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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Q] '해피투게더' 이상민, 진심없는 사과보다 더욱 진솔했던 과거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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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Q] '해피투게더' 이상민, 진심없는 사과보다 더욱 진솔했던 과거 반성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6.24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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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음주운전이나 불법도박 등 사회적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이 방송에 복귀할 때 반드시 보여주는 행동이 있다. 카메라에 대고 시청자들을 향해 "진심으로 사과합니다"라고 두 손을 모아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사과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23일 방송된 KBS '해피투게더'의 갱생특집에 출연한 이상민에게서는 이런 너무나도 당연한 사과행동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굳이 사과를 안 해도 그가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이상민은 1990년대 중반 한국 최고의 인기가수로 단연 첫 손에 손꼽히던 룰라의 멤버로 절정의 인기를 달렸다. 이후 이상민은 룰라 활동을 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어 디바, 샤크라, 윤미래가 속해 있던 타샤니, 클레오, 컨츄리꼬꼬, 샵(S#ARP)과 브로스(Bros)까지 수많은 음반을 제작하며 이수만, 박진영, 양현석의 3강 구도가 정립하기 전 최고의 제작자 중 한 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민은 2000년대 초반 멤버간 갈등으로 인한 샵의 분해와 엑스라지의 미국실패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실패가 이어지고, 설상가상으로 이종격투기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에 거액을 투자하지만 이종격투기 경기 중 발생한 사망사고로 레스토랑 사업을 접게 되며 거액의 손해를 보게 된다. 2010년에는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과 사기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며 공중파 출연을 정지당하기에 이른다.

▲ 23일 '해피투게더'에서 이상민은 형식적인 사과 대신 과거의 자신에 대한 고백과 반성으로 진심을 전했다. [사진 = KBS '해피투게더' 방송화면 캡처]

사실 '해피투게더'에서 이상민이 정중하게 공중파 복귀를 맞아 시청자들에게 사과의 인사를 건네는 것이 조금 남부끄러운 일이기는 했다. 이상민은 공중파에는 거의 5년 만에 다시 출연하게 된 것이지만, 이미 2012년부터 엠넷 '음악의 신', tvN '더 지니어스' 등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 오고 있던 엄연한 '현역' 방송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물의를 빚었던 연예인들이 상대적으로 방송 출연 제재가 덜한 케이블이나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먼저 복귀 신고식을 가진 이후에도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시 한 번 사과를 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이상민 역시 23일 '해피투게더'에서 시청자들에게 정중한 사과를 올리고자 했다면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민은 사과 대신 자기반성의 길을 택했다.

'해피투게더'에서 이상민은 양현석이 기획한 'YG패밀리'에 대항하던 '브로스' 등 제작자로 잘 나가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원타임, 지누션 등이 주축이 된 'YG패밀리'보다 무조건 돋보이기 위해 가수들에 오케스트라, 백댄서, 코러스까지 100명을 무대에 세우려고 했다는 이야기부터, 순은으로 만든 특별제작 마이크와 30억 원 상당의 보석 액세서리 대여 등 돈이 넘쳐나 말 그대로 '돈질'을 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늘어놓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이면에는 2010년의 그 사건 이후 달라진 이상민의 진솔한 자기고백이 있었다. 왕년에는 현금 2천만 원을 매니저에게 주며 "대충 옷 알아서 사와라"라고 허세를 부렸지만, 지금은 인터넷 쇼핑사이트를 뒤져 최저가 옷도 찾아서 입는다며 이날 입고나온 7800원 짜리 바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해피투게더'에서 이상민의 목소리와 눈빛에는 진정성이 분명히 담겨 있었다. 과거 대한민국에서도 제일 잘 나가던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정점에 서 있다가 가진 모든 것을 잃고, 급기야 불법적인 일에도 손을 댔다가 명예까지 잃었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은 대부분 명예 정도만 손상되고 적당한 자숙기간을 거쳐서 나오며 눈시울을 적시며 사과를 하는 '사과 코스프레'를 해 왔다. 하지만 이상민은 명예 뿐 아니라 가진 모든 것을 잃고 밑바닥까지 굴러 떨어졌다가 간신히 재기에 성공했다.

이상민이 '해피투게더'에서 굳이 사과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은 바로 모든 것을 잃어봤기에 그가 하는 자기반성과 고백에는 겉치레뿐인 사과 이상의 진솔함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얼마 전 공중파 토크 프로그램에서 가수 출신의 방송인이 나왔을 때 사과 CG를 남발하며 제대로 '사과 코스프레'를 보여준 것과 비교해 보면 이상민이 얼마나 자신이 그동안 해온 일들을 후회하고 반성하는지 잘 보이지 않는가?

당연히 이상민이 2010년 저지른 불법적인 행위는 아무리 법적 댓가를 치렀다고 해도 당연히 지울 수 없는 상처이자 지탄의 대상이다. 비록 이상민이 저지른 사고라는 것이 음주운전 뺑소니나, 멀쩡한 가정을 깨는 불륜이나, 성폭행이나 성매매와 같은 인륜적인 사고는 아니었지만,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에 개입한 것 역시 분명 잘못한 일이다.

그러나 이상민은 겉치레의 사과 대신에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살아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모습들 전체가 방송 복귀를 위해 연출된 모습이 아니냐고 한다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라고 확답은 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해피투게더'에서 보여준 모습만큼은 진심으로 이상민이 과거를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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