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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핸드볼 황금세대 박준희-유소정의 실업 새내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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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핸드볼 황금세대 박준희-유소정의 실업 새내기 도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12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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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 5위 주역 "실업팀 언니들과 당당하게 맞설래요"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여자핸드볼에 신선한 바람이 분다. 한동안 세대교체가 더뎌 3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던 여자핸드볼이었다.

아직까지도 우선희(36·삼척시청)처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가 현역으로 뛰고 있는 여자핸드볼이다. 임영철(54) 여자대표팀 감독은 "우선희만한 선수가 없다"며 50세까지 뛰길 바란다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다.

하지만 10대 유망주들이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실업 핸드볼에 고졸 예정 선수들이 당찬 도전장을 던졌다. '겁없는 도전'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이미 세계무대를 통해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실업팀 언니들과 당당하게 겨뤄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11일 열린 여자실업핸드볼 신인선수 드래프트에는 고졸 예정 선수들이 대거 실업팀의 부름을 받았다. 41명의 드래프트 지원자 가운데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선수는 5명뿐이었다.

실업팀의 선택을 받은 선수는 모두 29명. 이 가운데 고졸 예정 선수는 25명이었다. 여자 핸드볼 대학팀이 크게 줄어든 영향도 있겠지만 여고 유망주들은 이미 실업팀에 뛰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기량 향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여자실업핸드볼 드래프트 1순위로 부산BISCO의 지명을 받은 박준희(왼쪽)가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드래프트 행사에서 강재원 감독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가운데 드래프트 1순위와 3순위 지명을 받고 각각 부산 BISCO와 SK 슈가글라이더즈의 유니폼을 입은 두 선수가 눈에 띈다. 라이트백 박준희(18·천안공고)는 벌써부터 '제2의 류은희(24·인천시청)'라는 호평을 받고 있으며 당당하게 1순위를 받았다.

역시 라이트백이 주 포지션인 유소정(18·의정부여고)은 지난 8월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에서 득점왕에 올랐다. 유소정은 18세 이하(U-18) 대표팀에서 뛰면서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 5위를 경험했을 뿐 아니라 선배 언니들과 함께 20세 이하(U-20) 대표팀에서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 우승까지 일궈냈다.

◆ 박준희, 5년 뒤 유럽 진출 꿈꾸는 대형 라이트백

"강재원(50) 감독님이 5년 뒤에 유럽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하셨어요. 부모님도 제가 유럽 등 외국으로 나가셨으면 하고 바라고 계세요."

박준희는 강재원 부산BISCO 감독으로부터 가장 먼저 호명된 뒤 유럽 진출에 대한 희망 의사를 밝혔다. 이제 막 실업팀의 지명을 받은 선수치고는 너무나 당찬 발언이었다. 다른 선수들은 드래프트를 통해 실업팀의 지명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지만 박준희만큼은 너무나 당당했다.

이미 1순위 지명권을 확보했던 부산BISCO의 강재원 감독은 일찌감치 박준희를 점찍고 있었다. 180cm에 70kg의 당당한 체격을 갖고 있는 박준희는 흔치 않은 왼손잡이다. 큰 키에서 뿜어져나오는 강력한 슛도 특기다.

이 때문에 박준희는 종종 류은희와 비교된다. 류은희는 현재 국가대표팀 부동의 라이트백으로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다.

박준희는 자신이 류은희와 비교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당당하게 류은희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류은희 선배를 좋아하는데 '제2의 류은희'라고 불려 영광이고 기쁘다. 류은희 선배처럼 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박준희는 고교 무대에서 차세대 국가대표 라이트백으로 평가받고 있다. U-18 대표팀이 참가한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 5위와 유스올림픽 금메달을 이끌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여자실업핸드볼 드래프트 1순위로 부산BISCO의 지명을 받은 박준희가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드래프트 행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다만 류은희의 단점은 장신이어서 다소 느리다는 것. 박준희는 또 "일대일에 약한 면도 있다. 이 때문에 부산BISCO에서 다양한 핸드볼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또 박준희는 아직까지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박준희는 "1라운드에 뽑힐 것은 예상했지만 1순위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며 "세계청소년선수권을 경험하면서 유럽 선수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위축된 부분이 있다. 강재원 감독님과 상당하고 노력해서 발전해나가겠다"고 전했다.

박준희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국가대표가 되는 것과 유럽 진출이다. 당장 그의 목표는 2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다. 18세 어린 선수가 도전하기엔 다소 버거운 목표일 수 있다. 그의 기량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류은희가 워낙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준희는 국가대표가 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설정해놨다. "대표팀에 뽑히면 국제대회에서 대한민국을 빛내겠다"는 각오도 잊지 않는다.

