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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장난 아닌 최종전의 묘미' 기적을 믿은 서울, ACL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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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장난 아닌 최종전의 묘미' 기적을 믿은 서울, ACL행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30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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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마르 결승골로 제주에 '6분의 기적' 역전승…포항은 산토스-정대세 연속골 내주며 1-2 역전패

[스포츠Q 박상현 기자] '6분의 기적'이었다. 포항은 선제골을 넣고도 이를 지켜내지 못하고 역전패했고, FC 서울은 선제골을 내주고도 이를 역전시켰다.

반드시 이겨야만 했던 서울은 이겼고, 비겨도 됐던 포항은 그렇지 못했다. 마지막 6분에서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 티켓 주인공이 뒤바뀌었다.

서울은 3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최종 3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44분 오스마르의 역전 결승골로 2-1로 이겼다.

그러나 포항은 같은 시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후반 3분 김광석의 선제골로 앞서가고도 후반 34분 산토스에게 동점골을 내준 뒤 후반 39분 염기훈의 패스를 받은 정대세에게 역전 결승골을 내주며 1-2로 졌다.

이날 경기 결과로 포항과 서울은 나란히 승점 58이 됐지만 골득실에서 14-11로 앞선 서울이 3위가 됐다. 포항은 마지막 경기에서 마지막 6분을 버티지 못하고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며 끝내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쳤다.

▲ FC 서울 선수들이 3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제주와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2-1로 극적으로 이겨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낸 뒤 관중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FC 서울 제공]

◆ 성남 FA컵 우승 나비효과, 포항-서울의 치열한 일주일

지난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던 2014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성남FC가 승부차기에서 서울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올시즌 K리그 클래식은 마지막 일주일이 그야말로 전쟁이 됐다.

만약 서울이 FA컵 우승을 차지했더라면 포항은 최소 4위 자리를 확정짓고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하지만 성남이 우승하면서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는 티켓은 단 하나로 줄어들었다.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포항의 맞대결은 전쟁이었다. 포항은 이날 경기에서 이기기만 했어도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원정에서 승점 1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였기에 황선홍 감독은 잘 쓰지 않던 스리백으로 나섰다.

오히려 서울이 스리백 대신 포백으로 포항과 맞섰다. 반드시 이겨야만 자력으로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티켓을 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면 올 시즌 농사는 그대로 끝이었다. 비긴다고 해도 자력 진출은 불가능했다.

당시 경기는 득점없이 끝났다. 일단 포항의 계산대로 됐다. 그리고 운명의 마지막 38라운드가 다가왔다.

▲ FC 서울이 3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제주와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2-1로 극적으로 이겨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다. 사진은 지난 4월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이긴 뒤 기뻐하고 있는 최용수 감독. [사진=스포츠Q DB]

◆ 포항의 계산대로 된 84분

포항은 수원을 홈으로 불러들여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포항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있었기에 승점 1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포항의 자신감은 수원전 홈 15경기 연속 무패에 있었다. 포항은 2004년 12월 8일 이후 수원을 상대로 9승 6무로 10년 동안 홈에서 패배를 당한 적이 없었다. 포항은 지난 8월 3일 1-4 패배, 9월 20일 1-2 패배로 수원에 2연패를 당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7승 1무로 8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선제골까지 나오면서 포항의 자신감은 극에 달했다. 김승대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프리킥으로 내준 패스를 김광석이 골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수원 골키퍼 정성룡이 잡았다가 놓치는 실수까지 나오면서 포항의 선제골이 나왔다.

그러나 서울은 이미 전반 19분 선제골을 내주며 제주에 0-1로 끌려가고 있었다. 김현이 아크부터 드리블해가며 내준 패스를 받은 황일수의 오른발슛에 골문을 열어주고 만 것.

포항은 비기기만 해도 3위를 확정짓는 상황에서 선제골을 넣었고 서울은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지고 있었다.

서울은 후반 24분 에벨톤의 패스에 이은 윤일록의 오른발 슛으로 동점골을 만들긴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엄청 모자랐다. 서울은 한 골을 더 넣어야 했고, 수원이 두 골을 넣어줘 역전시켜줘야만 했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 산토스의 동점골로 생긴 가능성, 기적으로 이어지다

서울에 가능성이 생긴 것은 수원의 동점골이었다. 후반 34분 이상호의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헤딩 크로스를 산토스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잡아 오른발로 결정지은 것.

아직까지 서울은 한 골이 필요했고, 수원도 한 골을 더 넣어줘야만 했지만 일말의 가능성 여지는 생긴 셈이었다.

포항은 비겨도 되는 상황에서 산토스의 동점골이 나오면서 허둥대기 시작했다. 혹시나 역전 결승골을 허용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왔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후반 39분 수비 조직력이 순간 무너지면서 염기훈의 페널티지역 왼쪽 크로스에 이은 정대세의 헤딩골이 나오면서 경기가 뒤집혔다.

이후 포항은 동점골을 넣기 위해 수원을 거세게 밀어붙였다. 서울이 아직까지 제주와 1-1로 비기고 있었지만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한 골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문창진의 결정적인 슛은 수원 골대 왼쪽을 맞고 정성룡의 품에 안겼다. 골대 왼쪽을 맞고 땅에 떨어지는 과정에서 골라인을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포항 선수들의 따져 물었지만 주부심은 포항의 골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사이 서울은 기적을 썼다.

1-1 무승부는 곧 패배인 상황에서 서울은 제주를 마지막까지 거세게 몰아붙였다. 결국 후반 44분 에스쿠데로의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내준 패스를 받은 오스마르가 페널티킥 지점에서 오른발로 결정지으며 결승골이 나왔다.

▲ 포항 황선홍 감독이 3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1-2로 져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좌절된 후 아쉬운 표정으로 관중들을 향해 감사 표시를 하고 있다. [사진=포항 스틸러스 제공]

제주 선수들은 오프사이드가 아니냐는 항의를 해왔지만 주심은 그대로 서울의 골로 판정했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최용수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이 기적과 같은 상황에 그라운드를 뛰쳐나왔다.

그러나 서울은 마지막까지 제주의 파상공세에 시달려야만 했다. 제주는 지난 2008년 8월 27일 이후 서울을 상대로 8무 12패로 지긋지긋한 20경기 연속 무승에 시달리고 있었다. 박경훈 감독은 마지막 경기에서 이를 깨고자 했다.

1-2로 역전당한 뒤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하는 극단적인 공격 전술을 썼다. 21경기 연속 무승이 될지라도 무승부만으로 서울의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진출의 꿈을 깨고자 했다.

하지만 골키퍼 김용대의 두차례 선방으로 서울은 제주의 파상공세를 이겨냈다. 후반 추가시간이 끝난 뒤 서울은 기적이 믿겨지지 않는 듯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한데 엉켜 환호성을 올렸다.

■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최종 순위

순위 팀명 경기수 승점 득점 실점 득실차
1 전북 38 81 24 9 5 61 22 +39
2 수원 38 67 19 10 9 52 37 +15
3 서울 38 58 15 13 10 42 28 +14
4 포항 38 58 16 10 12 50 39 +11
5 제주 38 54 14 12 12 39 37 +2
6 울산 38 50 13 11 14 44 43 +1
7 전남 38 51 14 9 15 48 53 -5
8 부산 38 43 10 13 15 37 49 -12
9 성남 38 40 9 13 16 32 39 -7
10 인천 38 40 8 16 14 33 46 -13
11 경남 38 36 7 15 16 30 52 -22
12 상주 38 34 7 13 18 39 62 -23

※ 굵은 글씨는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팀 (플레이오프 포함).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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