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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11) '카누 박태환' 조광희의 발칙한 도전, '비인기 물보라' 지켜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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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11) '카누 박태환' 조광희의 발칙한 도전, '비인기 물보라' 지켜보라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7.25 2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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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카누> 전국체전 金만 14개, 아시아 1인자 넘어 사상 첫 파이널 도전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워낙 생소한 종목이라 덜 알려졌을 뿐 오랜 기간 한 종목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선수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카누의 조광희(23·울산시청)다.

2014년 9월, 인천 아시안게임 카누 남자 카약 스프린트 1인승(K-1) 200m에서 조광희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자 ‘카누 박태환’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1990년 베이징에서 천인식이 3관왕에 오른 이후 24년 만에 나온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하남 미사리경정공원에는 개장 이후 처음으로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충남 부여중 재학 시절 육상을 하다가 패들을 잡기 시작한 조광희는 2011년 2월 태극마크를 달았다. 부여고 1년 재학 중이던 2009년 전국체전부터 지난해까지 카약 1~4인승 200~1000m 등 매년 2종목 이상 출전, 무려 1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조광희. [사진=스포츠Q(큐) DB]

“고등학교 때 2등을 한 것 같은데 이후로는 모두 1등이었다”고 어렵사리 기억을 더듬는 괴물이다. 한국과 아사아를 정복한 ‘카누 보물’이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리우데자이네루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카누 종목 포디움을 바라보는 조광희다.

◆ A파이널 보인다, 마지막 모의고사 8위 쾌거

조광희의 현실적 목표는 상위 9명이 겨루는 A파이널에 사상 최초로 진출하는 것이다. 한국 카누는 1984년 LA 대회부터 올림픽에 도전했지만 누구도 마지막 순위경쟁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느낌은 좋다. 올림픽 마지막 모의고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지난달 포르투갈 몽테모 로 벨로에서 열린 2016 카누스프린트 3차 월드컵 K-1 200m에서 35.872초로 8위를 차지한 것. 조광희는 “컨디션이 70%였는데 작년에 비해 좋아진 게 느껴졌다”며 “훈련으로 생각하고 컨디션 조절 없이 실전을 치렀는데 최고의 성적이 나왔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밟는 조광희의 현실적인 목표는 A파이널 진입이다. [사진=스포츠Q(큐) DB]

리우의 수질 환경이 좋지 않은 점은 호재다. 레이스가 거행될 로드리고 데 프레이타스 석호는 하수로 인한 오염으로 수초가 카누의 방향타에 걸리거나 노에 감겨 올라오는 등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조광희 같은 다크호스가 톱랭커를 잡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변수다.

조광희는 지난해 8월 세계선수권, 지난 3월 스페인 세비야 전지훈련을 통해 스타트 보완에 중점을 뒀다. 그는 “초반에 치고 나가는 것만 잘하면 이후 레이스에서는 외국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따고 싶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 최민규도 있다, 2인승 200m '찰떡궁합'으로 파란 예고

조광희는 2인승(K-2) 200m에도 출전한다. 최민규(24·부산강서구청)와 함께다. 리우에는 이들 듀오만 나간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둘은 34초003으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1위 카자흐스탄이 K-2 1000m에서 출전권을 따내 종목을 배분함에 따라 올림픽에 진출하는 행운을 얻었다.

1인승처럼 2인승도 올림픽 목표는 A파이널 진입이다. 둘은 지난달 3차 월드컵 200m에서 33.628초로 7위에 오르는 깜짝 성과를 냈다. 스트로크에 강점이 있지만 출발이 불안한 조광희의 단점을 최민규가 훌륭히 메운 호흡이 돋보였다.

