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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SBS '비밀의 문' 첫 방송, 연기력으로 흥미와 긴장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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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SBS '비밀의 문' 첫 방송, 연기력으로 흥미와 긴장 잡았다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09.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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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SBS 드라마 ‘비밀의 문’이 첫방송부터 인물 간 갈등과 긴장감을 팽팽히 드러냈다.

22일 오후 10시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 1회가 방송됐다. '비밀의 문'은 강력한 왕권을 지향했던 영조와 신분의 귀천이 없는 공평한 세상을 주창했던 사도세자의 부자간 갈등을 그린 드라마다. 여기에 살인사건이 합쳐지며 추리극까지도 다룬다. 한석규(영조 역), 이제훈(이선 역), 김유정(서지담 역), 박은빈(혜경궁 홍씨 역) 등 '연기력 구멍 없는 캐스팅'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 백성들의 마음을 읽는 판타지 왕세자가 나타났다

이날 방송에서 '이선'은 '판타지 왕세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선은 백성들처럼 '춘향전', '홍길동전' 등의 책을 돈을 내고 빌려보는 '세책'을 하러 궐 밖으로 나섰다. 당시 출판은 궁의 허가가 있어야 할 수 있어 민간 출판업자들은 숨어 작업을 해야 했다. 법을 어기고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포졸들에게 얻어맞는 백성들을 본 이선은 충격에 빠졌다.

▲ 왕세자 이선(훗날 사도세자)은 백성들이 불법 유통된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얻어맞는 것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사진=방송 캡처]

궁에 들어온 그는 '세책과 민간 출판을 허하라'고 대신들에게 얘기했다. "백성들이 '홍길동전'을 읽고 율도국을 세우려는 역심을 꾀할 수 있다"는 대신의 이야기엔 코웃음쳤다. "한낱 이야기책을 보고 역심을 꿈꾼다면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다"는 것이다.

이는 시대와 사안은 다르지만 현재에서도 부딪치는 문제들을 떠올리게 했다. 한 예로, "TV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다루면 시청자들이 동성애자가 된다"고 주장하며 '인생은 아름다워' 등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것에 대한 개방을 놓고 엇갈리는 모습은 과거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이밖에 이선은 화원 신흥복(서준영 분)과 옷을 바꿔입고 신흥복의 초상을 그리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왕권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시대에 틀을 깨는 세자의 모습이었다. 높은 위치의 사람이 백성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모습은 현대에서도 서민들의 영원한 판타지다. 이선은 이러한 '판타지 왕세자'로 등장했다.

▲ 이선은 화원과 옷을 바꿔입는 듯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방송 캡처]

◆ 영조 VS 이선(사도세자) 갈등 첫 회부터 그려져

부자간인 영조와 이선의 갈등은 이날 방송에서부터 팽팽했다.

이선은 백성들을 위해 세책과 민간 출판을 허락하자고 주장했으나 영조는 민생 안정과 언론 통제를 목적으로 그동안 출판을 금지해왔다.

"세책과 민간 출판을 허하자"는 이선의 주장은, 당장은 조정 대신들을 논리로 이긴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선의 사부인 박문수(이원종 분)는 "정치는 설전이 아닌 설득"이라고 충고했다. 이선의 주장은 백성들을 위해 옳았지만 그동안 금지했던 이유와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재고가 있어야 했던 것. 앞서 백성들을 위한 정책을 펴 판타지를 실현하는 것처럼 보였던 이선의 한계가 드러난 장면이었다.

▲ 영조의 거듭된 '선위'에 이선은 한겨울에도 졸린 눈으로 선위를 거둬달라고 빌어야 했다. [사진=방송 캡처]

또한 영조의 잦은 '선위'(왕이 살아있지만 왕위를 물려주는 일) 발언에 이선은 어릴 때부터 "선위를 거둬달라"고 청해야 했다. 이는 왕권이 약해졌다고 느꼈을 때 영조가 쓰는 방법으로 묘사됐다. 이 때문에 이선은 졸음을 참아가며 한겨울에도 석고대죄해야 했다. 이 장면은 둘의 캐릭터가 몹시 다르고 앞으로 갈등 또한 깊어질 것을 예상하게 했다.

이선과 세자빈인 혜경궁 홍씨와의 갈등 또한 보였다. 대부분의 사극에서 세자빈은 세자의 편에 서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비밀의 문'의 세자빈은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선에게 "법도를 지키라"며 그에게 반대되는 의견을 똑바로 전했다. 여기에 이선은 "빈은 내가 아닌 내 용포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답하기도 해 둘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이 표현됐다.

◆ 추리극 시작, 연기력으로 몰입감 높여

'비밀의 문'의 부제는 '의궤살인사건'이다. 영조가 과거 김택(김창완 분)에게 협박받아 남긴 문서인 '맹의'를 가지고 있던 신흥복이 살해되며 추리극이 시작된다. 누가, 왜 신흥복을 죽였으며 더 나아가서는 영조는 왜 이선을 죽이게 되었을까로 이어질 예정이다.

'궁중 미스터리'를 다루는 '비밀의 문'에서 맹의 문서가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이날 방송에는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 속도감은 있었으나 꼼꼼한 배경 제시가 부족했다.

이 부족함을 채운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이었다.

▲ 2011년 '뿌리깊은 나무'에 이어 왕 연기를 선보이는 한석규는 '비밀의 문'에선 좀더 감정적이고 광적인 연기를 소화했다. [사진=방송 캡처]

역시 한석규다. 영조를 맡은 한석규는 2011년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선보인 '세종'과는 달리 좀더 비밀스럽고 감정적이며 광적인 모습을 소화했다.

이제훈 또한 극 초반엔 약간의 어색함이 있었으나 후반에 이르러선 이선으로서 완벽히 자리했다. 특히 혜경궁 홍씨 역의 박은빈은 전작에서보다 확실해진 발성과 안정적인 연기로 강렬하게 첫 등장을 했다. 책쾌(책장사)의 딸 서지담 역의 김유정 또한 발랄한 모습을 선보였다.

첫 방송에서 극의 정체성과 인물의 성격, 갈등 구조까지 잘 표현해낸 '비밀의 문'은 앞으로 지상파 드라마 KBS2 '연애의 발견', MBC '야경꾼 일지'와 함께 동시간대에 경쟁을 벌이게 된다. 로맨스 중심이 아닌 갈등과 미스터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매력으로 시청자를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BS '비밀의 문'은 월, 화 오후 10시 방송된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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