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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프랑스마저 경배한 아이슬란드 '얼음동화', 유로2016의 찬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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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프랑스마저 경배한 아이슬란드 '얼음동화', 유로2016의 찬란한 유산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7.04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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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선수권 8강전서 5-2 패배…전반에 4실점하고도 후반에 2골 만회하는 투혼으로 갈채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아이슬란드가 유럽축구선수권 유로2016에서 개최국이자 우승후보 1순위인 프랑스에 완패했지만 지난 한달 동안 써내려간 '얼음축구 동화'의 피날레는 찬연했다.

유럽축구의 변방국으로 최약체로 꼽혔던 '얼음왕국' 아이슬란드는 2016 여름에 위대한 '얼음 꽃' 역사를 쓰고 아름답게 퇴장했다. 유로 본선 역사에 남을 찬란한 유산이었다.

아이슬란드는 4일(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벌어진 프랑스와 대회 8강전에서 올리비에 지루에게 2골을 내주고 앙투안 그리즈만에게 1골 2도움을 허용한 끝에 5-2로 패배, '얼음왕국'의 메이저 축구 여행을 마감했다.

이날 아이슬란드는 전반에만 지루, 폴 포그바, 디미트리 파예, 그리즈만에게 연속 4골을 내줬다. 유로 본선에서 전반에만 4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아이슬란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후반에 2골을 만회하는 끈질김을 보여줬다. 후반에 보여준 선전에 축구팬들은 얼음축구가 녹을수록 빛났던 아이슬란드의 도전에 한껏 매료됐다.

◆ 프로리그 없는 인구 33만 소국 아이슬란드가 일으킨 유쾌한 반란

아이슬란드는 자국 프로리그가 없다. 세미 프로리그가 있을 뿐이다. 인구도 33만 명에 불과하다. 국토의 80%는 빙하 또는 용암지대로 이뤄진 척박한 환경이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유로2016에서 일약 '신데렐라'가 됐다.

아이슬란드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물론 단 한 차례도 유럽축구선수권 본선에 오르지 못한 유럽축구의 변방이다. 유로 2016 예선에서도 체코, 터키, 네덜란드 등과 함께 A조에 묶여 본선진출 가능성이 낮았다. 하지만 아이슬란드가 명장 히딩크가 이끄는 네덜란드를 두 차례나 꺾는 '오렌지 으깨기' 반란을 일으키며 A조 2위로 당당하게 본선 무대를 밟았다.

유로2016이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슬란드는 본선 진출국이 24개국으로 늘어난 수혜국 정도로 평가받았다.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과 함께 F조에 편성됐을 때도 최약체로 16강에 올라가기 힘들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헝가리, 포르투갈과 비기고 마지막 오스트리아까지 꺾는 대파란을 일으키며 예선 때와 마찬가지로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아이슬란드의 '얼음축구'가 최절정에 달했던 것은 바로 잉글랜드와 16강전.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맞아 웨인 루니에게 선제골을 내주고도 라그나르 시구르드손과 콜베인 시그토르손의 연속골로 이를 뒤집는 저력을 보여줬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아이슬란드와 잉글랜드의 맞대결 결과를 역대 세계축구 10대 이변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쯤 되자 아이슬란드의 축구팬들도 난리가 났다. 무려 2만여 명의 아이슬란드 팬들이 프랑스로 건너갔다. 전체 인구 16명 가운데 1명이 프랑스 원정응원을 간 셈이다. 또 미처 프랑스에 가지 못한 팬들은 수도인 레이캬비크 등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한 거리 응원전을 펼쳤다.

비록 아이슬란드의 위대한 도전은 프랑스와 8강전에서 막히긴 했지만 아이슬란드가 한달 동안 프랑스에서 보여준 '유쾌한 반란'은 신선한 충격이자 기적 그 자체였다.

◆ 그 누구도 아이슬란드를 가벼이 보지 않는다, UEFA의 찬사

경기가 끝난 뒤 유럽축구연맹(UEF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슬란드의 꿈은 끝났지만 유로2016에서 보여준 신선한 충격은 앞으로도 회자될 것"이라며 "아이슬란드 선수들은 자신감과 단결력을 보여줬다. 그 누구도 아이슬란드를 다시는 가벼이 보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로2016 조직위원회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아이슬란드는 모두의 가슴 속 승리자다. 고맙다"고 찬사를 보냈다.

아이슬란드와 8강전에서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된 프랑스 지루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우리가 5골을 넣었지만 2골을 잃었다. 아이슬란드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며 "아이슬란드도 매우 뛰어났으며 그들에게 축하를 보내고 싶다. 아이슬란드는 위대한 유로대회를 치렀다"고 밝혔다.

헤이미르 할그림손과 함께 이번 대회에서 공동 사령탑으로 활약한 라스 라거벡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아이슬란드에서 4년 6개월의 여정은 매우 환상적이었다. 모든 팬들이 프랑스를 찾아 응원을 보내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며 "처음으로 본선에 올라와 8강이라는 성적을 올린 것은 매우 뛰어난 업적이다. 나는 이제 떠나지만 할그림손 감독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아이슬란드 대표팀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슬란드의 에이스 길피 시구르드손은 "전반에는 매우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쳤고 프랑스가 이길만한 경기를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우 자랑스러웠고 이번 대회는 매우 환상적이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는 분명 목표를 초과달성했으며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아이슬란드 축구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프랑스전에서 만회골을 넣은 콜베인 시그토르손도 "당장은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해낸 것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낀다"며 "전반에는 수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후반 들어 우리가 항상 득점에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는 후반 결과는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결국 2골을 넣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이슬란드의 여정은 끝났지만 2018년 FIFA 월드컵을 향한 새로운 여정이 곧 시작된다. 아이슬란드는 크로아티아, 우크라이나, 터키, 핀란드, 코소보 등과 함께 I조에 묶여 치열한 유럽 예선전을 치르게 된다. 조 1위에 들거나 2위일 경우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할 경우에만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좁은 문'이지만 유로 대회에서 보여준 아이슬란드의 경기력이라면 또 한번의 대이변도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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