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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랑이 고픈' 이준기, "연기는 갈증을 채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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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랑이 고픈' 이준기, "연기는 갈증을 채울 때까지"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09.16 10:5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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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이준기는 지난 4일 끝난 KBS 드라마 ‘조선총잡이’에서 주연 박윤강 역을 맡았다. 박윤강은 조선의 청년 무사였지만 총의 위력 앞에 가족을 잃고, 총잡이가 돼 민중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인물이다. 그는 액션은 물론, 여배우 남상미와 전혜빈과의 섬세한 감성 로맨스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조선 총잡이'는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로 종영했다.

[스포츠Q 오소영 기자] 15일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이준기는 ‘조선총잡이’의 박윤강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드라마 속 한복과 양장 대신 아이돌 스타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레깅스 위 반바지를 입었고 손가락엔 화려한 반지를 여러 개 꼈다. 길게 길었던 머리는 “자르기 아까워서” 한 쪽으로 넘긴 후 요즘 유행하는 챙이 넓은 모자를 썼다. 빅뱅 지드래곤의 '미역머리'를 연상케 하는, 웬만한 아이돌 스타도 시도하기 힘든 파격적인 스타일이다.

▲ '조선총잡이' 제작발표회에서의 이준기.[사진=스포츠Q DB]

◆ ‘조선총잡이’ 아쉽지만 홀가분 … “시청자 의리에 감사”

- 액세서리가 화려하다.

▲ 액세서리류를 좋아해서 쇼핑 때 눈여겨 보는 편이다. ‘조선총잡이’ 같은 경우는 이런 액세서리를 할 수 없는 작품인데 내가 평소 좋아하는 이런 반지나 귀걸이를 끼면 원래의 나로 더 빨리 돌아오는 것 같기도 하다.

- 옷은 아이돌 패션인데. 스타일리시하다.

▲ 그런 말 처음 들어본다. 흑. 워스트 드레서로 워낙 많이 뽑혔어서(웃음). 사실은 예전부터 이런 스타일을 좋아했다. 이제야 하나씩 드러내보는 건데. 시상식 같은 데서도 이런 옷을 입어보면 어떨까 생각해보는데 언제쯤 될지 모르겠다. 평소엔 이 머리에 스냅백을 쓰고 다니는데 인터뷰에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이 모자로 바꿔 썼다.

- ‘조선총잡이’ 종영 후 뭘 했나.

▲ 그동안 못봤던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술자리가 많았다. 추석이 빨리 끝나길 기다렸다. 드라마 촬영으로 못 했던 걸 더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아쉽다.

- 끝낸 소감은. 역시 ‘히어로물은 이준기’라는 말을 지켰다.

▲ 아쉬움이 크다. 방송 전부터 기대가 커서 찍는 내내 걱정과 스트레스가 많았다.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것은 현장에 충실하는 것뿐이라 대본을 최대한 숙지하고 연구했지만, 새로운 한국형 히어로의 탄생을 좀더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못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도 시청자분들께서 좋은 시청률로 의리를 지켜주셨다. 아쉽지만 성취감이 있다. 고생만큼 사랑받고 끝나서 기쁘고 홀가분하다.

- 조선의 영웅을 연기했다. 본인이 보기엔 어떤 장면이 가장 멋있었나.

▲ 6회 후반부에서 (전)혜빈씨를 구하는 신. 그 신을 찍을 때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최대한 빨리 찍어야 했다. 원테이크로 찍었는데, 내가 그렇게 액션을 잘 하는지 몰랐다. 혜빈씨도 그때 내게 반했다고 하더라. 진짜다. 내가 생각해도 멋있었다.(웃음) 실제 드라마에서도 멋있게 나왔다. 최대한의 매력을 순간적으로 발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테이크 액션 신을 좋아한다. 그 장면에서 충분히 드러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시청자분들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감정선이었던 것 같다.

