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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올스타전] 누구를 위한 원정 개최? 부진한 선수들도 피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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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올스타전] 누구를 위한 원정 개최? 부진한 선수들도 피해자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7.3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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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헛웃음만 나오는 경기였다. K리그의 동남아 시장 개척의 신호탄으로 삼겠다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기대는 허황된 꿈처럼 들렸다.

황선홍 FC서울 감독이 이끄는 K리그 올스타는 29일 하노이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에서 베트남 동남아시안게임(SEA) 대표팀에 0-1로 졌다.

K리그 올스타에서는 골키퍼 김용대(울산 현대)와 조현우(대구FC)만 보인 경기였다. 유효슛에서 베트남에 7-21로 크게 밀렸다. 경기력만 놓고 보면 오히려 베트남이 K리그 올스타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 K리그 올스타 김신욱(가운데)이 29일 베트남과 2017 K리그 올스타전에서 실점한 뒤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출처=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애초부터 밸런스가 맞지 않는 형식의 경기였다. 상대인 베트남 선수들은 베트남축구협회에서 조직적으로 키우며 기대감을 걸고 있는 팀이었다. 예상 외로 조직력이 뛰어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었다.

반면 K리그 올스타는 급조된 팀이었기 때문에 조직력이 돋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베트남은 한국에 비해 훨씬 습도가 높고 더운 나라다. 경기 하루 전에 도착했다는 것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K리그 올스타의 경기력은 지나치게 무기력했다.

졸전을 치른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외국인 선수들이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공격수에 양동현(포항 스틸러스), 김신욱(전북 현대), 이근호(강원FC), 미드필더에 염기훈(수원 삼성), 손준호(포항), 수비수에 김진수(전북), 곽태휘(FC서울) 등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당연히 K리그 올스타의 우세가 예상됐다.

문제는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의 태도 차이에서 비롯됐다. K리그 올스타 팀은 말 그대로 올스타전으로 생각해 경기에 나섰다. 선수들은 리그 경기 중 할 수 없는 무리한 개인기를 펼치고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공격에 매진하는 게 모두 허용이 되는 그런 경기 말이다.

문제는 상대의 태도가 우리와 달랐다는 것이다. 베트남 선수들은 국가대항전과 같은 자세로 경기에 나섰고 이로 인해 그저 가벼운 이벤트성 친선경기 정도로 생각했던 K리그 올스타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황선홍 감독이 답답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렇다고 온몸을 던져 경기를 치를 수도 없었다. 당장 나흘 뒤 리그 경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각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 경기에서 자칫 부상을 당하거나 무리한다면 다음 경기에 차질을 빚을 수 있었다.

베트남으로선 얻을 게 많은 경기였다. 잘 짜여진 조직력을 시험해보는 무대인 동시에 개인 기량이 뛰어난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 유리한 경기를 펼친 것은 큰 자신감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베트남 내에서 축구 열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K리그 올스타의 입장은 달랐다. 선수들은 기존 올스타전처럼 대충 뛸 수도, 그렇다고 실제 국가대표 경기처럼 온 몸을 바쳐 나설수도 없는 애매한 입장이 됐다. 선수들로서는 하나도 얻을 것이 없는 국가대표 원정 경기에 나서서 약팀에 패하고 온 꼴이 됐다.

K리그의 우수한 경기력을 뽐내 유럽 리그처럼 K리그의 인기를 끌어올려보겠다는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경기력에서 앞선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연맹의 판단 미스다. 정말 K리그의 홍보 효과를 노렸다면 선수들이 손발을 맞추고 현지에 적응할 시간을 더욱 부여했어야 한다. K리그 일정을 늦추는 방식도 답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하나도 없이 그저 선수들이 알아서 좋은 플레이를 펼치기만을 기다린 꼴이었고 결국 결과는 처참했다.

연맹의 안일한 행정이 빚은 촌극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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