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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디어 마이 프렌즈' 고두심의 암과 김혜자의 치매, 어머니의 아픔을 알게 된 고현정과 이광수의 '풍수지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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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디어 마이 프렌즈' 고두심의 암과 김혜자의 치매, 어머니의 아픔을 알게 된 고현정과 이광수의 '풍수지탄'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6.26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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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풍수지탄(風樹之嘆)'이라는 말이 있다. 단어 뜻 그대로 풀이하면 '바람과 나무의 탄식'이라는 애매모호한 뜻이다. '풍수지탄'의 본래 의미는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 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부대)'라는 말로, '나무는 멈추고자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리지 않는다'라는 것이 원래의 뜻이다. 즉,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효도를 하지 못한 자식의 아픔이 담겨 있는 말인 것이다.

25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16회에는 이런 '풍수지탄'의 마음으로 어머니의 아픔을 바라보는 두 명의 자식, 박완(고현정 분)과 유민호(이광수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박완의 어머니인 장난희(고두심 분)는 어머니인 오쌍분(김영옥 분)에게 건강검진을 권하며 겸사겸사 자신도 건강검진을 받게 된다. 그리고 우려했던 오쌍분이 아니라 자신이 간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심지어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되어 이제는 수술을 받아도 생존률이 불과 20%밖에 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 듣게 된다.

유민호의 어머니인 조희자(김혜자 분)는 세 명의 아들이 있지만,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며 혼자 살아간다. 조희자는 날이 갈수록 조금씩 자신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 잊어버리고, 자신의 옆에 왜 친구인 문정아(나문희 분)가 누워 있는지 잊어 버리는 등 조금씩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급기야 어느날 등에 포대기를 맨 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 tvN '디어 마이 프렌즈' 14회에서 박완(고현정 분)은 어머니 장난희(고두심 분)이 간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무엇보다도 그 소식을 처음 안 순간 어머니에 대한 걱정보다 자신에 대한 걱정을 먼저 한 자신을 자책하고 반성한다. [사진 = tvN '디어 마이 프렌즈'(디마프) 방송화면 캡처]

고현정은 고두심의 친구인 이영원(박원숙 분)에게 고두심이 간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어머니란 존재는 항상 자신의 옆에 있어줄 것이라 생각했던 고현정은 어머니 고두심이 곧 죽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리고 간암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어머니가 자신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않고 숨겼다는 사실에 더욱 속상해 한다.

하지만 고두심은 이런 고현정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자신의 신변을 정리하며 죽음을 준비한다. 중화요리집은 종업원들에게 부탁하고, 통장과 보험증서 등 유산문제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고현정은 그런 어머니에게 "왜 알고도 말 안 했어? 말 안 하고 혼자서 어떻게 하려고 그랬는데?"라고 슬픔을 표현하지만, 고두심은 그 말에 "내가 언제는 혼자 아니고 둘이고 셋인 적 있었냐? 내가 암 걸렸다니까 갑자기 착한 척이야?"라며 "내가 말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평생 내 짐인데. 이 지경이 됐어도 나 죽으면 너 어떻게 살까? 엄마, 아부지, 니 삼촌 어떻게 될까? 그 걱정으로 머리가 한 짐이야"라고 울분을 토한다.

고현정은 그런 고두심에게 "누가 혼자 짊어지래? 내가 왜 엄마 짐이야?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냐?"라고 울분을 토하고, 고두심은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며 "엄마가 안 이러려고 하는데. 너무 무섭고, 억울하고, 너무 살고 싶고"라며 무너지고 만다.

눈물을 통해 서로의 진심을 주고받은 이들 모녀는 고두심이 수술대에 오르기 전 펜션을 잡고 여행을 떠나서, 둘이서 소주도 한 잔 마시고 노래방 기계로 노래도 부르며 수술이 잘 될 것이라는 듯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고현정은 그 이후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수를 하며 "엄마의 암소식을 처음 전해들으며 난 분명히 내 이기심을 보았다. 암 걸린 엄마 걱정은 나중이고, 난 이제 어떻게 사나? 그리고 연하(조인성 분)는 어쩌나"라며 자신의 상황을 먼저 생각한 자신을 비난하고 반성한다.

이광수는 고현정과 또 달랐다. 평소에는 사는 것이 바쁘다며 어머니 김혜자에게 냉랭하게 대하던 이광수는 김혜자가 치매로 인해 집을 나가 실종됐다는 말을 듣고는 "엄마가 멀쩡했어요. 그래서 언제부턴가 CCTV를 안 보고…그래서 내가 봤어야 하는데"라며 눈물을 흘린다.

이광수는 변호사였던 이성재(주현 분)의 도움으로 경찰의 협조를 얻어 김혜자를 찾기 시작한 뒤에도 전화기 앞에 꼭 붙어앉아 잠시도 자리를 비우지 못한다. 그리고 주현이 김혜자와 여행을 떠났을 때의 대화를 통해 김혜자가 어린 나이에 열감기로 세상을 떠난 첫째 아들이 묻혀있는 곳으로 갔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그 곳에서 김혜자를 찾아서 데려오자 어머니 옆에 꼭 붙어 있는다.

치매로 기억이 과거와 현재가 오락가락하는 김혜자는 자신의 옆에 눕는 아들 이광수를 보고 "엄마 치료받을 거야. 그러니까 너 내일 가"라며, 같이 살겠다는 이광수에게 "싫어. 내가 왜 너랑 살어? 결혼했는데 네 마누라랑 살아야지"라며 매몰차게 이광수를 밀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이광수는 그런 어머니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잠든 김혜자의 볼과 손등, 그리고 발에 입을 맞춘다.

▲ tvN '디어 마이 프렌즈'(디마프) [사진 = tvN '디어 마이 프렌즈'(디마프) 방송화면 캡처]

고두심의 딸 고현정과 김혜자의 아들 이광수는 모두 그동안 살면서 어머니의 존재에 대해 크게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고현정은 어머니 고두심과 수시로 붙어지내면서도 어머니는 당연히 옆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살아왔고, 이광수 역시 김혜자의 치매를 걱정해 CCTV를 달고 김혜자를 찾아가는 등 두 형에 비해 어머니를 챙기는 것 같아도, 결국 자신이 먹고 사는 일을 언제나 우선적으로 생각해 어머니를 언젠가부터 귀찮다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등장한 고두심의 간암과 김혜자의 치매는 늘 어머니가 같이 있었기에 그 소중함을 눈치채지 못하던 고현정과 이광수에게 새삼 어머니라는 존재를 일깨워 준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옆에 항상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것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돼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사라져 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현정은 이들을 두고 '꼰대들'이라고 부르지만, 언젠가는 이 '꼰대들'은 점차 나이가 먹고 병들어 세상에서 퇴장을 준비할 것이다. 젊은이들은 흔히 그 나이가 되면 인생도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속절없이 늙어가며 죽음을 준비하는 '꼰대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삶이 있고 기쁨과 슬픔, 그리고 우여곡절이 존재한다.

고현정과 이광수의 '풍수지탄'이야말로 아직 젊기에, 아직은 '꼰대들'의 마음을 알 수 없기에 모르고 지나친 삶의 작은 순간들을 다시 한 번 되짚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도 다행이다. 부모가 죽어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김혜자도 고두심도 살아있으니 말이다.  마지막에라도 한 번 돌이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고현정과 이광수는 삶에 그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는 축복을 얻은 것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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