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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함부로 애틋하게' 감정적 울림 없었던 성급하고 어설픈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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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함부로 애틋하게' 감정적 울림 없었던 성급하고 어설픈 엔딩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9.09 0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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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그래도 마지막에는 무언가 보여주고 끝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은 '함부로'는 있지만 '애틋하게'는 없던 그런 성급하고 어설픈 결말이었다.

8일 방송된 KBS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극본 이경희·연출 박현석 차영훈)의 마지막회에서는 뇌간교종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톱스타 신준영(김우빈 분)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지며 이야기의 막을 내렸다.

▲ KBS '함부로 애틋하게' 마지막회에서 신준영(김우빈 분)은 정원에서 노을(수지 분)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듯 죽음을 맞이하고, 그 순간 하늘에서는 별똥별이 떨어지며 신준영의 죽음을 애도한다. [사진 = KBS '함부로 애틋하게' 방송화면 캡처]

2016년 상반기 최고 히트작인 '태양의 후예'에 이은 100% 사전제작 드라마, 김우빈과 수지라는 최고 한류스타들의 멜로연기, 그리고 첫 방송부터 10%를 넘는 안정적인 시청률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함부로 애틋하게'가 실패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함부로 애틋하게'는 이 모든 예상을 뒤엎고 결국 마지막회까지 총 20부작의 이야기에서 첫 회의 시청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10%도 안 되는 한 자릿수 시청률로 막을 내리게 됐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끝내 예상 밖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종영을 맞이한 것이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실패원인은 명백했다. 김우빈과 수지라는 젊은 이미지의 트렌디한 스타들을 내세우면서 이야기는 1990년대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신파조 강한 막장 드라마가 펼쳐졌다는 것이다. '태양의 후예'처럼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줬어야 할 타깃 시청층인 젊은 시청자들은 이 진부하고 막장스러운 이야기에 일찌감치 등을 돌리고, 그 대신 현실세계와 웹툰세계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멜로와 스릴러라는 대담한 발상이 돋보이는 MBC의 'W(더블유)'를 선택했다.

그렇다고 '함부로 애틋하게'가 완전히 실패한 드라마는 아니었다. 100%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퀄리티 높은 화면으로 인해 이 드라마를 지켜보는 시청자도 있었고, 진부하고 느릿하긴 해도 깊이있게 감정을 다져가는 이야기에 기대를 걸고 있는 시청자도 있었다.

하지만 8일 방송된 '함부로 애틋하게'의 마지막회는 이런 마지막 시청자의 기대마저 저버렸다. 신준영은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노을(수지 분)을 위해 만든 별장에서 노을과 마지막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뇌간교종이 점차 심해지며 노을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하루하루가 이어지게 된다.

그래도 별장을 찾아온 최지태(임주환 분)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신준영에게 "꼭 다시 만나요. 그 땐 내가 진짜 잘해 줄게. 진짜 형처럼 아껴주고 사랑해 주고"라고 작별을 고하는 장면이나, 어머니 신영옥(진경 분)이 장정식(최무성 분)에게 프로포즈를 받은 이후 그 사실을 아들에게 말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은 마지막회답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모든 사건이 일단락된 후 엔딩을 향한 관심의 초점은 시한부 인생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이 확실시된 신준영(김우빈 분)과 노을(수지 분)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별을 하냐는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 '함부로 애틋하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한 수를 두어 버린다. 신준영은 별장의 정원의자에서 노을의 어깨에 기댄 채 잠이 들고, 노을은 이 순간 신준영과의 이별을 예감한 듯 슬픈 눈으로 신준영에게 "다신 안 깨울 테니까. 엄마도 있고 아버지도 있고 나도 있고. 아무 생각 말고 푹 자. 고마웠어 준영아"라고 작별인사를 건넨다. 그 순간 어두운 하늘에 한 줄기 호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별똥별이 정말 진부한 방식으로 신준영의 죽음을 알린다.

▲ KBS '함부로 애틋하게' [사진 = KBS '함부로 애틋하게' 방송화면 캡처]

'함부로 애틋하게'의 마지막에서 중요했던 것은 '새드엔딩'이 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신준영과 노을의 이별을 보여주느냐는 것이었다. 이경희 작가의 전작인 '미안하다, 사랑한다'처럼 두 사람 모두 자살을 선택하는 극단적인 방식의 결말을 택할 수도 있지만, '함부로 애틋하게'는 그동안의 전개로 미뤄볼 때 극단적인 결말보다는 잔잔하게 여운이 남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이 납득할 결말이 필요했다.

하지만 '함부로 애틋하게'의 결말은 애석하게도 그런 여운을 남기지 못했다. 차라리 신준영의 죽음을 알리지 않는 '열린 결말'을 택했다면 좀 더 나았을지 모르지만, 사랑하는 여자의 어깨에 기대에 잠이 들듯 죽음을 맞이한다는 결말은 진부하고 신파스러운 이야기의 절정이었다.

여기에 신준영이 세상을 떠난 후 장국영(정수교 분)과 장만옥(장희령 분) 남매가 신준영의 집을 정리하다가 신준영의 마지막 인사가 담긴 동영상을 발견해 재생하는 모습과 노을이 씩씩하게 PD로 살아가다가 버스정류장에 있는 신준영의 광고사진을 보고 "내일 또 보자 준영아"라고 말하는 것은 더욱 사족에 가까웠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이런 '함부로'만 남고 '애틋하게'는 없었던 결말은 인기가 떨어져도 마지막까지 드라마를 지켜준 시청자들에 대한 배신에 가까웠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진부했어도 묵직한 감정적 울림을 선사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기대는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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