기? '어머님은 내 며느리'부터 '당신은 선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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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2016년 막장드라마 트렌드는 시작부터 남편 죽이기? '어머님은 내 며느리'부터 '당신은 선물'까지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6.24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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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이제 일일 막장드라마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람 한 두 명 죽이면서 시작하지 않으면 자극이 부족한 시대가 됐다. 2015년 하반기부터 일일드라마의 트렌드가 '남편 죽이기'로 흘러가는 경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23일 방송된 SBS 일일드라마 '당신은 선물' 9회에서는 공현수(허이재 분)와 한윤호(심지호 분)의 결혼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한윤호가 조만간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암시가 강하게 등장했다.

허이재와 심지호가 결혼을 하는 순간부터 고모인 공을숙(임지은 분)은 허이재가 청상과부가 될 팔자라고 점쟁이가 말했다며 입방정을 떨어 허이재를 화나게 만들었고, 허이재와 심지호가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가던 도중 잠시 한눈을 팔다가 트럭에 치여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위기를 겨우 넘긴다. 누가 봐도 명백한 '사망 플래그'인 셈이다.

'당신은 선물'에서 심지호가 죽어야 하는 이유는 심지호가 바로 천태화(김청 분)가 자신의 정부였던 김철용(김병세 분)을 바닷가에서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한 유일한 목격자이기 때문이다. 김청은 과거 자신의 정부였던 김병세가 자신을 협박해 오자 살해하고 완전범죄라고 생각했지만, 심지호는 하필이면 그 현장을 목격했고 경찰에 증언까지 하러 출석한다.

▲ SBS '당신은 선물'에서 한윤호(심지호 분)는 공현수(허이재 분)와 결혼하지만, 결혼 직후부터 계속 죽음에 대한 암시가 등장한다. [사진 = SBS '당신은 선물' 방송화면 캡처]

그리고 24일 방송될 '당신은 선물' 10회 예고에서 심지호는 아버지 안내상(한교수 분)과 같이 바다에 낚시를 하러 배를 타고 나갔다가 조난을 당해 실종되는 모습이 등장하면서 심지호의 사망사실을 공고히 했다. 물론 '당신은 선물'은 심지호를 사망이 아닌 실종상태로 처리해 이후 심지호의 재등장을 염두에 두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일일드라마에서 이렇게 초반에 여주인공의 남편을 죽이는 것은 최근들어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배신하고 떠나서 복수를 계획하는 정도로는 일일드라마의 막장성에 길들여진 주부 시청자들의 자극적인 입맛을 충족시키기 어렵기에 점차 강도가 센 자극을 찾아나선 결과물이다.

이런 '남편 죽이기' 유행의 시작은 2015년 하반기 큰 인기를 누린 SBS 일일 아침드라마 '어머님은 내 며느리'가 시작이었다. '어머님은 내 며느리'에서 유현주(심이영 분)는 시어머니 추경숙(김혜리 분)의 반대를 겨우 이겨내고 김정수(이용준 분)와 결혼하지만,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아 임신한 직후 남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며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꼬이게 된다.

그리고 역시 2015년 하반기 방송된 KBS TV소설 '별이 되어 빛나리'도 이 흐름을 이어받았다. 여주인공은 아니지만, 여주인공 조봉희(고원희 분)의 아버지인 조재균(송영규 분)이 서동필(임호 분)과 오애숙(조은숙 분)에 의해 살해당하면서, 아내인 이정례(김예령 분)는 가진 재산을 모두 임호에게 빼앗긴 채 해방촌으로 들어가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게 된다.

'당신은 선물' 바로 직전에 방송된 SBS 일일드라마 '마녀의 성' 역시 주인공 오단별(최정원 분)의 남편인 공준영(김정훈 분)을 결혼식이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죽게 만들며 인생을 꼬이게 만들었고, 현재 방송중인 MBC 일일 아침드라마 '좋은 사람'의 윤정원(우희진 분)과 KBS TV소설 '내 마음의 꽃비'의 서연희(임채원 분) 역시 남편을 잃으면서 본격적인 갈등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 KBS TV소설 '별이 되어 빛나리', SBS '마녀의 성', MBC '좋은 사람', KBS TV소설 '내 마음의 꽃비'에 등장한 초반의 남편 죽이기 장면들 [사진 = KBS TV소설 '별이 되어 빛나리', SBS 일일드라마 '마녀의 성', MBC 일일 아침드라마 '좋은 사람', KBS TV소설 '내 마음의 꽃비' 방송화면 캡처]

이처럼 201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일일드라마의 '남편 죽이기'는 주인공들의 인생을 극적으로 뒤바꾸는 효과를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히 선호되는 분위기다. '내 마음의 꽃비'에서 민승재(박형준 분)가 피난길에 폭격을 맞아 세상을 떠나며 서연희(임채원 분)와 천일란(임지은 분)의 운명이 뒤바뀌고, '좋은 사람'에서는 우희진이 아예 남편 이영훈(서우진 분)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되는 등, 주인공의 운명이 극적으로 바뀌는 것을 보여주기에 이보다 좋은 장치가 없다.

더불어 일일드라마들의 '남편 죽이기'는 초반에 등장했던 사망사건이 마지막까지도 드라마를 관통하는 핵심 미스터리가 된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데도 용이한 지점이 있다. '어머님은 내 며느리'만 해도 우연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처지가 재혼 후 역전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내는 정도였지만, '별이 되어 빛나리'나 '마녀의 성', '내 마음의 꽃비', '좋은 사람', 그리고 '당신은 선물'까지 이후 드라마들은 '남편 죽이기'의 이면에 찝찝한 의문점을 남겨놓으며 드라마 마지막까지 이 요소를 적절하게 활용한다.

이처럼 공중파 일일드라마에 초반부터 사람을 죽고 죽이는 일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분명 보기 좋은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막장드라마에서도 어지간한 자극 정도로는 시청자들의 구미를 맞추기 힘들어지는 시점에서 결국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기 위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처방이 이제는 막장드라마의 대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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