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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10) '어제의 파트너 레슬러' 류한수가 꿈꾸는 인고의 그랜드슬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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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10) '어제의 파트너 레슬러' 류한수가 꿈꾸는 인고의 그랜드슬램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7.24 2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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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레슬링> 국가대표 훈련 파트너 출신, 4호 그랜드슬래머 도전…김현우는 2연패 노려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세계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양궁을 제외하고 하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낸 종목은 무엇일까. 바로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11개씩 금메달을 따낸 레슬링과 유도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 첫 금메달도 바로 레슬링 양정모가 쓴 역사였다.

그러나 한국 레슬링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노골드에 머물렀고 4년 전 올림픽에서도 김현우(28·삼성생명)가 유일한 금메달로 자존심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역대 한국인 네 번째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레슬러가 있다. 오랜 세월 대표팀에서 훈련 파트너로 그늘 인생을 달려온 끝에 첫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룬 류한수(28·삼성생명)다. 류한수가 올림픽 데뷔무대에서 금메달을 따내면 박장순 레슬링대표팀 감독과 심권호 대한레슬링협회 이사, 김현우에 이어 역대 4호 태극 그랜드슬래머가 된다.

▲ 오랜 기간 대표팀에서 훈련 파트너로서 활약했던 류한수가 드디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차례로 제패했던 류한수는 올림픽 데뷔무대 금메달로 그랜드슬램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사진=스포츠Q DB]

◆ 지난해 스태블러에 당한 패배, 올림픽에서 되갚아라

류한수는 2013년부터 차례로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제패했다. 그러나 류한수는 런던 올림픽 이전까지는 김현우의 벽에 막혀 좀처럼 대표팀에서 뛰지 못했다. 2008년부터 태릉선수촌에서 맡은 그의 역할은 늘 훈련 파트너였다.

대구 경구중 1학년 때 감독의 권유로 레슬링을 시작한 류한수는 학창 시절 승승장구했지만 성인 무대에서는 오랜 무명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레코로만형 60kg급에서는 정지현(33·울산남구청)에게 밀렸고 66kg급에서는 김현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류한수는 "2008년부터 선수촌에서 훈련 파트너가 되어야 했을 때는 정말 있기가 싫었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형들 기술 연습 상대나 되어주고 인형처럼 있나'는 생각만 했다"며 "주말에 밖에서 스트레스를 푼 뒤 '가서 열심히 해야지'라고 다짐하지만 반복되는 생활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류한수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런던 올림픽 이후였다. 김현우가 런던에서 그레코로만형 66kg급 정상에 오른 뒤 체급을 75kg급으로 올린 것. 류한수로서는 정신이 번쩍 드는 계기가 됐다.

▲ 류한수는 경성대 재학시절 두 차례나 팔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투혼의 레슬러인 류한수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결승전에서 아쉽게 졌던 프랑크 스태블러를 꺾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사진=스포츠Q DB]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김현우와 함께 한국 레슬링에 14년 만에 금메달을 안겼고 이듬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던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우승을 차지, 그랜드슬램에 올림픽 금메달 하나를 남겼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프랑크 스태블러(독일)에 막혔다.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지난해 9월 열렸던 세계선수권에서 승승장구하며 결승까지 올랐지만 스태블러에 5-1 완패를 당했다. 올림픽 출전권은 따냈지만 금메달을 놀친 것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류한수는 투혼의 레슬러다. 경성대 재학 시절 팔 골절상을 두 차례나 당해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남들은 운동을 그만두라고 했지만 오랜 재활 끝에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어쩌면 이런 시련이 있었기 때문에 오랜 무명의 시간을 견뎌내고 끝내 올림피언이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류한수의 최고 라이벌은 세계선수권 우승자 스태블러다. 그는 독일에서도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 있을 정도로 레슬링계에서는 인기있는 스타다. 이외에도 2014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다보르 스테파넥(세르비아), 지난해 세계선수권 동메달리스트인 아르템 수르코프(러시아) 등도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다.

