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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4번타자가 3명' 두산베어스의 유쾌한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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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4번타자가 3명' 두산베어스의 유쾌한 역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7.14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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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일-에반스-김재환 맹활약 중…지난해 김현수 4번으로 썼던 두산 격세지감

[창원=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4번 타자가 3명이다?

언뜻 들으면 궤변 같지만 올 시즌 KBO리그 전반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두산 베어스에는 맞는 말이다.

4번 타순을 맡는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제 몫을 해주고 있으니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두산의 붙박이 4번 타자는 없다. 하지만 누가 들어오든 엄청난 폭발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상대팀 투수 입장에선 4번 타자를 고정으로 맡는 선수를 상대하는 것 이상으로 부담감이 크다.

▲ 오재일은 부상 복귀 후에도 여전히 빼어난 장타 생산력을 자랑하며 두산 중심타선의 핵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너도나도 맹타' 오재일-에반스-김재환의 대활약

올 시즌 두산에서 4번 타자를 맡고 있는 선수는 오재일과 닉 에반스, 김재환 등이다.

오재일은 시즌 중반 부상으로 1군에서 빠졌지만 올해 커리어 하이가 확실시된다. 43경기에서 타율 0.354에 9홈런 32타점을 기록했다. 홈런 6개와 타점 5개를 보태면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만들 수 있다. 출루율 0.472, 장타율 0.604를 기록, 정확도와 파워 모두 갖춘 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상대 투수 입장에선 ‘공포의 타자’다.

4번 타자로 나왔을 때 성적도 뛰어나다. 타율 0.284에 6홈런 15타점을 기록 중이다. 4번 타자라는 부담감 보다는 이를 받아들이고 즐기면서 타격하는 게 좋은 결과로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에반스도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딛고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 타율 0.294에 15홈런 49타점으로 팀 내 타격 5위, 홈런 2위, 타점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4번 타자로 나왔을 땐 타율 0.194에 1홈런 6타점으로 다소 부진하지만 3번이나 5번 타순에서 가공할 폭발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후반기 반등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두산이다.

김재환은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전반기를 보냈다.

타율 0.333로 전체 17위, 22홈런으로 공동 2위, 67타점으로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예전 같으면 꿈도 꿀 수 없는 성적이다. 매번 포지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2014년 52경기가 김재환이 한 시즌 가장 많이 출장한 경기수였다.

올해는 전반기 1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벌써 72경기를 소화했다. 김태형 감독의 믿음으로 꾸준히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그 기회를 십분 살렸다.

올해 김재환의 성적은 나무랄 데 없이 뛰어나지만 ‘4번 타자’ 김재환도 공포의 대상이다. 김재환은 4번 타자로 나섰을 때 타율 0.347에 12홈런 40타점을 집중시켰다. 4번 타자로 뛰었을 때 볼넷/삼진 비율도 0.8(24개/30개)로 이상적이다.

무조건 자기가 해결하려 덤벼들지 않고,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렸다는 뜻이다. 다음 타순에 장타력이 좋은 선수가 있기 때문에 ‘내가 무조건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었다.

▲ 에반스는 초반 부진을 딛고 가공할 장타력을 뽐내며 두산의 선두 독주를 돕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장타력 가진 타자 2명 있는 것, 시너지 효과 엄청나"

이처럼 감독이 매일 타순을 짜는 9명의 타자들 중 장타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여러 명 있는 건 타선의 전체적인 무게감을 높인다.

김태형 감독은 13일 NC와 마산 원정경기를 앞두고 “사실 4번 타순 같은 경우는 붙박이로 가는 게 좋기는 한데, 지금 우리 같은 경우에는 그날 컨디션에 따라 상황에 맞게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재환 같은 경우는 올해 7~8번 타순에서 시작했는데, 내 기대 이상으로 급성장하면서 중심타선에 들어가게 됐다”며 “에반스도 4번에서 나름대로 잘했다”고 특정 선수에게 4번을 맡기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런 김 감독의 ‘행복한 고민’은 불과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 시즌 초반 외국인 타자 잭 루츠의 부진으로 고민이 많았던 김 감독은 주로 3번 타자를 맡았던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를 4번에 놓고 쓸 정도로 ‘4번 타자 구인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올해는 여기저기서 4번을 맡을 수 있는 선수들이 나와 김 감독의 입가에 웃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외국인 타자도 그렇지만, 장타력을 가진 타자 2명 이상을 데리고 있는 게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김재환은 김태형 감독의 믿음 속에 홈런 부문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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