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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챌린저] '따로 또 같이' 쌍둥이 자매 마라토너 세쌍의 유쾌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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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챌린저] '따로 또 같이' 쌍둥이 자매 마라토너 세쌍의 유쾌한 질주
  • 이규호 기자
  • 승인 2016.08.15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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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혜성-김혜경, 초 단위까지 똑같이 결승선 통과해

[스포츠Q(큐) 이규호 기자] '따로 또 같이' 쌍둥이 마라토너는 경쟁자인가, 페이스메이커인가. 156명이 출전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마라톤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동반 참가한 에스토니아 세 쌍둥이와 북한, 독일 쌍둥이 자매 등 7명의 트윈스 마라토너가 레이스를 펼쳐 주목을 끌었다.

케냐의 제미마 숨공(31)이 2시간24분04초로 우승해 케냐에 첫 금메달을 안긴 것만큼 화제를 모았던 쌍둥이들의 승부였다.

결과적으로 순위상 두 쌍은 거의 같은 시간에 들어온 페이스메이커였고 한쌍은 순위가 벌어진 경쟁자가 됐다. 그래도 세쌍 6명이 '유쾌한 42.195km 완주'로 올림피아드 데뷔전을 장식했다.

북한 쌍둥이 자매 김혜성-김혜경(23)는 14일(한국시간) 브라질 삼보드로무에서 벌어진 리우 올림픽 육상 여자 마라톤에서 나란히 2시간28분36초를 기록했다. 정밀 판독 결과 언니 김혜성이 결승선을 먼저 통과해 10위, 동생이 11위를 차지했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이었다. 서로를 의지하면서 42.195km를 동반 완주했다. 김혜성과 김혜경은 각각 개인최고기록이 2시간27분58초, 2시간27분5초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넘어서지 못하고 톱10권에 접근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자매는 14세 때 마라톤 감독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장거리 육상에 입문했고 19세 때 풀코스를 처음 뛰었다. 가능성을 확인한 북한은 자매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김혜경이 7위, 김혜성이 9위를 기록했다. 2015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는 김혜경이 실격한 가운데 김혜성은 9위로 선전했다. 둘은 북한 마라톤 영웅 정성옥 코치의 지도 아래 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렸지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2000년 함봉실이 8위를 기록한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위안을 삼았다.

북한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쌍둥이 안나, 리사 하너(26)가 동반으로 완주한 끝에 이웃 순위를 차지했다. 언니 안나가 2시간45분32초로 81위, 리사가 언니에 1초 뒤져 82위를 기록했다. 순위는 뒤로 처졌지만 손을 맞잡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이들의 표정은 누구보다 밝았다.

하지만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할 위기도 맞았다.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앤드메일에 따르면 리나는 "언니가 1km 지점부터 먼저 치고 나갔지만 19km 지점에서 다시 만났다"며 "달리던 도중 언니가 몇 m 뒤로 처졌지만 어느새 내 옆에 있었다. 언니와 함께 뛸 수 있어서 놀라웠다"고 기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동부 풀다에서 태어난 자매는 함께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의외로 적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통 한 명이 대회에 출전하면 다른 한 명은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옆에서 돕거나 레이스 도중 물을 건네주는 역할을 하는데 리우 레이스에서는 동반 출전했다.

리사는 독일챔피언이지만 안나는 개인최고기록이 2시간26분44초로 동생보다 1분55초 빠르다. 안나는 12일 로이터통신를 통해 “쌍둥이가 함께 마라톤에 나오는 건 서로를 격려해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한 장점이 된다”고 밝혔다.

에스토니아에는 세 쌍둥이가 동시에 리우 올림픽 마라톤에 도전했다. 레일라, 리나, 릴리 루익(31) 자매는 막내 릴리가 2시간48분29초로 97위, 첫째 레일라가 2시간54분38초로 114위를 각각 기록했다. 둘째 리나는 20km 지점에서 엉덩이 통증을 느껴 중도 포기했다. 레일라가 결승선을 통과하자 나머지 둘은 에스토니아 국기를 들고 다가가 서로 부둥켜안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릴리는 경기가 끝난 뒤 AFP통신을 통해 “너무 힘들었다. 주변 선수들이 포기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다”며 “셋이 모두 완주하고 싶었지만 우리에게 너무나도 어려운 레이스였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레일라는 "늦게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셋은 늦은 나이인 24세 때부터 전문적으로 달리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1년 만에 세 쌍둥이 모두 1만m, 하프 마라톤, 마라톤에서 에스토니아 최고 레벨의 선수가 됐다. 레일라는 개인최고기록을 2시간37분12초까지 끌어올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케냐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면서 리우 올림픽을 대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는 “쌍둥이가 같은 경기에 출전한 경우는 200여차례 있었지만 세 쌍둥이 출전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이라고 전했다.

세 쌍둥이가 레이스를 함께 뛰면서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다. 레일라는 "2014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마라톤 경기에서 우리들 중 한 명이 첫 번째 바퀴를 돌고 다른 한 명이 이어서 지나갔는데 관중들은 '벌써 두 번째 바퀴를 돌고 있어'라며 놀라워했던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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