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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스승의 금메달 한풀이, 우슈 이하성 청출어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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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스승의 금메달 한풀이, 우슈 이하성 청출어람 스토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20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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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은메달리스트 박찬대로부터 사사…중화권 7연패 저지하며 정상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하성(20·수원시청)이 스승의 오랜 숙원을 풀어줬다. 이와 함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우슈에 두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이하성은 20일 강화 고인돌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우슈 장권 종목에서 9.71점을 받아 자루이(마카오, 9.69점), 이치키자키 다이스케(일본, 9.67점)를 제치고 당당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선수단의 인천 아시안게임 1호 금메달의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도 받았다.

이로써 이하성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양성찬이 남자 태극권 종목 금메달을 딴 이후 12년만에 우슈에서 금메달을 딴 두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우슈 종목은 중국의 전통 강세 종목이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이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60개의 금메달 가운데 모두 43개의 금메달을 가져갔다. 여기에 홍콩(2개), 마카오, 대만(이상 1개) 등이 차지했다. 중화권에서 가져간 금메달 수는 47개에 이른다.

그러나 우슈의 첫 금메달을 한국 선수가 가져갔다. 특히 중국 선수가 이번 종목에 출전하지 않은 가운데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마카오 선수를 제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우슈 남권에서 중국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모두 금메달을 찾했기 때문에 마카오 선수까지 우승했다면 중화권 선수가 7연패를 할 수 있었다. 바로 이를 이하성이 저지했다.

▲ 이하성(앞)이 20일 강화 고인돌체육관에서 열린 우슈 남자 장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하성에게 처음 우슈를 가르쳐준 스승은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박찬대 코치다. [사진=스포츠Q DB]

◆ 초창기 우슈 스타 박찬대로부터 사사

이하성의 '스승'은 바로 박찬대(41)다. 이번 우슈 대표팀 코칭 스태프로도 합류한 박찬대 코치가 이하성에게 처음 우슈를 가르쳐준 스승이다.

박찬대는 1990년대 우슈 스타였다. 1993년 세계선수권 곤술 1위, 장권 3위 등에 올랐던 그는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우슈 장권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그는 세계 대회에서 탁월한 성적을 올리며 체육훈장 거성장과 청룡장을 달았을 정도로 한국 우슈의 초창기를 이끌었다.

경기도체육회, 수원시체육회 우슈팀 코치와 박찬대 우슈 공연단 단장 등을 역임한 그는 겨우 6살인 이하성을 만났다.

이하성은 화려한 도약 동작과 어린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뛰어난 표정연기를 보여줌으로써 박찬대 우슈 공연단에서 당당히 주인공을 맡았다. 인기예능프로그램 SBS '스타킹'과 KBS '해피선데이' 등에도 출연하며 '우슈 신동'으로 인정받은 이하성은 이후에도 끝까지 국가대표의 꿈을 잃지 않았다.

◆ 신동에서 스타로, 첫 아시안게임서 금메달

이하성은 방송에 출연한 뒤에도 승승장구하며 이미 고교시절에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전국체전에서는 2011년, 2012년 연속 금메달을 따내는 등 꾸준히 성적을 올려왔다.

그에게 물론 고비는 있었다. 일본 영화에도 출연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듯 했지만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청소년 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하기도 했지만 골반뼈 부상 때문에 기량 향상이 멈추기도 헀다.

일반부에 올라와서는 지난해 전국체전 장권전능에서 곤술 5위, 도술 6위, 장권 4위, 종합 5위로 중상위권 성적을 내는 데 그쳤다. 게다가 쟁쟁한 선배들이 많아 대표 선수가 되기에 다소 멀어보였다.

하지만 대표선발전에서 경쟁 선수들이 다치거나 도구가 망가지는 등 불운을 겪는 사이 이하성이 태극마크를 따냈고 자신에게 처음 우슈를 가르쳐준 박찬대 코치와 함께 맹훈련에 들어갔다. 3개월 동안 약점으로 꼽히던 힘과 체력을 끌어올렸다.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맞대결을 벌였던 자루이를 아시안게임에서 만났지만 자신의 연기에만 집중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몸동작을 보여줬다. 그리고 당당히 금메달을 따내면서 신동에서 스타로 성장했다.

특히 이 종목은 스승인 박찬대가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땄던 종목이다. 20년 전 스승이 따내지 못했던 금메달을 제자가 성장해 차지했다. 마치 스승이 이뤄내지 못한 한을 수제자가 풀어주는 무림의 이야기와 같다.

▲ 6살 때부터 박찬대 코치로부터 우슈를 배운 이하성(왼쪽)은 어린 나이임에도 완벽한 연기로 각광받았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우슈 신동'으로 소개되기도 한 그는 이제 세계적인 우슈 스타가 됐다. [사진=스포츠Q DB]

이하성의 금메달을 직접 지켜본 박찬대 코치는 "세계선수권에서 6연패를 차지했지만 정작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에 그쳤다. 내 꿈을 이뤄준 것 같아 고맙다"며 "이하성은 정신력이 강해 절대로 실수를 하지 않는다. 실수율이 우리나라 선수 가운데 가장 낮다"고 말했다.

이어 박찬대 코치는 "말의 자세인 마부가 이하성의 장점"이라며 "도약 후 착지하면서 바로 마부를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데 이하성은 이를 해낸다"고 말했다.

이하성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12년만에 우슈 금메달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마카오 선수가 먼저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내 경기에만 집중했다"며 "많은 관중들이 응원을 해줘서 큰 힘이 됐다. 함성과 응원이 있어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고난이도 동작을 모두 성공시켰을 때 기분이 좋았다"며 "다친 무릎은 아직 통증이 있어 계속 치료중이다. 후유증이 있지만 좋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하성의 나이는 이제 고작 20세다. 스승 박찬대가 국제대회에서 명성을 드높였던 나이와 비슷하다. 박찬대가 히로시마 대회에 출전헀던 당시도 21세에 불과했다. 그런만큼 이하성은 이제 스승 박찬대의 명성을 뛰어넘을 준비를 마쳤다.

스승보다 제자가 낫다는 청출어람이 바로 이하성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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