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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뷰티풀 마인드' 공감 장애 앓는 장혁을 향한 '사이코패스' 낙인, 과연 정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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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뷰티풀 마인드' 공감 장애 앓는 장혁을 향한 '사이코패스' 낙인, 과연 정당할까?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6.07.06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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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캐릭터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숱하게 등장한다. 어떤 캐릭터의 사이코패스라는 특성은 쉽게 한 사람을 악마화 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캐릭터가 저지르는 악행에 "저 캐릭터는 사이코패스라 범죄를 저지르는 거야"라고 단정짓기 쉽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지만 실제 사이코패스는 질병이 아니다. 사이코패스라고 불리우는 성격장애를 가진 환자들은 환경적·유전적 문제고 이들은 공감장애와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앓게 된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사이코패스는 공감장애로 인한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다.

'뷰티풀 마인드'의 이영오(장혁 분)는 우리 사회가 공감 장애인들에 대해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캐릭터다. 장혁은 어린 시절부터 공감장애를 앓아 왔고 신경 전문의인 아버지 이건명(허준호 분)에 의해서 인간의 감정을 기호로 판단하는 훈련을 받는다.

▲ '뷰티풀마인드'의 이영오(장혁 분)는 아버지 이건명(허준호 분)과 연인 김민재(박세영 분)에게 '사이코패스'로 낙인 찍힌다 [사진 = KBS 2TV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 방송화면 캡처]

즉 어린 시절부터 장혁은 자신의 공감장애를 인지하고 사회에 무리 없이 어울리기 위한 훈련을 해 왔다. 이는 신체 장애가 있거나 다른 정신 장애를 지닌 장애인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특수한 교육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컨대 시각 장애인이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점자를 배운다거나 청각 장애인이 수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그러나 장혁의 장애 극복을 위한 노력은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는 달리 쉽게 폄하된다. 장혁은 자신의 약혼자이자 연인이었던 김민재(박세영 분)에게 배신을 당한다. 박세영은 "네가 사랑을 배운 적이 있어? 네가 하는 것은 흉내일 뿐이야"라는 말로 장혁이 박세영과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했던 모든 것을 '흉내'로 일축해 버린다.

장혁의 아버지 허준호 또한 장혁이 의사가 되면 안되는 이유로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장혁은 그동안 자신이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숱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는 스스로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연습하고 타인의 표정을 읽는 것을 노력해 왔다.

장혁이 공감장애로 인해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의사라 할지라도 그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해 왔다. 그 동기가 생명에 대한 윤리, 환자들에 대한 측은지심이 아닐 지라도 말이다. 오히려 현성병원의 다른 의사들은 공감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돈벌이로만 생각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환자를 희생시키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극중 장혁에게 '사이코패스'라는 낙인과 함께 싸늘한 시선이 쏟아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5일 방송된 '뷰티풀 마인드'에서 장혁은 자신의 가슴을 펜으로 그으며 "나는 괴물이라 몰라요. 나 아닌 타인의 감정들이 얼마나 아픈지. 자 말해 봐요, 내 아픔이 전해지나요?"라고 물었다.

장혁의 이러한 질문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고 자부하는 비공감 장애인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 과연 정상적인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우리는 타인에게 공감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타인의 고통을 알면서도 자신의 편안함과 이득을 위해 눈 감고 살아갔던 경우가 얼마나 많았을까.

공감 장애가 있다고 해서 스스로가 상처를 받지 않는다거나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계진성(박소담 분)은 장혁에게 "똑같이 느낄 순 없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어. 원하지 않고,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뭐라도 할 수 밖에 없게 되잖아"라며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장혁에게 연민의 감정을 드러냈다.

이러한 박소담의 태도는 "너는 공감 장애니까 상처도 안 받고 아픔도 못 느끼잖아"라고 말했던 박세영의 태도와 대비되며 공감 장애인을 대하는 어떤 태도가 올바른지 시청자들에게 시사했다. 

▲ '뷰티풀 마인드'의 계진성(박소담 분)은 이영오(장혁 분)에게 최초로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 인물이다. [사진 = KBS 2TV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 방송화면 캡처]

혼란스러워하며 방황하던 장혁은 박소담의 위로의 말에 처음으로 타인에게 "도와줘"라는 말을 꺼내게 된다. 자신의 아픔조차도 공감할 수 없었던 장혁이 최초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상처를 위로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쉽게 타인을 괴물로 낙인 찍고 그를 배척하면서 안도감을 느끼려고 한다. 특히 상대가 일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타깃이 되기 더욱 쉽다. '뷰티풀 마인드'의 장혁은 타인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부모와 사랑하는 연인에게 괴물·사이코패스로 낙인 찍힌 채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장혁의 캐릭터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 인물들이 '사이코패스'라는 이름 아래 단편적으로 소비돼 왔는지 보여준다. 사이코패스는 모두 흔히 생각하는 괴물이나 살인마가 아니다. 그들은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공감장애와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것이다.

'뷰티풀 마인드'의 장혁은 처음에는 냉정한 태도와 비상식정 행동으로 시청자들에게도 의심쩍은 인물로 다가왔다. 과연 '현혹'되고 있는 것은 누구이고 '중한 것'을 모르는 것은 누구일까? 낙인과 이유 없는 두려움에 희생된 '뷰티풀 마인드'의 장혁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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