최민규는 2014년 아시아선수권 K-2 500m 3위, 2015년 아시아선수권 K-2 200m 2위에 오른 경력이 있다. 태극마크를 단 지 6년째다. 그는 “나는 체력과 힘이 부족하지만 초반 스타트에는 자신이 있다. 광희는 폭발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스페인 출신의 엔리케 소토 감독이 카누대표팀을 지휘한다. 전담 통역사가 없어 소통까지 담당하고 있는 최민규는 “한국 카누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일반인들이 알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리우에서 K-2 200m에 출전하는 최민규(왼쪽)와 조광희. [사진=스포츠Q(큐) DB]

■ [Q] 아시나요? 올림픽에서 거둔 한국 카누 최고 성적을

카누는 1936년 베를린 대회부터 올림픽에서 정식 물살을 가른 이후 유럽세가 절대 강세다. 러시아(금 31, 옛 소련 포함), 독일(금 28), 헝가리(금 22)이 빅3를 형성하고 금메달을 수확한 30개국 중 비유럽 국가는 미국(금 5), 호주(금 3), 중국(금 2)뿐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외에 메달조차 따낸 나리가 없다.

한국은 1984년부터 6차례 올림픽에 남자 19명, 여자 5명이 나섰지만 9명이 겨루는 결승(현 A파이널)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다. 대부분 예선에서 준결승 직행에 실패한 뒤 패자부활전(2회전)에서 짐을 싸야 했다. 패자전에서 말 그대로 부활해 준결승(3회전)에 오른 적은 모두 5번뿐이다.

개최국 자격으로 1988년 12개 전 종목에 자동 출전했는데 남자 카누 1인승(C-1) 500m에서 장영철이, 카약 1인승(K-1) 500m에서 천인식이 각각 패자전을 거쳐 준결승에 올랐으나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1992년 남자 C-1 500m 박창규가 역대 패자부활전 최고 순위인 조 2위로 준결승에 올랐다. 1000m에서도 역시 패자전을 통해 준결승행에 성공했다.

4년 뒤 박창규는 전광락과 짝을 이뤄 출전한 C-2 500m에서도 패자전을 통과해 준결승에 올랐는데 출전선수 19명 중 기록상 11위를 마크, 순위로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결승 진출에 2계단이 못 미친 것이다.

비록 태극 패들러들은 올림픽에서 결승행 물보라는 일으키지 못했지만 올림픽 경험을 발판 삼아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획득으로 도약을 이뤘다. 천인식이 서울 올림픽 2년 뒤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첫 금메달을 넘어 3관왕을 달성했다. 24년 뒤 조광희가 골든 패들을 젓기 전까지는 한국의 유일한 금메달리스트로 남아 있었다. 남자선수로는 2000년 마지막으로 올림픽 레인을 갈랐던 남성호는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만 3개를 보탰다.

2006년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이순자는 2년 뒤 여자선수 최초로 올림픽 자력진출을 이뤘다. 패자전이 없는 베이징 대회에서 예선 탈락했지만 2014년 인천 아시아게임에서 은, 동메달 하나씩을 추가했다. 세계와 격차는 크지만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금 4, 은 11, 동메달 15개로 메달순위 5위에 올라 있다.

■ 역대 올림픽 카누 한국선수 출전 최고성적

*C 카누/ K 카약

- 1984 LA (남 C 2명 2종목)
          = 패자부활전(2회전) 탈락

- 1988 서울 (12개 전종목 = 남 C 3명 4종목 + K 8명 5종목 + 여 K 4명 3종목)
          = 남 C-1 500m 장영철 준결승(3회전) / 남 K-1 500m 천인식 준결승(3회전)

- 1992 바르셀로나 (남 C 1명 2종목 + K 5명 5종목)
          = 남 C-1 500m/ C-1 1000m 박창규 준결승(3회전)

- 1996 애틀랜타 (남 C 2명 2종목)
          = 남 C-2 500m 박창규 준결승(3회전)

- 2000 시드니 (남 K 1명 2종목)
          = 남 K-1 500m 남성호 준결승(2회전)

- 2008 베이징 (여 K 1명 1종목)
          = 여 K-1 500m 이순자 1회전 탈락

▲ 왼쪽부터 조광희, 엔리케 소토 감독, 최민규. 엔리케 감독은 2014년 1월부터 한국 카누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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