▲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김현우는 체급을 올려 리우 올림픽 석권을 노린다. 그레코로만형 75kg급에서도 최강으로 자리했던 김현우는 심권호에 이어 16년 만에 올림픽 두 체급 정상에 도전한다. [사진=스포츠Q DB]

◆ 목표는 금메달 5개, 전통 효자종목 부활 이뤄낼까

런던 금메달리스트 김현우는 75kg급으로 체급을 올려 도전장을 던졌다. 만약 김현우가 이 체급에서도 정상에 선다면 1996년 애틀랜타 대회와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심권호 이사가 48kg급과 54kg급을 연달아 석권한 이후 역대 두 번째 두 체급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김현우는 체급을 올린 뒤에도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을 연달아 석권하며 절대 힘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2014년 루마니아 오픈에서 라이벌 로만 블라소프(러시아)에 아쉽게 질 때까지 출전했던 모든 경기에서 불패 행진을 펼치기도 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아시아선수권 74kg급에서 3연패를 차지했고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김현우 외에도 그레코로만형 59kg급 이정백(삼성생명)과 자유형 57kg급 윤준식(삼성생명), 자유형 86kg급 김관욱(국군체육부대)까지 모두 5명의 레슬러가 리우 매트에 나선다. 이정백 역시 류한수처럼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훈련 파트너로 활약했을 정도로 철저한 무명이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비밀병기'로 출전한다.

박장순 자유형 대표팀 감독과 안한봉 그레코로만형 대표팀 감독은 출전 선수가 모두 금메달을 따내는 것을 목표를 세웠다. 모두가 금빛 굴리기를 성공시킨다면 단일 대회 역대 최다 금메달이 된다. 그동안 한국 레슬링이 11개의 금메달을 가져오긴 했지만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냈던 전성기는 1988년 서울 대회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의 2개였다.

모든 종목이 그렇지만 레슬링처럼 투기 종목에서는 체력이 관건이다. 특히 경기 규칙이 2분 3회전에서 3분 2회전으로 바뀌면서 더욱 체력이 중요해졌다. 살과 살이 맞부딪히고 힘과 힘을 붗꽃을 튀는 레슬링의 특성상 1분이라는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만큼 체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지구력이 있어야만 승리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이에 대해 박장순 감독은 "경기규칙이 바뀌면서 끝까지 체력으로 버틸 수 있어야 포인트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레슬링 대표팀은 고강도의 체력훈련을 해왔다. 레슬링 휸련장인 태릉선수촌 다목적체육관에는 '나보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만큼 5명의 레슬러의 눈에는 자신감이 빛난다.

■ 2016 올림픽 레슬링 한국 출전선수 (남자 5명)

△ 그레코로만형

- 59kg급 이정백 (30 삼성생명) = 2015년 세계선수권 9위

- 66kg급 류한수 (28 삼성생명) = 세계선수권 2015년 은메달, 2013년 금메달

- 75kg급 김현우 (28 삼성생명) = 세계선수권 2015년 10위, 2010년 8위, 2012 올림픽 금메달

△ 자유형

- 57kg급 윤준식 (25 삼성생명) = 2010년 세계선수권 9위

- 86kg급 김관욱 (26 국군체육부대) = 세계선수권 2015년 19위, 2010년 20위

■ [Q] 아시나요? 한국 올림픽 레슬링은 '그랜드슬램 도전사'임을

세계무대의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대륙무대의 아시안게임과 아시아선수권 등 4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것을 그랜드슬램이라 부른다. 레슬링에서는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이 원칙적으로 매년 걔최되고 있어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이 그랜드슬램 달성의 열쇠가 된다.