▲ 이준기는 '조선총잡이'에서 남상미와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 [사진=KBS제공]

◆ “‘조선총잡이’는 키스 능력 진화한 작품” 여배우와의 회의(?)로 최선의 각도 찾는다

- 애정 연기도 시청자 반응이 좋았다.

▲ 이번 작품에서 이준기의 키스 능력이 진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마지막회 중 동굴에서 상미 씨와의 키스신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깊었다.(웃음) 다음 작품에선 좀더 진일보한 애정 신을 선보이고 싶다. 시청자 반응을 보니 ‘남녀 배우가 좀더 누웠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의견이 있더라. 앞으로는 그 아이디어대로 좀더 진한 애정 신을 보여드리면 어떨까.(웃음) 상미씨와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더라도 로맨스 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몰입이 됐다.

- 키스 능력의 진화? 키스신에 노하우가 있나.

▲ 일단 입술을 느끼고….(웃음) 드라마의 키스신은 아무래도 영화보단 리얼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너무 리얼하면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불편한 장면이 될 수도 있으니까. 가족 시간대에 볼 수 있는 키스신을 만들어보려 했다. 수위를 지키면서 화면에서 가장 예쁘게 나오고 섹시하게 보이는 각도가 어딜지, 눈빛이나 호흡, 둘이 함께하는 연기에 대해 고민했다. 현장에서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내가 말이 많아서 상미씨가 귀찮았을 거다. “오빠 알아서 하라”고 맡겨줬다. 키스 신을 본 스태프 분들이 내게 “돈을 입금해라”라고 하던데 나만 좋았나 싶기도 하고.(웃음)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준 상미씨에게 감사하다.

- 2007년 MBC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이후 남상미와의 재회로 화제였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알게 된 남상미의 새로운 점이 있나.

▲ 예전엔 애정 신을 찍어도 어리고 귀여운 동생같았다. 이번 드라마에서 로맨스 라인을 따라갈 땐 상미씨에게 기댄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애정 신에 대해 꺼리지 않고 당당해서 덕분에 편하게 상의할 수 있었다. 키스신을 찍을 때도 어떻게 할까 쉽고 편하게 토론해 볼 수 있는 상대였다. 상미씨는 포용력 있고 성숙한 친구다. 상미씨도 나이가 들면서 성숙해지다보니 키스신에서도 테크닉 필요없이 자체만으로도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장점이 많은 배우로 거듭난 것 같아 오랜 시간 알아온 오빠이자 동료 배우로서 기쁘다.

- 마지막회에서 긴 머리와 수염 분장을 하고 나타났다. 여기에 적지 않은 반향이 있었는데.

▲ 수염 분장에는 개인적으론 반대 입장이었다. 감독님께선 10년 후 박윤강을 표현하고 싶다고 하셔서 마지막회를 찍는 한 주 동안 함께 고민했다. 수염보다 긴 머리를 먼저 해 봤는데 자칫하면 나이 든 ‘공길’ 같겠더라. 민중의 영웅이 아닌 중성적인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여기에 수염을 붙이면 나름대로 괜찮을 것 같았는데, 붙여보니 끔찍하더라.(웃음)

사실은 수염을 여러 번 붙여보고 떼고 할 만한 시간이 없었다. 방송에 어떻게 나올지 초조했다. 아니나 다를까 팬분들은 충격을 받으셨던 것 같다. 특히 큰 화면으로 보셨던 팬분들은 더 충격이었을 거다. 수염의 유무를 떠나 앞으로 펼쳐질 날들에 대해서 표정에 담았으면 싶어서 거기에 최대한 신경을 썼다. 2시간만에 찍은 장면인데 야수같은 표정이 나왔더라.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의 이준기의 미래를 표현하는 신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 머리와 수염을 붙이고 10년 후 박윤강으로 등장한 이준기.[사진=KBS제공]

◆ 사랑이 고픈 이준기, “마지막 연애는 3년 전” “애정 연기는 합법적인 욕망 해소법”

- 종영 후 공백기 때 뭘 할 건가. 아까 키스신 얘기가 많았는데 연애를 하고 싶은 것 같다.

