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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이 절실함을 키웠다' 불굴의 전사들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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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이 절실함을 키웠다' 불굴의 전사들이 뛴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09.19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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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혁·김온아·김진수·이용대, 부상과 마음고생 딛고 명예회복 다짐

[스포츠Q 이세영 기자]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세계적인 기업을 이끌었던 고(故) 정주영 회장은 생전 “시련이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을 남겼다. 고통스러운 경험이 재기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다.

안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들 가운데서도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이겨내고 출전하는 선수들이 있다.

남자 역도 사재혁(29·제주도청)과 여자 핸드볼 김온아(26·인천시청), 남자 축구 김진수(22·호펜하임)는 부상에서 돌아온 뒤 화려한 복귀를 꿈꾸며, 이용대(26·삼성전기)는 본의 아니게 선수생활을 쉬면서 안은 마음고생을 털어낼 준비를 마쳤다. 이들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했던 사재혁이 긴 재활훈련을 마치고 2년 만에 국제대회를 치른다. [사진=스포츠Q DB]

‘오뚝이 역사’ 사재혁은 인간승리의 표본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역도 77kg급에서 인상 163kg·용상 203kg·합계 366kg을 들어 올리며 금메달을 획득한 사재혁은 장미란(은퇴)을 잇는 한국 역도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올림픽 2연패라는 큰 꿈을 품고 출전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상상조차 하기 싫은 큰 부상을 당했다. 77kg급에 출전한 사재혁은 인상 2차 시기에서 162kg을 들다 오른팔이 꺾이면서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비명과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팬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오른 팔꿈치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은 사재혁은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이에 선수 생활을 끝내겠다는 생각까지 했지만 사재혁은 다시 시작해보기로 마음을 돌렸다. 끝을 알 수 없는 재활훈련이 펼쳐졌다. 부상의 공포를 딛고 다시 몸을 만드는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웠다.

사재혁은 “런던 올림픽 이후에 많이 힘들었다. 부상을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질문이 계속 나오는데 회피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다시 서게 된 것만으로 영광으로 알고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부상 이야기를 할 때는 당시가 생각난 듯 잠시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지만 그는 아직 못 이룬 꿈을 위해 앞만 보고 있다.

사재혁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다시 바벨을 들었다. 제주도청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는 복귀 후 처음 나간 전국체전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77kg급에서 인상(150kg)과 용상(190kg), 합계(340kg) 부문 금메달을 휩쓴 것.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한 체급을 올려 남자 85kg급에 출전한다. 체중을 감량해야 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사재혁의 몸 상태는 최고조에 올라있다.

그는 “체급을 올린 지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머릿속으로 그리는 목표 기록은 굉장히 높다”며 “무조건 안 된다는 생각보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스스로 자신감을 얻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의 연습 최고기록은 인상 150kg에 용상 190kg이다. 세계기록(인상 187kg, 용상 218kg)과는 큰 차가 있다.

하지만 사재혁은 자신의 목표를 높게 잡았다. 인상 175kg, 용상 220kg, 합계 395kg이다. 특히 주 종목인 용상은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사재혁은 “이번 대표 선발전 당시 2차 시기에서 213kg에 도전하다가 클린 동작만 하고 팔이 아파 그만뒀다”며 “정상적으로 성공했다면 3차시기에 세계신기록을 세울 수도 있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4년전 광저우 대회 때는 부상으로 대회에 나서지 못했던 사재혁은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에서 남다른 부활을 꿈꾸고 있다.

▲ 여자 핸드볼 김온아(왼쪽)는 2012 런던 올림픽 때 입은 무릎수술 여파로 2년간 코트에 나서지 못했지만 시련에 굴복하지 않는 오뚝이 정신으로 부상 후유증을 털고 일어났다. [사진=스포츠Q DB]

한국 여자 핸드볼의 에이스 김온아도 큰 부상을 이기고 코트로 돌아왔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에서 센터백 포지션을 맡고 있는 김온아는 167cm의 키로 핸드볼 선수 치고는 작지만 발과 슛 동작이 빠르다. 여기에 넓은 시야와 경기 운영능력, 빠른 판단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온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에 머물렀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을 딴 것에 만족해야 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부상으로 쓰러졌다. 당시 조별리그 1차전이었던 스페인전에서 경기 종료를 2분 여 앞두고 공격 중 발을 헛디뎌 무릎 인대가 파열됐다.

아쉬움 속에 올림픽을 마감한 김온아는 귀국 후 무릎 수술을 받았다. 1년여의 치료와 재활 끝에 코트에 복귀했지만 지난해 전국체전이 끝난 뒤 수술 부위의 염증으로 재수술을 받는 시련을 겪었다.

김온아는 “처음 수술이 정말 힘들었다. 재활만 거의 1년 정도 했는데 1년이라는 공백이 두려웠다. 코트 적응과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김온아는 다시 명성을 되찾았다. 그는 5월 끝난 SK 핸드볼 코리아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소속팀 인천시청을 우승으로 이끌며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돼 건재를 과시했다.

김온아가 2년 전 런던에서 겪은 아픔을 올해 인천에서 환한 미소로 날려버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김진수(오른쪽)는 부상으로 인한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 탈락의 아픔을 아시안게임에서 씻으려 한다. 사진은 17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A조 리그 2차전에서 크로스를 시도하는 김진수. [사진=스포츠Q DB]

대회 직전 갑자기 찾아온 부상 때문에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던 남자 축구 대표팀 김진수도 남다른 결의를 다짐한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뛰던 시절 시미즈전에서 오른쪽 발목을 다쳤던 김진수는 처음엔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발탁됐지만 선수단 출정 전날 부상 회복이 더뎌 결국 브라질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4년 뒤를 기약한 김진수는 독일 프로축구 호펜하임으로 새 둥지를 튼 뒤 이광종호에 발탁됐다. 김진수에게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월드컵에서 아쉬움을 날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김진수는 아시안게임에서 부상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나 동료들 모두 부상이 없어야 한다”며 “아직 시즌 중이고 여기에 모인 선수들은 모두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 배드민턴 이용대는 올초 본의 아니게 운동을 쉬어야 했지만 절망하지 않고 다시 라켓을 잡았다. 유연성과 함께 출전하는 남자 복식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다. [사진=스포츠Q DB]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이용대는 부상이 아닌 갑작스런 자격정지로 마음고생을 했다.

이용대는 지난해 10월 유연성(28·국군체육부대)와 함께 남자 복식조를 결성한 뒤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담금질에 들어갔지만 뜻하지 않은 시련에 부딪쳤다.

세계배드민턴연명(BWF)은 올 1월 약물검사 관련 절차규정 위반으로 이용대에게 선수자격 정지 1년을 통보했다. 지난해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도핑테스트에 세 차례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개인의 잘못이 아닌 배드민턴협회의 행정 착오로 빚어진 일이었다.

이용대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시안게임을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처음 한 달은 좌절감이 밀려와 힘들었다. 착잡한 마음에 운동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징계가 6개월로 완화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이용대도 다시 라켓을 들고 훈련을 시작했다.

다행히 지난 4월 BWF의 도핑청문위원단이 재심의를 열어 이용대에 대한 1년 자격정지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용대는 3개월 만에 다시 코트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이용대는 “출전정지 해프닝이 전화위복이 돼 이번 아시안게임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배드민턴에 대한 절박함도 생겼다”고 힘주어 말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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