한국 레슬링은 역대 올림픽에서 10명이 11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중 3명이 그랜드슬래머로 탄생했다. 5번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자유형 레전드 박장순이 1992년 올림픽 정상에 선 뒤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을 제패해 1996년 1호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 한국 레슬링 5번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장순 한국 레슬링대표팀 감독이 1호 그랜드슬래머로 이름을 올렸다. [사진=스포츠Q DB]

한국 레슬러 중 유일하게 올림픽 2연패 위업을 달성한 그레코로만형의 전설 심권호가 2000년 올림픽 금메달로 두 번째 그랜드슬래머가 됐다. 1994년 아시아게임을 시작으로 불과 2년 동안 4개 메이저대회를 천하통일한 것이어서 그 위업은 더욱 빛났다. 게다가 1998년 아시안게임부터 2000년 올림픽까지 또 다시 2년간 4색 타이틀을 석권, ‘더블 그랜드슬램’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12년 뒤 그레코로만형의 대물 김현우가 런던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시동을 걸더니 2년 만인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세 번째 태극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아쉬운 실패는 두 차례 나왔다. 1992년 그레코로만형 금메달리스트 안한봉은 1989~1995년 4번이나 세계선수권에 나섰으나 1990년 은메달이 최고성적이어서 아깝게 그랜드슬램 달성이 좌절됐다. 2004년 그레코로만형 챔피언 정지현 역시 2003~2011년 세계선수권에 4번이나 도전했지만 동메달 2개에 그쳐 '4대 천왕' 반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자료 출처=국제레슬링연맹>

■ 역대 올림픽 레슬링 한국 출전선수 최고 성적

*그레코로망형=G/ 자유형=F

- 1948 런던 (F 4명) = 67kg급 6위

- 1952 헬싱키 (F 2명) = 1라운드 탈락

- 1956 멜버른 (F 3명) = 57kg급 4위

- 1960 로마 (F 4명) = 1라운드 탈락

- 1964 도쿄 (F 6명+G 7명) = 은메달 F 52kg급 장창선

- 1968 멕시코시티 (F 4명+G 4명) = 1라운드 탈락

- 1972 뮌헨 (F 3명+G 1명) = 1라운드 탈락

- 1976 몬트리올 (F 6명+G 5명) = 금메달 F 62kg급 양정모
                                          / 동메달 F 52kg급 전해섭

- 1984 LA (F 7명+G 7명) = 금메달 F 68kg급 유인탁, 금메달 G 62kg급 김원기
                                   / 은메달 F 52kg급 김종규
                                  / 동메달 F 48kg급 손갑도, F 57kg급 김의곤, F 62kg급 이정근, G 52kg급 방대두

- 1988 서울 (F 11명+G 9명) = 금메달 F 82kg급 한명우, G 74kg급 한명우
                                      / 은메달 F 68kg급 박장순, G 68kg급 김성문
                                     / 동메달 F 57kg급 노경선, F 90kg급 김태우, G 52kg급 이재석, G 62kg급 안대현, G 82kg급 김상규

- 1992 바르셀로나 (F 8명+G 8명) = 금메달 F 74kg급 박장순, G 57kg급 안한봉
                                             / 은메달 G 48kg급 김종신
                                             / 동메달 G 52kg급 민경갑

- 1996 애틀랜타 (F 8명+G 7명) = 금메달 G 48kg급 심권호
                                          / 은메달 F 62kg급 장재성, F 74kg급 박장순, F 82kg급 양현모

- 2000 시드니 (F 4명+G 6명) = 금메달 G 54kg급 심권호
                                        / 은메달 G 58kg급 김인섭, F 76kg급 문의제
                                        / 동메달 F 63kg급 장재성

- 2004 아테네 (F 4명+G 4명+여자 1명) = 금메달 G 60kg급 정지현
                                                    / 은메달 F 84kg급 문의제

- 2008 베이징 (F 5명+G 5명+여자 1명) = 동메달 G 55kg급 박은철

- 2012 런던 (F 3명+G 5명+여자 1명) = 금메달 G 66kg급 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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