▲ 뽀뽀 안 하고 싶은 남자도 있나.(웃음) 연애, 하고 싶지. 주변에 좋은 분 있으면 소개해 달라. 촬영장에서도 연애하고 싶다고 입에 말을 달고 산다. 나이가 있어 결혼 생각도 해야 하는데 이대로는 연애도 못 해보고 결혼 먼저 하게 생겼다.

공백은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드라마 ‘투윅스’ 후 ‘조선총잡이’까지 공백이 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품 선정을 하면서 해외 팬분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도 드릴 거고 여러 프로모션도 할 거다. 연애할 수 있는 복이 있다면 연애도 하겠지.

- 스캔들 한 번이 없다. 마지막 연애는 언제였나.

▲ 3년 된 것 같다. 내가 과거 연애에 대해 말을 안 하니까 스태프 분들은 “우리한테까지 이미지 관리냐”고 하시는데 정말 얘기할 게 없다. 그래서 이제는 날 보고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애”라고 하시면서 “3년쯤 됐으면 아무나 와서 툭 건드리면 금방 넘어간다”고 하신다.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상태라고.

- 왜 연애를 못 할까.

▲ 너무 조심성이 많은 것 같다. 관심있는 상대가 생기면 먼저 다가갈 수도 있는 일인데 너무 조심하다보니 기회를 놓치는 것 같다. 다 지난 후에야 “아, 그 때 얘기 해 볼 걸!” 한다.(웃음)

- 공개연애에 대한 생각은.

▲ 사귀게 된다면 공개연애를 해야 좋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경우는 연애를 공개하면 남자보단 여자 쪽이 잃는 게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여성 쪽을 생각하면 공개에 조심스럽지만, 공개를 안 하면 몰래 다녀야 하니까 둘의 추억을 쌓지 못할 것 같다.

▲ [사진=KBS제공]

- 다음 작품도 이런 히어로물을 하고 싶나. 혹은 다른 이준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 지금까지 갈증을 채울 수 있었던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함께 고민하고 만들었지만 아쉽게 채우지 못하고 끝냈다. 이번 작품도 더 많은 영웅담을 못 보여드린 게 아쉽다. 히어로물을 좋아해서 작품을 고르며 주변 분들과 상의할 때도 “히어로물을 그만하자”는 게 아니라 어떤 히어로를 보여줄까에 대해 얘기한다.

이렇게 영웅으로서 ‘날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다. 말랑말랑한 로맨스도 하고 싶고. 이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난 애정 신을 좋아한다. 예쁘고 행복하잖나. 얼마나 복인가. 이렇게 연애를 못 하는 상황에서 합법적으로 욕망을 해소할 수 있는 게 애정 연기할 때밖에 없다.(좌중 폭소) 그런데 막상 들어오는 로맨스 작품에는 잘 안 꽂히더라. 나를 매료시킬 수 있는 작품이라면 자신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든 드라마든 내 모든 걸 발산하고 싶은 작품을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

[취재후기] 인터뷰 중 연애에 대한 얘기가 많았던 만큼 이준기는 ‘사랑’과 떼어놓을 수 없는 배우다. 그러나 이는 연애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그는 평소 팬을 아끼는 대표적 ‘팬 사랑’ 스타로 유명하고, 사람과 만나는 것을 좋아해 작품 후에는 인터뷰를 거르지 않는다. ‘조선총잡이’ 제작진들과는 얼마 전 엠티를 다녀오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아끼지 않고, 작품에 대한 ‘사랑’으로 고된 액션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연기한다. 아이돌 스타에게만 있는 줄 알았던 팬덤이 건재하고 꾸준히 사랑받는 것은 이런 모습 덕분이 아닐까. 다음 작품에서 보여줄 사랑 또한 응원한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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