유럽 진출은 5년 뒤 목표다. 기량을 갈고 닦아 핸드볼이 인기 스포츠인 유럽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현역 시절 해외 경험이 있는 강재원 감독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금상첨화다.

강재원 감독도 박준희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한다. 강재원 감독은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이다. 5년 뒤에는 유럽에 진출할 능력이 될 것"이라며 잘 성장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국 여자핸드볼은 빠르고 지치지 않는 체력을 자랑하지만 유럽의 장신 선수들에게 몸싸움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당당한 체격을 갖고 있는 박준희가 차세대 대표팀 라이트백으로 성장한다면 국제 무대 경쟁력은 이전보다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여자실업핸드볼 드래프트 3순위로 SK 슈가글라이더즈의 지명을 받은 유소정(오른쪽)이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드래프트 행사에서 강경택 감독대행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소정, 부상인데도 3순위…미래 가치를 인정받다

"세계주니어선수권을 앞두고 득점왕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주위의 권유로 한 말이었지만 결국 목표대로 되더라구요."

유소정은 전세계 차세대 유망주들이 총출동한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에서 당당하게 득점왕에 올랐다. 당시 81골을 넣으며 탁월한 득점 감각을 자랑했다.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이 열리기 전 크로아티아에서 열렸던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에서도 활약하며 자신보다 두 살 많은 언니들과도 밀리지 않았다.

유소정은 단순히 U-20 대표팀의 한 부분을 채우지 않았다. 이미 U-20 대표팀에서도 득점력을 인정받았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카자흐스탄전에서 12골을 넣으며 48-26 대승을 이끌었던 유소정은 세르비아와 16강전에서도 이효진(20·경남개발공사)와 함께 6골을 넣으며 승리를 견인했다. 유소정은 루마니아와 8강전에서도 11골을 기록했고 러시아와 결승전에서도 9골을 넣으며 우승을 이끌었다.

이효진이 64골을 넣으며 대회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차지하긴 했지만 유소정도 50골로 득점 부문 6위에 올랐다. 자신보다 두 살 많은 언니들과도 당당하게 겨뤘다.

연령대를 넘나드는 기량을 가졌음에도 3순위로 밀려난 것은 부상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부상이 있음에도 3순위라는 높은 순위를 받은 것이 놀랍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보통 부상이 있으면 선수의 가치가 떨어지고 기량 저하도 우려되기 때문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기 마련이다.

현재 유소정은 오른쪽 발목이 좋지 않다. 발목쪽 연골이 큰 부상을 입어 뼛조각이 있다. 재활까지 3~4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아직까지 훈련을 소화할만한 몸상태는 아니다. 이에 대해 유소정은 "부상이 있는데도 뽑아주셔서 감사하다. 높은 순위에 뽑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할 정도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여자실업핸드볼 드래프트 3순위로 SK 슈가글라이더즈의 지명을 받은 유소정(오른쪽)이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드래프트 행사에서 강경택 감독대행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라이트백인 유소정은 1순위 박준희에 비해 신체조건은 약간 떨어진다. 168cm에 63kg다. 물론 일반적인 한국 선수들 체격 조건이기 때문에 밀리지는 않지만 박준희가 워낙 탄탄한 체격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비교가 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유소정은 빠르다. 한국 여자핸드볼의 속공에 능하다는 평가다. 유소정이 탁월한 득점감각을 지니고 있는 것도 속공이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기 싫어하는 근성까지 갖추고 있다. 유소정은 "원래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는데 핸드볼을 하면서 근성이 더해졌다"며 "실업에서도 하나하나 상대팀을 꺾고 싶다. 일단 경남개발공사부터 꺾어보겠다"고 웃었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역시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이효진이다. 이효진처럼 후배들을 잘 챙기고 이끄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대표팀 발탁 역시 그가 이뤄내고 싶은 목표 가운데 하나다.

이들 외에도 유스올림픽 금메달 주역인 강경민(18·인천비즈니스고)은 2순위로 광주개발도시공사로 갔고 유소정과 함께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 5위를 이끌었던 레프트윙 김성은(17·인천비즈니스고) 역시 인천시청의 지명을 받았다.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 5위의 주역이 대거 실업팀 유니폼을 입었다. 패기를 앞세운 10대들이 풍부한 경험으로 무장한 언니들에게 당찬 도전장을 던졌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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